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준표 칼럼] 장치산업, 스마트한 비용 절감으로 부활한다

2024-09-12 09:00
  • 글자크기 설정
현대경제연구원 수석연구위원
[현대경제연구원 수석연구위원]
 
한국, 한강의 기적을 불러일으킨 원동력을 산업 부문에서 찾는다면 무엇이 있을까? MZ 세대들은 핸드폰이나 반도체 등을 꼽을 수 있겠지만, 그것보다 더 이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면, 석유화학, 철강, 시멘트 및 제지 등의 산업의 역할이 없었으면 한국의 지금 모습은 없었을 것이다. 이런 산업을 장치산업 혹은 기간산업(이하 장치산업)이라고 부른다. 장치산업은 엄청난 규모의 생산설비가 필요하고 이러한 설비를 통해 기본적인 중간재가 되는 석유, 화학, 철강, 시멘트 등을 만드는 산업이다.

제조업의 근간이 되는 장치산업의 기반은 일제 식민지로부터의 광복과 건국 시기에는 대부분 북한에 존재했고 남한에는 거의 없었다. 6.25를 거치면서 미국의 원조자금에 의존한 소비재산업 위주로 발전한 한국 산업의 발전 과정을 보면 제조업은 국민의 가장 기초적인 생활 수요를 충족시키는 수준에 머물렀었다. 따라서, 한국 경제를 도약시키는 힘은 부족했고 소비재를 생산하기 위한 원자재나 설비를 수입하는 형태로 진행되면서 상대적으로 수출이 위축되는 결과를 가져왔다.

60년대와 70년대에 수출지향적인 공업화 전략을 추진하면서 이러한 문제점을 해결하는 과정에서 발전소, 고속도로, 항만 등과 같은 사회간접시설을 구축하고 비료, 시멘트, 정유, 제철시설들을 건설하면서 본격적인 공업화를 위한 기반이 마련되었다.

중화학 공업 단지가 조성되고 정책금융을 통해 초기 투자 자금이 지원되었으며, 해외 시장에서 경쟁력을 갖추게끔 과정에서 많은 지원 정책이 추진되었다. 이 과정에서 수출에서 큰 성과를 거둔 기업가들의 맹활약이나 숙련된 기능공 및 기술인력들이 비교적 낮은 임금을 받고 산업 현장에 적시에 투입되는 점도 산업 발전에 도움이 되었다.

장치산업에서의 거대한 생산설비는 공정의 단순화 및 인건비의 절감 등을 통해 단위당 단가를 낮추게 하는 역할을 한다. 따라서, 규모의 경제를 얼마나 효율적으로 달성하느냐, 거대 설비를 얼마나 관리를 잘 하느냐에 따라 산업의 성패가 갈라진다고 볼 수 있다. 즉, 대규모 설비를 이미 설치한 이상, 그 이후에 발생하는 비용 관리에 산업과 해당 기업의 성장과 수익이 결정된다.

그런데, 문제는 최근으로 올수록 기업의 경영을 둘러싼 환경은 복잡다기해졌다는 점이다. 원자재 가격과 에너지 비용의 상승, 인건비의 급등, 공급망을 둘러싼 불확실성 증대 및 무역장벽 등과 같이 어느 한 두 개의 영역을 집중해서 해결될 수 있는 비용 절감 문제가 아닌 것이 되어 버렸다. 기업은 전체적인 비즈니스 모델을 검토할 필요성이 생겼다.

실례로, 인건비 측면만 보아도 인력의 국경 이동이 쉽지 않던 과거에는 인력 공급이 국내에서도 비교적 안정적으로 이루어졌다. 그러나 최근에는 기술 장벽이 높아지는 것을 틈타 인력 유치 경쟁은 더욱 심해지고 있고 견고해 보이는 기술 장벽의 틈새를 공략한 기술 유출까지 더해지고 있는 상황이다. 장치산업에서 오랜 시간동안 경험과 노하우를 축적한 베이비붐 세대가 은퇴하고 직장을 떠나면서 육체적으로 힘든 분야에서는 신규 인력 공급이 쉽지 않은 상황이 전개되고 있다. 비즈니스 모델 중 인건비가 큰 고려 사항이겠지만, 인력이 필수적인 요소인가에 대해서도 근본적인 검토가 필요하겠다.

원자재 조달 측면에서는 영업 능력과 기술적인 수단을 통한 지출 절감이 가능할 것이다. 설비 운영 측면에서는 자동화를 통한 변동비와 고정비를 낮출 수 있을 것이다. 창고 자동화를 추진한다면 공급망 관련한 불확실성을 줄이면서도 원자재 공급 비용을 줄일 수 있는 가능성이 커질 것이다. 행정과 관리 측면에서는 필수적인 기능을 유지하면서도 부차적인 기능은 아웃소싱을 활용할 수 있을 것이다. 얼마나 줄일 수 있을까. 단 몇 %, 한 자리수의 퍼센티지만 감축한다고 해도 큰 성과로 이어질 것이다.

몇 가지 노력하는 과정에서 축적되는 경험도 비용 절감에 큰 도움이 된다. 생산의 효율성이다. 단순히 반복적인 공정 작업을 통한 효율성도 효율성이겠지만, 개선 작업의 반복을 통한 적재적소의 효율화 및 자동화 공정 아이디어의 발굴과 적용도 효율성에 속한다. 사실 요즘과 같은 첨단기술이 발전해가는 시대에는 아이디어가 근로자의 반복된 작업에서 나온다고 생각하는 것이 힘들 수 있다. 모두가 다 인공지능이나 데이터 학습 등을 생각하고, 그것들을 통해 도출되는 솔루션이 더 환영받을 것으로 기대되는 시대이기 때문이다.

미래에는 스마트한 인공지능이 장착될 것으로 기대되는 장치산업이지만, 인공지능 또한 비용적인 측면에서 아무런 어려움 없이 쉽게 현실화된다고 누가 보장을 할 수 있을까. 적합한 데이터를 수집할 수 있을지, 데이터에 쉽게 접근할 수는 있을지, 지금까지의 기업 문화를 쇄신하고 인공지능이 역할을 할 수 있게 작업 방식을 변화시킬 수 있을지... 궁금하고 걱정도 된다. 연속적인 공정이 특징인 장치산업에서 인간의 반복성과 인공지능의 스마트함이 적절하게 협력할 수 있는 접점은 분명히 존재할 것이다. 그런 접점을 잘 찾아낼 수 있는 기업이 생존할 것이고 한강의 기적을 넘어서는 또 다른 기적이 발생하기를 바란다.



홍준표 수석연구위원 주요 이력
 
▷서울대 농경제학과 ▷미국 루이지애나주립대 농경제학 박사 ▷한국농촌경제연구원 부연구위원 ▷현대경제연구원 산업연구실 신성장전략팀장 ▷고용노동부 고령화정책TF ▷한국장학재단 리스크관리위원회

 

©'5개국어 글로벌 경제신문' 아주경제. 무단전재·재배포 금지

0개의 댓글
0 / 300

로그인 후 댓글작성이 가능합니다.
로그인 하시겠습니까?

닫기

댓글을 삭제 하시겠습니까?

닫기

이미 참여하셨습니다.

닫기

이미 신고 접수한 게시물입니다.

닫기
신고사유
0 / 100
닫기

신고접수가 완료되었습니다. 담당자가 확인후 신속히 처리하도록 하겠습니다.

닫기

차단해제 하시겠습니까?

닫기

사용자 차단 시 현재 사용자의 게시물을 보실 수 없습니다.

닫기
공유하기
닫기
기사 이미지 확대 보기
닫기
언어선택
  • 중국어
  • 영어
  • 일본어
  • 베트남어
닫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