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당국이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 부실 사업장 정리에 나서며 구조적인 체질 개선이 필요하다는 데 각 부처가 한목소리를 내고 있다. 국토교통부가 상장 리츠를 부동산 개발 단계부터 조기 도입하자고 나서며 PF 사업장의 저자본·고부채 구조를 개선할 수 있다는 기대가 나온다.
대구, 천안 등 지방 PF 사업장에서 미분양 가능성과 함께 만기 연장 거부로 기한이익상실(EOD) 전망이 나오는 가운데 리츠를 통해 PF 자기자본 비율을 높이고 부동산 거래를 활성화한다는 취지다.
11일 한국예탁결제원에 따르면 올해 초 1~2월 만기 도래한 사업장 3곳의 자금난이 여전히 해결되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 태영건설이 보증(채무인수)하는 구조로 세워진 특수목적법인(SPC) ‘빅게이트일차’(84억원)와 ‘인라이트제일차’(10억원), ‘샤인시티제일차’(30억원)는 총 124억원어치의 자산유동화 전자단기사채(ABSTB)와 PF 자산유동화기업어음(ABCP)이 발행됐지만 하반기 들어서도 미상환 상태다.
이처럼 태영건설 워크아웃 사태를 기점으로 PF 사업장의 줄도산 위기론이 계속 불거지고 있다. 부동산 PF 평가에서 ‘A1’ ‘보통’ 등급을 받은 서울 강남권 사업마저도 브리지론 만기 연장에 실패하면서 부실 사업장이 증가할 것으로 업계는 보고 있다.
금융당국은 이달부터 부실 우려 평가를 받은 13조5000억원 규모의 부동산 PF 사업장을 경·공매에 부칠 예정이다. 고금리 등 영향으로 사업을 지속하기 어려운 사업장은 경·공매 등을 통해 질서 있는 PF 연착륙을 유도하겠다는 계획이다. 내년 2월 전에는 PF 사업장 구조조정을 마치는 것으로 목표로 하고 있으며 해당 규모만 21조원이다.
이에 대해 관계자는 “고금리를 버티지 못한 사업장들이 하나둘씩 나오고 있다”면서 “금감원이 면밀히 살펴보지 않아도 문제가 알아서 나오는 수준”이라고 말했다.
금융당국의 PF 구조조정 본격화로 대주단들이 본PF 전환을 망설이면서 미분양 사태는 물론 EOD 발생 가능성도 커지고 있다. 한 PF 관계자는 “대구, 천안, 울산, 부산, 인천 등 앞으로 지방 사업장에서 만기 연장 실패로 EOD 사태가 터질 것으로 본다”고 전망했다.
정부는 자구책 마련 중 하나로 리츠를 하나의 대안으로 꼽고 있다. 일명 ‘프로젝트 리츠’를 만들어 리츠가 직접 부동산을 개발해 운영할 수 있도록 개발 단계에서 일반 투자자들이 직접 투자를 할 수 있도록 규제를 완화하자는 방안이다.
사모 방식으로 이뤄지는 ‘프로젝트 리츠’는 개발 단계 리스크를 최대한 해소한 후 일반 투자자에게 공모 기회가 주어질 예정이다. PF 업계가 높은 부채에 시달리는 만큼 시장에 참여자가 더 많아지면서 부채가 해소될 것으로 업계는 기대하고 있다.
조준현 리츠협회 본부장은 "프로젝트 리츠는 주주 개념으로 보면 된다"면서 "청산 후 나머지 이익을 주주들에게 지분만큼 돌려주는 방식으로 간다. 일종의 조합원 방식"이라고 예를 들었다. 이어 조 본부장은 "분양 후 수익을 배당금으로 받는다"면서 "개인보다는 기관이 더 많이 들어갈 것으로 예상된다"고 말했다.
기존 부동산 PF 업계와 리츠 업계는 모두 환영하는 분위기다. 사채 발행 대신 리츠가 도입되면 부채가 아닌 자본으로 회계처리되기 때문에 PF 사업장의 자기자본 확충에 큰 도움이 될 것으로 보인다. 리츠 업계 역시 신규 개발 사업부터 참여할 수 있게 돼 투자 활성화가 기대된다.
김경준 SK D&D 금융파트 부장은 “현재 시장 상황에서 대출 공급, 시공사의 신용보강 리파이낸싱은 근본적인 해결책으로 볼 수 없다”면서 “시장에 나온 매물을 소화할 수 있는 유동성 자금이 필요한데, 리츠, 펀드 등을 통한 유동성 공급 시 사업 청산 때까지 만기, 차환 이슈 없이 진행이 가능해진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