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자가 반도체 사업 50주년을 기념해 회사의 정신적 지주인 '반도체인의 신조'를 새로 만든다. 글로벌 반도체 업계 내 지각 변동 속에서 '초격차' 경쟁력을 회복하고 시대변화에 걸맞은 혁신을 추구하기 위함으로 풀이된다.
23일 업계에 따르면 삼성전자 반도체 사업을 맡고 있는 디바이스솔루션(DS) 부문은 'DS인의 일하는 방식'을 제정하고자 사내 공고를 통해 임직원 의견을 모으고 있다.
삼성 관계자는 "지금의 삼성 반도체를 만든 저력은 '반도체인의 신조'"라며 "어떠한 마인드와 방식으로 일해야 하는지를 명확히 제시해 수많은 도전과 위기 속에서도 흔들림 없이 성장할 수 있는 기반이 됐다"고 말했다.
삼성은 이를 바탕으로 △1986년 1Mb D램 개발 △1992년 세계 최초 64Mb(메가비트) D램 개발 △1993년 메모리 반도체 시장 점유율 세계 1위 등 성과를 달성했다.
반도체인의 신조는 지금도 삼성 반도체 사업장 곳곳에서 확인할 수 있다.
다만 삼성은 최근 반도체 기술과 시장 트렌드가 급변함에 따라 그간 삼성 반도체의 구심점이 됐던 반도체인의 신조를 계승하되 '앞으로의 50년'을 위해 새롭게 일하는 방식을 만들기로 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는 최근 삼성 반도체가 겪는 위기와도 무관치 않다.
삼성전자는 최근 AI 시장 확대로 급부상한 고대역폭 메모리(HBM) 시장에서 SK하이닉스에 주도권을 빼앗긴 상태다. 파운드리(반도체 위탁생산) 사업의 경우 글로벌 1위인 대만 TSMC와의 격차가 점점 벌어지고 있다.
3분기 실적 눈높이가 하향 조정되는 가운데 유가증권시장에서 삼성전자의 주가는 52주 신저가를 연일 경신하며 6만원대로 주저앉았다.
지난 7월 창사 이래 처음으로 노조가 파업에 돌입한 데 이어 최근에는 방사선 피폭 사고 여파로 노사 갈등도 이어지고 있다.
이런 가운데 지난 5월 반도체 구원투수로 전격 투입된 전영현 DS부문장(부회장)은 삼성 반도체의 초격차 경쟁력을 회복하기 위한 방안을 마련하는 데 집중하고 있다.
전 부회장은 경쟁력 강화 방안의 일환으로 '반도체 신(新)조직문화'(C.O.R.E. 워크) 조성을 제시했다. 이는 문제 해결·조직간 시너지를 위해 소통하고, 직급·직책과 무관한 치열한 토론으로 결론을 도출하며 문제를 솔직하게 드러내 데이터를 기반으로 의사 결정하고 철저하게 실행한다는 의미다.
삼성전자 관계자는 "과거와 다른 환경 속에서 삼성 반도체는 또 한 번 중요한 전환점에 서 있다"며 "반도체인의 신조도 '넥스트 50년'에 맞는 새로운 모습으로 재탄생해야 할 때"라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