필자는 5년 전에 자녀가 빌린 25만원을 최근에 돌려받았다. 5년 전에 아들이 미국에서 잠시 초등학교를 다녔는데, 그때 학교에서 회사를 세운다고 200달러를 빌려 갔었다. 회사 이름도 멋있게 짓고 실제 미국 달러로 거래하면서 장부도 기록하고 직원도 뽑고 수익도 내고 수익금으로 학기 마지막 날에는 같은 반 친구들에게 피자도 샀단다. 당시 초등학생들끼리 그 큰 금액의 돈을 빌린 것도 놀라웠는데, 회사를 세우는 방법에 대해서 실제 사회에서 사용하는 어려운 경제와 금융 용어를 사용하는 것에 더 놀랐다. 미국의 초등학교 학생들은 그렇게 실제적인 교육을 받으며 금융과 경제에 대한 이해도가 어릴 때부터 어른과 차이가 나지 않을 정도로 높아지는 것으로 보였다.
우리나라 어린이들은 금융이나 경제에 대해서 얼마나 잘 이해하고 있을까. ‘잘’이라고 하는 말이 주관적인 측면에서 접근하는 것이기 때문에 답하기 어렵지만, 인터넷에서 ‘청소년의 금융지식’이라는 키워드로 검색하면 우리 청소년들은 금융에 대한 이해도가 낮다고 나온다. 시간이 지날수록 이해도가 더 떨어지고 있다고도 한다.
2003년부터 10년마다 전국 청소년을 대상으로 금융이해력 조사를 실시하는 청소년금융교육협의회의 조사 결과에 따르면, 2023년 고등학교 2학년 학생들 금융이해력의 평균 점수는 46.8점으로 나타났다. 이 수치는 설문 문항을 개발한 미국 기관이 설정한 낙제점수인 60점보다 훨씬 낮은 수준이고, 설상가상으로 2013년의 조사 때보다는 약 2점 정도가 더 낮아진 결과이다. 청소년보다 연령이 높은 20대 청년층의 금융이해력도 만족할 만한 수준은 아니다. 한국은행과 금융감독원이 2020년 조사한 바에 따르면 29세 이하 청년층의 금융이해력은 64.7점으로 전체 국민 평균점수인 66.8점보다 낮게 나타났다. 시간이 지날수록 청소년 및 청년층에 대한 금융 상품이 늘어나는 요즘의 세태와 달리 이들의 금융에 대한 이해도는 낮은 것이다.
이러한 이유 때문일까. 금융문맹(Financial Illiterary)의 상태로 사회에 진출하게 된 청년들이 급하게 돈이 필요할 때 정상적이지 않은 대출을 이용하거나 한탕주의에 휩쓸린 투기에 빠져 빚더미에 앉을 우려가 커지고 있다. 통계로도 확인할 수 있다. 2017년부터 2022년까지 우리나라 전반적으로 가구당 부채는 평균적으로 7099만원에서 9170만원으로 29.2% 증가했다. 그런데, 연령대를 29세 이하로 낮춰보면 부채 증가폭은 엄청나게 큰 규모로 나타난다. 동 기간 29세 이하 청년 가구의 부채는 평균적으로 2017년에 2393만원에서 2022년에는 5014만원으로 2배 이상 증가했다. 30세 가구의 부채 증가폭이 63.4%, 40대 가구의 부채 증가폭이 42.7%, 50대와 60대는 그보다 더 낮은 증가폭을 보면 사회생활을 시작하지 않았거나 이제 막 돈을 벌기 시작한 청년들이 빚을 지는 규모가 실로 어마어마하게 증가했음을 알 수 있다.
청년들의 부채가 많은 원인이 여러 가지가 있고 해결 방안이 다양할 수 있겠지만, 근본적인 해결책 중의 하나로서 비교적 효과를 높일 수 있는 길은 금융과 경제에 관한 교육이다. 일자리를 더 많이 만들어 소득이 증가하면 부채를 갚을 수는 있겠지만, 저성장이 자리잡은 한국 경제를 고려하면 일자리 늘리기는 쉽지 않아 보인다.
사실 지금 현재 우리나라에서 금융교육을 받을 수는 있다. 그러나 대학 입시로 바빠 죽겠는데, 거기에 금융과 경제까지 공부하라고 하니 실효성이 낮을 수밖에 없다. 이에 금융과 경제 교육을 청소년보다 더 어린 초등학교 학생 대상으로 할 수 있으면 자연스럽게 금융에 대한 이해도가 몸에 밸 수 있겠다. 교육이라는 것이 배우는 데에서 끝나는 것이 아니라 배운 대로 할 수 있어야 하는데, 그렇게 하기 위해서는 어릴 때부터 실제로 경제나 금융의 영역에서 투자나 자산 관리를 모의방식(Simulation)으로라도 해 봐야 한다. 이런 교육은 교과서나 교실에서는 쉽지 않다. 태도나 기술은 책으로 가르치기 어렵기 때문이다. 선진국은 어떻게 어린 초등학생들에게 금융과 경제에 대해 가르치는가.
서두에서도 제기했지만, 선진국의 금융교육 방법 중에서 제일 눈에 들어오는 것이 학생들이 회사를 세우고 운영하는 점이다. 물론 학교 내에서 회사를 설립하는 것이지만, 실제로 돈이 오가고 직원을 뽑고 관리하면서 실제 생활에서 경제와 금융이 어떻게 작동하는지 보고 배우는 것이다. 예를 들면, 독일에는 학교 안에 ‘학생회사(Schulfirma)’가 200여 개 이상이 있어 학교 예산을 활용해 교내에서 매점을 운영하기도 하고, 기업과 함께 상품과 서비스를 만들고 팔기도 한다. 이를 통해 학생들은 책에서 배울 수 없는 경제와 금융에 대해 몸소 부딪치며 살아있는 경험을 축적할 수 있다. 미국은 교육 분야에서 학자금 대출이 큰 이슈이기 때문에, 이와 연관된 주제를 반영하며 생활 중심의 교육을 강화하고 있다. 신용과 부채를 관리하는 방법, 금융기관에는 무엇이 있고 이들을 어떻게 활용하는가와 같이 현실 세계에서 직접적으로 도움을 줄 수 있는 내용에 대해 가르치고 있다. 영국이 강조하는 금융 역량은 평생 동안 돈을 잘 관리하는 능력 배양이고 사회 진출 직전인 17세 청소년들에게 예산 세우는 법, 연금 납부의 필요성과 활용법 등을 가르친다. 그만큼 선진국의 금융과 경제 교육의 방향성은 실용적인 교육이다. 경제학을 가르치는 것이 아니라 실제 생활에서 맞닥뜨릴 수 있는 상황과 어려움을 해결할 수 있는 돈의 힘과 돈을 관리하는 방법에 대해 현실 상황을 최대한 반영하는 교재와 상황 위에서 교육하고 있다.
청소년과 어린이에 대한 교육, 특히 어리면 어릴수록 쉽고 단순하게 가르쳐야 할 것이다. 그렇지만 어려운 용어를 쉽게 바꾸어서 교육하는 것은 그리 바람직하지는 않다. 경제나 금융과 같은 분야는 실제 생활에서 사용되는 어른들의 용어를 직접 사용하는 것이 어린이들의 수준을 높일 뿐만 아니라 실용성도 높일 수 있다는 점에서 바람직하다. 또한, 교과서의 활자보다는 직접 친구들과 서로 부대끼는 배움을 통해 차가운 경제와 금융임에도 불구하고 사람의 감정을 알게 되고 따뜻하게 교감하게 되는 법을 알게 되는 방법일 것이다.
필자 주요 이력
▷서울대 농경제학과 ▷미국 루이지애나주립대 농경제학 박사 ▷한국농촌경제연구원 부연구위원 ▷현대경제연구원 경제동향분석팀장 ▷고용노동부 고령화정책TF ▷한국장학재단 리스크관리위원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