밥은 비만의 주범이 아니라 건강 유지에 꼭 필요한 음식이라고 강조해도 식문화, 식습관이 변해버린 현대인의 마음을 돌리기엔 어려움이 있다. 그러나 가공용 쌀 소비는 증가세라고 하니 이 부분을 주목해 볼 필요가 있다. 변화하는 현대인의 식문화 소비 트렌드에 맞는 관련 정책이 뒷받침되고 연구개발(R&D)이 동반된다면 올바른 식문화 견인과 국민 건강에 도움이 되는 훌륭한 개발 성과가 나올 것이다.
필자는 우리나라 먹거리 관련 R&D를 주도하는 농촌진흥청이 지난 6월 초 출범시킨 '민·관 농업과학기술 혁신위원회'에 민간 전문가로 참여하고 있다. 위원들은 각자 농식품, 기능성·바이오, 공학뿐 아니라 의약학, 정보기술(IT), 광고학, 인문학 등 다양한 분야에서 전문지식과 현장 실무를 두루 갖춘 중견 전문가들이다. 농업과학기술 발전을 위한 중장기 R&D 계획과 농업연구개발의 방향성을 제시하고 함께 검토하고 선한 자극과 변화를 이끌며 민간 연구개발 활성화 기술 및 정책 제언 등의 역할에 대한 포부를 갖고 출범했다.
지난 8월 27일에는 수원 소재 농촌진흥청 국립식량과학원 중부작물부를 방문해 쌀, 보리, 잡곡 등을 이용한 가공 기술 및 제품화 연구 현황을 들었다. 식량작물의 가치를 발굴하고 농업인, 산업체가 공생할 수 있는 '생산-가공-소비'가 연계된 선순환 네트워크를 구축했으며 개발된 기술을 활용해 농산업체에 주기적으로 지원하기 위한 협의체도 운영하고 있었다.
쌀 가공품의 차별화 노력도 아끼지 않았는데 농진청에서 기술 이전 받은 '쌀 유산 발효물 제조 기술'이라는 R&D 결과물을 활용한 라이스칩 제품이 2021년 농림축산식품부 주관 우수 쌀 가공식품 TOP 10에도 선정되는 등 수상 경력도 돋보였다. '쌀은 곧 밥'이라는 통념을 깨고 새로운 출구 전략을 내세워 소비자 입맛을 사로잡은 전략이 주효했다. 이러한 성과는 농진청 R&D 결과물인 쌀 가공 기술이 든든히 받쳐주었기 때문에 가능했다.
흔히 농업은 힘들고 돈도 안 되는 소외된 분야라는 선입견이 있다. 지금은 아니다. 우리 농업은 첨단산업과 융합하고 민간과의 협업을 통해 지속해서 혁신을 꾀하고 있다. 농진청이 환경과 시대 변화에 맞게 더 혁신적인 연구로 농업·농촌뿐 아니라 국가 발전과 국민 건강과 삶의 질을 높이는 데 기여하는 중심 기관이 되길 기대해 본다. 농업이 경쟁력을 갖춘 산업으로 지속적인 발전을 할 수 있는 원동력은 R&D에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