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주초대석] "ETF는 원래 장기 투자 수단…은퇴후 안정적인 소득 제공할 것"

2024-09-19 06:00
  • 글자크기 설정

김남기 미래에셋자산운용 ETF운용부문 대표

美주식형 이어 예비 은퇴자 겨냥한 ETF 출시

투자 시 순자산 크고 거래량 많은 것 골라야

낮은 보수에 숨은 비용 못 보면 매매 시 손해

'시장 예측' 경계해야… S&P500도 올인 금물

사진김남기 미래에셋자산운용 ETF운용부문 대표 사진미래에셋자산운용
김남기 미래에셋자산운용 ETF운용부문 대표 [사진=미래에셋자산운용]

국민연금 적립기금 고갈 가능성 우려가 이어지면서 노후소득 보장 방안에 대한 국민적 관심이 환기되고 있다. 김남기 미래에셋자산운용 ETF운용부문 대표는 운용자산 규모 200조원을 바라보는 국내 상장지수펀드(ETF) 시장이 은퇴자들에게 안정적 노후를 뒷받침할 기반이 될 것으로 보고 'ETF 투자로 노후를 준비하라'는 투자 철학을 제안한다.

김 대표는 2003년 삼성자산운용에서 ETF 커리어를 시작해 2019년 미래에셋자산운용으로 자리를 옮긴 뒤 국내 최초 현물형 S&P500 ETF를 출시했다. 이를 비롯한 미국 ETF 투자 붐이 국내 ETF 시장 급성장을 이끌고 있다. 그가 이끄는 팀 TIGER(미래에셋자산운용 ETF 브랜드명)는 세계 최초 '+% 타깃 프리미엄' 등 각종 월배당 ETF를 '연금 인출 솔루션' 개념으로 선보이며 은퇴자와 예비 은퇴자를 위한 상품 출시에 집중하고 있다.
김 대표는 "당장 팔릴 만한 상품이 아닌 장기적으로 노후를 준비할 수 있는 상품을 제공하는 데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다음은 김남기 대표와 일문일답한 내용. 
 
-TIGER를 기점으로 미국 주식 ETF 투자 열풍이 일기 시작했다.
 
"코로나19 전까지 국내 ETF 시장은 코스피와 코스닥 지수를 추종하는 레버리지·인버스 위주였다. 2019년 11월 미래에셋자산운용으로 자리를 옮기면서 잦은 트레이딩 문화를 선진국처럼 장기 투자 문화로 바꿔보고 싶었다. 그러나 우리나라 주식시장은 박스권에 갇혀 있어 장기 투자를 하기에는 현실적으로 어렵다고 판단했다. 

ETF는 원래 장기 투자 수단이다. 미국은 401K(미국형 퇴직연금)를 통해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500에 꾸준히 투자하면서 증시가 우상향한다.

발 빠른 투자자들은 이미 코로나19 전부터 애플 등 미국 기업에 직접 투자를 많이 하고 있었다. 주로 고액 자산가들이 미국 시장에 투자를 해왔다. 국내 일반 투자자도 손쉽게 미국 주식에 투자할 수 있는 상품을 만들어 보자는 취지에서 S&P500 등 우리나라 시간에 미국 인기 종목을 거래할 수 있는 ETF를 상장했다. 
 
코로나19로 인한 언택트 붐 효과로 유튜브 등에선 나스닥 적립식 매수가 화제가 됐다. 타이밍이 좋았다. 장기 우상향하는 모습을 진짜 실제로 보여주면서 투자자들도 미국 장기 투자에 대한 신뢰가 생겼다. TIGER라는 이미지가 이제 미국 ETF 투자 상징이 되면서 선순환이 됐다."
 
-S&P500, 다우존스, 나스닥100 지수를 활용한 미국 주식형 ETF를 커버드콜·월배당 등으로 단기간에 다양하게 선보였다. 미리 구상한 것인가.
 
"필라델피아 반도체 테크TOP10까지는 미리 구상하고 있었다. 이후 국내 투자자들이 좋아할 만한 글로벌 ETF를 하나씩 소개해보자는 취지로 2022년 하반기부터는 2030세대들이 연금자산용으로 투자할 수 있는 ETF를 소개하기 시작했다.

예비 은퇴자를 위한 '연금인출 솔루션'은 여태 쌓아 놓은 자산으로 노후를 안정적으로 보내자는 차원에서 월분배 ETF를 출시했다. 최근에는 커버드콜 ETF까지 월배당형으로 나왔다." 

-커버드콜ETF도 월배당 상품으로 나오면서 큰 관심을 받았다.

"베이비 부머 세대인 1960년대생이 은퇴를 하는 시점이 왔다. 당시 많을 때는 한 해에 100만명씩 태어났는데 이제는 매년 100만명씩 은퇴자들이 증가한다는 뜻이기도 하다. 은퇴자는 소득이 끊기고 연금으로 생활해야 하는데 2030세대처럼 필라델피아 반도체 종목을 사는 것은 아니라고 본다. 어떻게 하면 내 원금 자산을 최대한 유지하면서 잘 쓸 수 있을까 등 전략이 필요하다. 
 
그 중심에 월 분배가 있다. 주식형, 리츠형, 채권형도 있고 이제는 커버드콜 상품도 나왔다. 최근 커버드콜이 인기 있었던 이유는 과거 커버드콜 상품은 하락 방어는 됐는데 시장이 상승할 때는 그만큼 따라가지 못했다. 
 
지금 나온 커버드콜 상품은 시장 상승 시 90% 이상 추종해 과거 커버드콜 상품의 단점을 상당 부분 보완했다. 다만 최근 15%, 12% 수익률이 상품명에 적혀 있는데 이는 확정 수익률이 아니다. 또 투자자가 들어온 시점마다 원금이 다른데, 원금 기준으로 15%가 아닐 수 있다. 금융당국이 투자자 보호 차원에서 상품명에 숫자를 빼라고 했는데 적절했다고 본다." 

-다만 상품이 굉장히 많아 투자자로서는 혼란스럽다.

"순자산이 크고 거래량이 많은 ETF를 고르는 것이 가장 좋다. 순자산이 크다는 것은 개인과 기관 등 투자자들이 이미 많은 거래를 통해 상품 검증이 됐다는 것을 의미한다.

추적오차(ETF 순자산가치와 지수의 차이)와 괴리율(ETF 순자산가치와 시장가격의 차이)이 작은 상품이 펀드매니저가 운용을 잘한 ETF라 할 수 있다. 그러나 현재 상장된 ETF가 900개에 가깝다 보니 투자자들이 이 모든 ETF 괴리율과 추적 오차를 비교하는 게 사실상 거의 불가능하다.
 
기관투자자는 전문적인 스크리닝을 통해 해당 ETF가 제대로 잘 관리되고 있는지 검증한 다음에 투자를 한다. 순자산이 크다는 것은 그만큼 투자자에게 검증을 받았다는 거다. 또 거래량이 많은 상품은 괴리율 없이 거래가 잘되고 있다는 의미다."

-ETF 운용보수만 보고 들어가는 투자자도 많을 것 같다.
 
"보수만 보면 안 된다. ETF 경쟁이 심해지면서 운용사들이 앞다퉈 보수를 인하하고 있다. 투자자는 보수가 저렴한 상품을 사면 된다고 생각하지만 기타 비용이 높아 매매 시 손해를 훨씬 더 많이 볼 수 있다.

예를 들어 보수가 낮지만 거래량 등이 적어 가격 관리가 잘 안 되는 상품을 1만원에 살 수 있는데 1만1000원에 매수할 수 있다. 또 1만원에 팔아야 되는데 팔 때는 또 매수 수요가 없어 9000원에 파는 사례가 있을 수 있다. 처음에는 보수가 낮다고 해서 저렴하게 ETF를 골랐다고 생각하지만 막상 매매를 하면서 손해를 볼 수 있다.

매매에 따른 비용, 펀드 감사 비용 등 ETF에는 눈에 보이지 않는 비용이 있다. 순자산과 거래량을 보면서 투자하는 것이 훨씬 현명한 선택이다."

-한국판 SPY·SCHD ETF가 나왔지만 여전히 미국 ETF에 직접 투자하는 이들이 많다. 환율 노출, 세금 등에서 불리할 텐데 왜 직접 투자를 선호할까.

"해외 ETF에 직접 투자하는 것을 선호하는 이유 중 첫 번째는 세금 때문이다. 해외 주식 투자로 250만원 이상을 벌면 양도소득세(22%)를 내야 한다. 22%는 고정된 숫자다. 국내 일반 계좌를 통해 투자하면 배당소득세(15.4%)를 내고, 금융소득이 2000만원 넘어가면 금융소득종합과세를 추가로 낸다. 투자자로서는 고정된 세금이 더 깔끔하다고 생각한다. 양도소득세 22%를 내고, 투자 손실도 상계된다.

두 번째로 미국은 레버리지와 인버스 3배도 투자 가능하다. 우리나라는 레버리지와 인버스 투자를 하려면 교육을 받아야 하는데, 해외 ETF 투자는 교육이 없다.  

폭락장에서 투자자들은 더 공격적으로 매수를 하고 싶어한다. 국내는 투자자 보호를 명목으로 여러 조치가 있다. 이런 차원에서 금융당국은 투자자들이 해외 레버리지·인버스 투자 시 국내처럼 똑같이 교육을 받게 하는 등 점검이 필요하다."

-올해 들어 미국 증시 급등락이 잦아졌다.
 
"장기 투자자는 '시장을 예측하려는 태도'를 가장 경계해야 된다. 상반기 엔비디아 등 인공지능(AI) 관련주가 이례적으로 급등했다. 지금 조정은 오히려 건강하다고 본다. 

매매 시점은 몇 번 맞힐 수 있다. 그러나 지금처럼 시장이 금방 회복됐을 상황을 보자. 빠른 회복을 예상하지 못하고 미리 주식을 팔면 그때부터 매매 타이밍이 꼬이게 된다. 이제는 가격이 올라도 주식을 사지 못하게 될 수 있다.
  
시장 변동성이 심해졌을 때 내 주식이 언제 가격이 빠질지, 일시적인 현상인지 등 시장을 예측하면 안된다. 대신 내가 들고 있는 자산이 장기적으로 들고 있어도 되는 우량한 자산인지에 대해 점검해야 한다. 만약 특정 종목이라면 재점검이 필요하다. 시장이 10% 하락했을 때 해당 종목이 30% 빠졌다면 이 종목만 그런 것인지 등을 따져봐야 한다. 만약 자신이 들고 있는 자산이 S&P500라면 마음이 편할 것이다." 

-장기 투자를 강조하는데, 버티는 전략은.

"예측하지 못한 일이 발생하더라도 내가 이 자산을 팔지 않고 계속 꾸준히 가져갈 수 있는 만큼 정도로만 투자하면 된다. S&P500이라도 올인하면 안 된다. 투자 비중은 나이와 자산 규모 등 상황에 따라 다르다. 중요한 것은 장기 투자를 할 수 있는 투자 비중을 확보해야 하는 것이다. S&P500 지수가 연평균 10% 넘게 올랐다고 해서 모든 자산을 다 넣는다면 저번처럼 폭락 장세가 왔을 때 버틸 수 없다.

결혼 자금, 전세 자금 등이 필요해 돈을 인출하려 했을 때 막상 시장이 나쁠 수 있다. 결국 예금에 넣어둔 것보다 못한 수익률을 거둔 셈이다. 하락장도 버틸 만한 자금과 꾸준한 투자가 중요하다. 이게 없으면 시장을 예측하려고만 하게 된다."

©'5개국어 글로벌 경제신문' 아주경제. 무단전재·재배포 금지

0개의 댓글
0 / 300

로그인 후 댓글작성이 가능합니다.
로그인 하시겠습니까?

닫기

댓글을 삭제 하시겠습니까?

닫기

이미 참여하셨습니다.

닫기

이미 신고 접수한 게시물입니다.

닫기
신고사유
0 / 100
닫기

신고접수가 완료되었습니다. 담당자가 확인후 신속히 처리하도록 하겠습니다.

닫기

차단해제 하시겠습니까?

닫기

사용자 차단 시 현재 사용자의 게시물을 보실 수 없습니다.

닫기
공유하기
닫기
기사 이미지 확대 보기
닫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