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만 일각에서는 재정준칙이 도입될 경우 지출이 줄어들 가능성이 크다고 우려한다. 세입 기반을 확충이 최우선이라는 지적도 나온다.
쌓이는 나랏빚에 정부·여당 '재정준칙 필요' 한목소리
16일 기획재정부 등에 따르면 정부·여당은 재정건전성 확보를 위해 재정준칙 법제화를 추진하고 있다. 정부가 추진하는 재정준칙은 국내총생산(GDP) 대비 관리재정수지 적자 비율을 3% 이내로 관리하는 것을 골자로 한다. 관리재정수지는 정부의 총수입에서 총지출을 제외한 통합재정수지에서 사회보장성기금을 빼 정부의 실질적인 재정상황을 보여주는 것이다. 이는 나랏빚이 쌓이고 있다는 판단에서다. 기재부의 재정동향 9월호를 살펴보면 지난 7월 말 기준 중앙정부 채무 잔액은 1159조3000억원으로 지난해 말보다 66조8000억원 늘었다. 같은 기간 관리재정수지 적자도 83조2000억원을 기록해 전년 동기 대비 15조3000억원 늘었다.
정부는 재정준칙 법제화를 통해 재정건전성을 확보해야 한다는 입장이지만 국회 논의는 지지부진하다. 관련 내용을 담은 법안은 지난 국회에서 임기만료로 폐기됐다. 21대 국회에 제출된 법안은 GDP 대비 관리재정수지 적자 폭을 3% 내로 줄이는 한편 국가채무비율이 GDP 대비 60% 넘어설 경우 관리재정수지 적자 폭을 2%로 묶는 내용을 담았다.
정부도 올해 국회에 제출한 내년도 예산안에서 관리재정수지 적자 규모를 2.9%로 설정했다. 김윤상 기재부 2차관은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38개국 가운데 한국과 튀르키예만 재정준칙 도입 경험이 없다"며 "재정적자 지속, 국가채무 증가, 구조적인 재정 위험 등에 대응하기 위해 재정준칙의 조속한 법제화가 필요하다"고 밝힌 바 있다.
여당도 재정준칙이 필요하다는 입장이다. 추경호 국민의힘 원내대표는 최근 교섭단체 대표연설에서 "국가의 내일과 청년의 미래를 생각한다면 야당도 건전재정을 위한 재정준칙 법제화에 함께해 줄 것"을 촉구했다.
지출 줄인 재정준칙 '한계'…"세입 기반 확보 우선해야"
하지만 올해도 관리재정수지 적자 비율이 재정준칙에 부합하지 않을 가능성이 큰 만큼 실효성에 의문을 표하는 목소리도 크다. 정부는 올해 예산을 짜면서 관리재정수지 적자 규모를 3.9%로 계획했다. 그러나 지난해 기업 실적 악화 영향에 법인세 수입이 주춤하면서 적자 폭이 더욱 커질 가능성도 있다.내년 관리재정수지 적자 폭은 3% 이내로 묶었지만 재량 지출 증가율은 0.8%에 그쳤다. 경기 마중물 역할을 위한 재정의 역할을 방기했다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
일각에서는 3%라는 숫자에 매몰돼 지출을 줄이는 방식의 재정준칙 도입에는 한계가 있다고 말한다. 정세은 충남대 경제학과 교수는 "경기가 좋지 않은 상황에서 재정준칙이 도입될 경우 지출 축소로 이어져 경제성장 동력만 훼손하게 될 가능성이 크다"며 "세입 기반을 확충한 뒤 적극적인 재정정책이 필요한 시점으로 보인다"고 밝혔다.
하준경 한양대 경제학부 교수도 "재정의 지속가능성을 위해 재정의 역할이 필요할 수 있지만 이를 재정준칙이 가로막을 가능성도 있다"며 "거시경제의 안정적인 성장이 최우선인 만큼 (관리재정수지 적자 규모를) 수치로 못 박기 보다 지속가능성에 대한 규범으로서의 준칙을 고려하는 방안이 필요할 것"이라고 제언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