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행권에서 가장 강력한 주택담보대출 규제 방안을 내걸었던 신한은행이 실수요자 예외 요건을 발표하며 대출 문턱을 낮췄다. 가계부채 관리를 촉구하며 은행들을 몰아붙였던 이복현 금융감독원장이 태도를 바꾸며 실수요자 피해가 없도록 조치해 달라고 당부하자 은행권 대출 규제가 일부 완화 기조로 접어든 모습이다.
10일 금융권에 따르면 신한은행은 이날부터 1주택자에 대해 '주택 처분 조건부' 주담대도 취급하지 않는다는 기존 방침에서 한발 물러나 신규 주택 구입 목적 주담대 실행 '당일'에 기존 보유 주택을 매도하는 조건으로 주택 매수 계약을 체결하면 대출이 가능하도록 했다.
신용대출 한도는 실수요자 연 소득 100%까지로 제한하기로 했지만 이를 완화해 연 소득 대비 150%(최대 1억원 이내) 범위 내에서 대출을 허용할 계획이다. 예외 조건은 △본인 결혼 △가족 사망(배우자·직계가족) △자녀 출산 △의료비 등이다. 각 요건을 증빙하는 서류를 제출해야 한다.
앞서 우리은행도 9일로 예정됐던 유주택자 주담대 중단 시행을 앞두고 구체적인 예외 사례를 발표했다. 우리은행이 발표한 내용에 따르면 결혼 예정자와 상속자는 가구원이 주택을 보유하고 있어도 주담대와 전세대출 모두 취급할 수 있도록 예외를 인정했다. 국민은행도 지난 9일 시행된 1주택자 서울·수도권 내 추가 주담대 신규 취급 제한 조치를 발표하며 예외 조항을 두었다. 은행들은 향후 예외 조건에 해당하지 않는 다양한 실수요자 사례에 대해서는 담당 전담팀을 통해 조치할 예정이다.
은행들이 규제 완화 조치를 이어가고 있는 이유는 은행권을 향해 강력한 대출 규제를 주문했던 이 원장이 다소 완화된 태도를 보였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이 원장은 이날 은행장 간담회 이후 "급등하는 가계대출 관리와 관련해 좀 더 세밀하게 의견을 내지 못했다"며 "은행들이 물량 조절 등 적절한 미시적 관리를 통해 (가계대출 억제를) 해주면 좋겠다"고 말했다.
한편 이날 조병규 우리은행장은 손태승 전 우리금융지주 회장 친·인척 관련 부당 대출 사건에 대해 처음으로 견해를 밝혔다. 조 행장은 금감원장 간담회 이후 "수사와 (금감원의) 조사를 잘 받고 있다"며 "임직원들이 성실하게 (검사를) 잘 받고 있으니 결과가 나오는 것을 보고 그때 얘기하겠다"고 말했다.
앞서 금감원은 우리은행이 2020년 4월부터 올해 1월까지 손 전 회장 친·인척과 관련된 법인이나 개인사업자 차주에게 350억원 규모 부당대출을 실행했다는 점을 확인했다고 밝혔다. 이 과정에서 우리은행이 해당 사건을 덮기 위해 고의로 금융사고 보고를 누락했는지 등을 들여다보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