현행 법상 불법인 '사무장 병원'과 '면허대여 약국' 등으로부터 환수 결정된 건강보험 재정이 올해 들어 2000억원을 넘어섰지만, 이 중 92.5%가 미징수된 것으로 드러났다.
23일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김미애 국민의힘 의원이 국민건강보험공단(공단)으로부터 받은 자료에 따르면 올해 들어 지난 7월까지 불법개설기관 30곳을 대상으로 한 환수 결정 금액은 2033억7700만원이었다. 지난해 전체 환수결정액인 1878억원을 넘어섰다.
사무장 병원은 의료법상 의료기관을 개설할 자격이 없는 사람이 의료인 등을 고용해 그 명의로 운영하는 병원을 말한다. 면허대여 약국은 약사법상 약국을 열 자격이 없는 사람이 약사 등을 고용해 운영하는 약국이다.
이들 외에도 불법개설기관 사례에는 제왕절개를 통해 태어난 아이를 물에 담가 질식사시킨 산부인과와 말기암 환자를 대상으로 '산삼약침' 등을 영업하며 선결제 진료비를 챙긴 후 잠적한 한방병원 등이 포함됐다.
7월 기준으로 공단이 환수를 결정한 후 실제로 징수한 금액은 152억6700만원이다. 징수율은 7.5%에 그쳤다. 나머지 92.5%에 해당하는 1881억1000만원은 징수하지 못했다.
환수 실적이 저조한 이유로는 경찰 수사 기간이 꼽힌다. 경찰 수사는 평균 11개월에 이를 정도로 긴 시간이 걸리는데, 그동안 사무장병원이나 면허대여 약국이 재빠르게 재산을 처분하거나 은닉하며 압류를 피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이러한 이유로 지난 14년(2009년∼2023년 11월)간의 환수결정액 3조4000억원가량 중 징수된 금액은 약 2300억원(6.9%)에 불과했다.
공단은 지난해 11월을 기준으로 나머지 93%에 해당하는 3조1700억원가량은 아직까지도 징수하지 못한 것으로 파악했다.
김미애 의원은 "재작년부터 불법개설기관 대상 환수 결정액이 크게 늘고 있지만, 징수율이 매우 낮아 도덕적 해이를 부추기는 상황이 아닌지 우려된다"며 "건보공단 특별사법경찰을 도입하는 방안을 신속하게 적극적으로 검토해야 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