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지도부가 최근 경기 불황 속 창업과 혁신에 활기를 불어넣기 위해 벤처캐피털 산업을 적극 육성하겠다는 의지를 내비치고 있다.
중국 관영 신화통신에 따르면 리창 중국 총리는 18일 국무원 상무회의를 주재해 창업투자 발전을 촉진하기 위한 조치를 검토했다. 회의는 "벤처투자는 과학기술 혁신과 산업 고도화, 고품질 성장과 직결된다"며 벤처투자의 자금조달부터 투자·관리·엑시트(회수)까지 모든 과정에서 막힌 부분을 뚫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중국 국무원이 앞서 6월 벤처캐피털 투자 확대 대책 문을 내놓은 지 약 석 달 만에 또다시 벤처캐피털 투자 활성화를 강조한 것이다. 앞서 6월 문건에는 벤처캐피털 운영 기관과 펀드 육성을 가속화하고 세금 우대 등 혜택을 강화하는 한편 외국인 투자자들에게 벤처캐피털 투자 참여 문호를 개방한다는 내용 등이 담겼다.
이는 최근 중국 정치·경제 압박 속 벤처캐피털 자금이 고갈되면서 중국 신규 기업 설립 수가 급격히 감소하는 등 중국 벤처투자 업계가 침체된 것과 연관이 있다.
중국 데이터 제공업체 IT쥐쯔에 따르면 2018년 중국 신규 설립 스타트업만 5만1302곳에 달했으나, 지난해 말 1202개로 급감했다. 벤처캐피털 펀딩도 쪼그라들었다. 벤처캐피털의 위안화 펀드 조성액은 2017년 최고치인 1250억 달러에서 지난해 164억 달러로 8분의1 가까이 줄었다.
사실 코로나19 팬데믹 이전까지만 해도 중국은 미국에 이은 세계 2대 벤처캐피털 투자처였다. 중국의 창업 혁신이 활기를 띠면서 청년들은 제2의 알리바바나 텐센트를 꿈꾸며 창업에 도전했다.
중국의 제로코로나 봉쇄정책, 부동산 경기 불황, 주식시장 침체, 그리고 미·중 지정학적 갈등에 따른 글로벌 자금 유출, 중국 공산당의 기업 규제 단속 강화가 벤처투자 업계를 망가뜨렸다는 분석이 나온다. 투자금이 빠져나가면서 중국 벤처시장은 현재 국영펀드 중심으로 이뤄지는 상황이다. 영국 파이낸셜타임스(FT)는 현재 중국 벤처캐피털 시장에서 국유 자본이 약 80%를 차지하고 이들은 상대적으로 위험도가 낮은 첨단 제조업에 투자하고 있다며 이는 리스크가 높으면서 잠재력이 큰 기업에 투자한다는 벤처캐피털 정신에 위배된다고 지적했다.
진커위 런던정경대(LSE) 교수는 FT를 통해 "벤처투자는 중국의 기업가적 역동성을 북돋우는 데 중요한 역할을 했다"며 하지만 최근 글로벌 투자 유출과 중국 기업가치 하락은 중국 국가혁신 발전에 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우려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