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의 국주(國酒)’로 불리는 마오타이그룹이 상장 23년 이래 처음으로 자사주 매입·소각 카드를 꺼내들었다. 중국 경기 불황 속 고급 바이주(白酒, 고량주) 판매가 부진하며 주가가 곤두박질 치는 가운데서다.
마오타이그룹 산하 상장사인 구이저우마오타이는 22일 "최저 30억 위안에서 최고 60억 위안(약 1조1359억원)어치 자사주를 매입할 계획"이라며 등록자본금을 줄이기 위해 해당 주식을 소각할 것"이라고도 전했다.
구이저우마오타이의 자사주 매입가격 상한선은 주당 1795.78위안으로 예상된다. 이를 환산하면 약 168만~334만주를 매입하는 것으로, 현재 구이저우마오타이 전체 발행주식의 약 0.13~0.27%에 상당하는 양이다.
중국 베이징상보는 이번 자사주 매입 소각 계획은 마오타이가 상장 이래 23년 만에 처음으로 추진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로써 구이저우마오타이는 주주총회에서 승인을 거친 후 12개월 이내 자사주 매입을 진행하게 된다. 자사주 매입 계획이 완료되면 구이저우마오타이는 올해 중국 본토증시 '자사주 매입왕'에 등극할 전망이다.
마오타이가 자사주 매입 소각에 나선 것은 주가 하락 방어 목적이 크다. '중국 증시 대장주'로 불리는 마오타이 주가는 올 들어 곤두박질쳤다. 지난 20일 종가 기준 주당 1263.92위안까지 하락했다. 올 들어서만 주가가 약 25% 빠진 것. 주가 하락으로 중국 증시 시가총액 1위 자리도 뺏기고 차이나모바일, 공상은행, 건설은행에 이은 4위로 내려앉았다.
마오타이 주가 하락은 중국 경제 불황 영향 탓이다. 중국 국빈 만찬의 접대 술로 꼽히는 마오타이는 매년 가격 상승세를 이어왔다. 워낙 브랜드 가치가 높고 희소성이 있어서 중국에서는 투자 자산 대접을 받을 정도로 술 이상의 의미를 갖기 때문이다.
그간 경기 침체에도 별 영향을 받지 않아 투기꾼들의 사재기가 끊이지 않았지만 최근 부동산 경기 침체가 장기화하면서 내수 부진 여파로 고급 술 시장이 충격을 받았다.
올해는 중추절(중국 추석)과 국경절 연휴가 껴있는 9~10월이 고급 바이주 성수기임에도 마오타이 제품 가격은 좀처럼 반등하지 않고 있다. 보도에 따르면 올해와 지난해 중추절 연휴 마오타이 주력 제품인 페이톈 53도수 500㎖ 제품 도매가를 비교해보면 박스포장과 낱개 판매 기준 병당 각각 3000위안, 2700위안으로, 전년보다 610위안, 400위안씩 하락했다.
다만 일각에서는 현재 중국 경기 불황 속 마오타이가 자사주 매입에 의존해서는 주가 반등을 이뤄내기 쉽지 않으며 실적 개선, 지배구조 최적화 등이 동반돼야 시장가치의 안정적 성장을 이뤄낼 수 있다는 지적도 있다.
또 구이저우마오타이의 자사주 매입 규모가 중국 본토 증시에서는 최대지만, 홍콩증시에 상장된 중국 빅테크(인터넷 대기업)인 텐센트에 훨씬 못 미친다는 분석도 있다. 텐센트는 주가 방어를 위해 올 들어서만 844억 위안어치 자사주를 매입했다. 텐센트 주가는 올 초와 비교해 현재 34% 가까이 올랐다.
사실 올 들어 중국 증시 불황 속 상장사들의 자사주 매입 행렬이 이어지는 모습이다. 중국 증권감독관리위원회에 따르면 올 들어 8월까지 중국 본토 증시에서 약 1900곳 상장사들이 자사주를 매입했으며, 총 매입액만 1300억 위안이 넘는 것으로 집계됐다.
시장조사업체 윈드사에 따르면 올해 자사주 매입 규모로 '톱3' 상장사는 중국 폐쇄회로TV(CCTV) 1위 업체 하이캉웨이스(하이크비전), 제약사 야오밍캉더(우시앱텍), 태양광 기업 퉁웨이로 각각 28억9400만 위안, 20억2000만 위안, 17억9700만 위안씩 매입했다. 이들 3개사 주가는 올 들어서만 각각 25%, 43%, 26% 하락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