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영진 한국무역보험공사 사장은 9일 아주경제신문과 인터뷰하면서 이같이 포부를 밝혔다. 산업통상자원부 1차관까지 역임하며 거시적 관점에서 산업과 실물 경제를 조망하고 관련 정책을 설계하는 데 집중해 온 그는 무보 수장으로 자리를 옮긴 뒤 정책과 현장의 적극적인 교류가 중요하다는 것을 절감했다.
무보는 수출기업의 판로 확대와 수입기업의 대금 결제 등을 위해 지원 사격을 하는 조직으로 우리나라 수출 정책의 중추 중 하나로 꼽힌다. 그 역할의 무게만큼 막중한 책임감을 느낀다는 게 장 사장의 각오다.
그는 "취임 이후 작은 중소기업부터 대형 방산 업체, 금융기관, 미국 등 주요 수출국 정부까지 다양한 현장의 목소리를 듣기 위해 노력했다"며 "수출 최일선에 서 있다는 마음가짐으로 작은 목소리도 소홀히 하지 않겠다"고 강조했다.
수출 7000억弗 청신호···'무역보험' 확대 덕분
장 사장은 "2021년 한국개발연구원(KDI) 분석에 따르면 무역보험의 수출 유발 효과는 27%에 이른다. 쉽게 말하면 무역보험 지원이 1조원 늘어날 때 우리나라 전체 수출은 약 2700억원 증가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이 밖에도 폴란드 방산 수출 지원 사례와 같이 우리나라 제품 수출을 전제로 해외 바이어에게 금융을 제공하는 식으로 해외 프로젝트 수주에도 결정적 역할을 수행하고 있다"고 부연했다.
정부와 공사는 무역보험의 수출 유발 효과를 지렛대 삼아 2022~2023년 부진을 거듭하던 수출에 활력을 불어넣고자 했다. 공사는 지난해 역대 최대인 245조원 규모의 무역보험을 공급했다. 그 영향으로 지난해 10월부터 수출이 플러스로 전환됐고 지난달까지 10개월 연속 증가세가 이어지고 있다. 정부 목표인 '수출 7000억 달러' 달성에도 청신호가 켜졌다.
올 상반기에는 시중은행과 협업해 '수출 패키지 우대금융' 상품을 출시했다. 중소·중견기업 수출을 활성화하기 위한 일환이다. 시중은행의 무역보험기금 출연을 바탕으로 공사는 보증료 할인과 보증·보험한도를 우대하고 은행은 금리와 수수료를 인하하는 게 골자다. 고금리 장기화와 한도 부족으로 자금난에 시달리는 중소·중견기업에 숨통을 터 줬다는 평가를 받는다.
수출 실적에 따라 3단계로 세분화해 맞춤형 금융 지원을 제공하는 '수출 성장 플래닛(Plan it)'도 주요 사업 중 하나다. 지난 6월 400여 개 기업 중 42개를 선정해 최대 100억원의 특별한도와 최대 90%의 보험료 할인 등 업체별 맞춤형 혜택을 지원한다.
수출 플러스 위해 대외 불확실성 해소돼야
장 사장은 수출 플러스 기조를 이어가기 위해 전체 수출이 일부 산업에 편중된 구조적 문제를 개선하고 대외 무역 환경의 불확실성을 해소하는 데 주력해야 한다고 짚었다.
실제 우리나라 수출은 특정 국가와 품목에 대한 의존이 지속적으로 심화하고 있다. 지난해 우리나라 수출액 기준 상위 3개국인 중국, 미국, 베트남 비중은 약 47%에 달한다. 수출 효자 품목인 반도체 비중은 16%에 이른다. 주요 2개국(G2)으로 불리는 미국과 중국 대비 30%, 7% 안팎 높은 수치다.
장 사장은 "수출 중심 경제 구조인 우리나라 입장에서 특정 국가와 산업의 경기 변동성이 커지는 건 잠재적 불안 요인이 될 수 있다"며 "공급망 재편과 보호무역주의 확산, 글로벌 안보 불안 등 대내외적 불확실성이 확대되고 있는 것 역시 우리 수출에 큰 위협 요인 중 하나"라고 진단했다.
이어 급변하는 세계 정세를 면밀히 살펴야 한다고 조언했다. 글로벌 사우스(비서구 개발도상국과 제3세계 국가) 등 중국을 대체할 수출 시장으로 부상할 수 있는 국가나 지역을 개척하는 데 지원을 아끼지 않겠다고 강조했다.
이와 함께 미래 성장동력이 될 이차전지 등 친환경 산업 등에 대한 지원을 강화하며 수출 포트폴리오를 다양화하는 데도 힘쓰고 있다. 우리 기업들이 인플레이션감축법(IRA) 등 규제 장벽을 뛰어넘을 수 있도록 금융 지원을 포함한 다양한 지원책도 시행 중이다.
글로벌 통상 여건 변화에 능동적으로 대응하려는 노력도 포착된다. 대표적 사례로 우리 기업의 해외 진출 가속화로 해외 현지 법인을 통한 매출이 증가할 것으로 보고 현지 법인의 판매 대금 미회수 위험을 보장하고 매출 채권의 현금화를 지원하는 상품을 준비 중이다.
방산·원전, K-수출 떠오르는 '키 플레이어'
새로 떠오르는 수출 산업인 방산과 원전 등에 대해서도 무역보험의 역할이 중요하다고 장 사장은 말한다. 특히 방산과 원전은 기술력과 금융 경쟁력이 모두 갖춰져야 수주가 가능한 금융 복합 첨단산업이다.
장 사장은 "그동안 선진국들이 관련 분야 수출을 독점하고 있었으나 우리 기업의 부단한 기술 개발과 수출신용기관의 금융 지원 노력으로 지난해 폴란드 방산 수주에 이어 올해 체코 원전을 수주하며 우리나라도 글로벌 방산·원전 시장의 주요 플레이어로 성장했다"고 봤다.
다만 최근 수주 호조세가 일회성으로 그치지 않고 추가 수주로 이어질 수 있도록 제도와 체계를 개선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를 위한 금융 경쟁력도 지속적으로 높여 나갈 계획이다.
공사는 지난 7월 방산 등 미래 전략산업을 담당하는 전담 조직을 신설하고 개별 프로젝트 특성에 따른 일대일 맞춤형 지원을 제공할 예정이다. 또 대규모 자금이 적시에 지원될 수 있도록 글로벌 금융기관들과 금융 네트워크를 강화하는 데도 박차를 가한다.
K-팝 등으로 상징되는 문화 콘텐츠 수출에도 팔을 걷어붙이고 있다. 장 사장은 "한류 붐을 타고 K-컬처가 세계적인 인기를 끌고 있다"며 "이 열기가 계속 이어질 수 있도록 K-콘텐츠 수출을 지원하는 제도를 준비 중"이라며 "공사의 지원을 받은 K-콘텐츠가 전 세계인 안방을 사로잡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