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실상 일본 총리를 뽑는 차기 집권 자민당 총재 선거에 나선 후보 중 현 시점에서 가장 유력한 인물로 꼽히는 고이즈미 신지로 전 환경상이 외교 정책에 대한 생각을 밝혔다. 그는 지난 13일 열린 기자회견에서 기시다 후미오 현 정권의 외교정책을 이어가겠다는 생각과 함께 북한과도 전제 조건 없는 대화에 나설 뜻이 있음을 언급했다.
이날 자민당 본부에서 열린 후보자 합동 기자회견에서 고이즈미 전 환경상은 "기시다 내각의 외교 기본 축을 절대 벗어나지 않을 것"이라고 밝혔다. 미국 대선 결과와 관계없이 미일 동맹을 강화하고 일본과 가치를 공유하는 국가와의 협력도 계속 이어가겠다고 말했다.
특히 고이즈미 전 환경상에게는 북한과의 외교 방침에 대한 관심도 모이고 있다. 부친인 고이즈미 준이치로 전 총리가 일본인 납북자 문제 해결을 위해 2002년과 2004년 평양을 방문해 두 차례에 걸쳐 김정일 국방위원장과 정상회담을 가진 역사가 있기 때문이다.
1981년생인 고이즈미 전 환경상과 1984년생으로 알려진 김 위원장은 같은 40대 초반으로 세대를 공유한다.
이밖에도 그는 자민당을 뒤흔든 '비자금 스캔들' 문제의 진상 규명을 위한 재조사에 대해서는 "엄격한 당의 처분이 내려졌다"면서 "새로운 사실이 밝혀질 경우 재조사가 있을 수 있다"며 소극적인 의견을 제시했다. 재조사 문제에 대해서는 다른 후보들도 대체로 부정적인 입장이다.
한편 고이즈미 전 환경상은 12일 선거 고시 이후 첫 연설 도중에 그동안 밝히지 않았던 가정사를 공개하며 인간적인 면모를 부각하기도 했다. 아버지의 이혼, 그리고 올해 처음 자신의 생모를 만난 이야기를 털어 놓은 것이다.
이와 관련해 산케이신문은 "그(고이즈미 전 환경상)가 공개 석상에서 신상 이야기를 하는 경우는 극히 드물다"고 전했다.
증조부를 시작으로 4대째 이어지고 있는 세습 정치가 집안에서 자란 고이즈미 전 환경상은 2009년 중의원 의원으로 첫 당선된 후 5선 의원으로 활동하고 있다. 이번 자민당 총재 선거에 출마한 후보 9명 가운데 가장 젊은 나이로, 당선되면 44세에 총리가 된 이토 히로부미의 기록을 깨고 일본 역사상 최연소 총리가 된다.
고이즈미 전 환경상은 각종 여론 조사에서 이시바 시게루 전 자민당 간사장과 지지율 1,2위를 타두고 있다. 다만 후보 난립으로 결선(2차) 투표까지 가게 될 가능성이 높은데, 이 경우 고이즈미가 더 유리하다는 관측이 나온다. 2차 투표에서는 자민당 국회의원(현재 367명)과 47개 도도부현(광역자치단체)이 투표권을 갖기 때문에 의원들 사이에서는 인기가 없는 이시바가 불리할 것으로 보고 있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