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달 앞으로 다가온 10·16 영광·곡성군수 재선거를 두고 더불어민주당과 조국혁신당의 신경전이 달아오르고 있다. 민주당은 혁신당이 보궐 선거에 후보를 낸 것 자체가 "'지민비조'(지역구는 민주당, 비례는 조국혁신당)에 역행하는 행위"라고 평가하고 있는 한편, 혁신당은 민주당에 "낡은 기득권 논리"라고 맞서고 있다. '호형호제'하던 두 정당의 사이가 호남 대전 이후 어떻게 변화할지 관심이 쏠린다.
18일 정치권에 따르면 혁신당은 이번 보궐선거에서 인천 강화를 제외하고 전남 영광·곡성과 부산 금정 등 3곳에 후보를 냈다. '수권 정당', '대중 정당'을 목표로 하는 만큼 지방선거의 전초전인 이번 재보궐선거를 그냥 넘어갈 수 없단 판단에서다. 그러나 이로 인해 민주당과 전면전을 치르게 되면서 야권 내 불편한 기류가 흐르고 있다.
영광에서 장현 후보가 민주당을 탈당한 뒤 혁신당 소속으로 군수 후보 공천을 받은 것을 두고도 양당 간 설전이 오갔다.
앞서 민주당은 혁신당이 장 후보를 영광군수 후보로 확정한 것을 겨냥해 '이삭줍기'라고 비판했다.
이에 대해 황 원내대표는 "부적절하고 저급한 표현"이라며 "170석이나 가진 거대 정당의 품격에 맞지 않다"고 맞받았다.
정춘생 원내수석부대표 역시 "(민주당이) 징계 대상이라고 말해 마치 큰 잘못 또는 비리를 저지른 것으로 보이지만, (장현 후보는) 특정 후보를 밀어주려는 당내 상황을 강도 높게 비판하는 과정에서 민주당을 탈당한 것"이라고 반박했다.
그러면서 민주당의 '호남 독점 폐해론'을 들어 혁신당이 대안 정당이 될 수 있다고 주장했다. 정 원내수석부대표는 "영광을 조사했더니 2010년 지방선거 이후 2011년도부터 현재까지 재보궐선거만 32건 있었다. 내년에는 목포에서 또 있다고 한다"며 "이건 '일당 독점 폐혜'로밖에 설명이 되지 않는다. 뛰어난 후보를 공천하는 경쟁을 통해 호남 유권자들에게 좋은 후보를 선택할 기회를 줘야 한다"고 강조했다.
또 혁신당의 행보가 향후 대선에서 야권 진영의 외연 확장에 도움이 될 것이라는 견해도 제시됐다. 황 원내대표는 "독점은 절대로 바람직하지 않다. 독점은 부패다"라며 "혁신당과 민주당이 연대하면 호남에서 외연 확장도 할 수 있다. 기초단체장 3명 나오는 재보선에서 혁신당을 키워주면 민주당도 대선 때 큰 도움을 얻지 않겠느냐"고 설명했다.
이어 "혁신당이 후보를 안 냈으면 좋겠다는 듯한 민주당의 주장은 민주적 원리에 반하고, 호남 유권자들에게도 전혀 도움이 되지 않는 낡은 기득권 논리"라고 덧붙였다.
민주당은 승리를 예상하면서도 상황을 예의주시하고 있다. 최근 나온 여론조사가 혁신당에게 우세한 결과를 보이고 있기 때문이다. 뉴스1 광주전남취재본부가 남도일보, 아시아경제 호남취재본부와 함께 리얼미터에 의뢰해 지난 10∼11일 진행한 영광군수 재선거 여론조사 결과 장현 혁신당 후보가 30.3%로 장세일 민주당 후보(29.8%)보다 0.5%포인트(p) 높게 나타났다.
이에 전남에 지역구를 둔 민주당 의원들은 영광과 곡성에 상주하는 이른바 '상주 선거운동'에 나섰다. 순천광양곡성구례을을 지역구로 둔 권향엽 의원은 이날 추석 기간 호남 지역 민심을 청취한 보도자료를 내며 "곡성 민심은 '그래도 민주당'"이라고 강조했다.
지도부 차원에서는 이재명 대표의 브랜드 정책인 '에너지 고속도로'를 영광과 곡성 지역에 발표하며 '호남 홀대론'에 맞설 계획이다. 민주당 지도부 핵심 관계자는 "영광과 곡성은 에너지 고속도로를 하기에 안성맞춤인 지역이라 그쪽에 집중된 정책을 이번 선거에서 내놓을 것"이라고 밝혔다.
혁신당의 행보를 "이해할 수 없다"며 '야권 분열'로 평가하고 있는 기류도 나타났다. 또 다른 지도부 핵심 관계자는 "혁신당은 총선 때 '지민비조'를 외쳤는데, 영광과 곡성에 후보를 낸 것은 그 정체성에 역행하는 행태"라며 "'소탐대실'(小貪大失)이라 생각한다. 탄핵 등에 앞장서서 윤석열 정권 심판을 외치지 않으면 정의당의 길로 가지 않을까 싶다"고 언급했다.
한편 영광군수 재선거 여론조사는 영광군민 500명을 대상으로 95% 신뢰수준에 표본오차 ±4.4%p, 응답률 11.1%, ARS휴대전화조사(통신 3사 가상번호 100%)로 진행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