간호사들이 주축인 전국보건의료산업노동조합(보건의료노조)이 29일 총파업을 예고했지만, 주요 병원에서 노사 간 막판 교섭 타결이 잇따랐다. 간호계 숙원이던 간호법이 국회 문턱을 넘으면서 영향을 준 것으로 풀이된다.
다만 의사 단체들은 간호법 제정에 반발하고 있어 6개월 넘게 이어지는 의정 갈등의 골은 여전히 깊다. 당장 추석 연휴를 앞두고 의료공백이 우려되는 가운데 정부는 비상대응주간을 정하고 인센티브를 제공하는 등 대책 마련에 나섰다.
합의를 이룬 의료기관들의 주요 타결 내용은 △의사 진료공백에 따른 일방적인 책임 전가 금지 △임금 인상 △불법의료 근절 △업무범위 명확화 △인력 확충 △교대근무자 처우 개선 △주4일제 시범사업 실시 등이다. 미타결된 병원은 조선대병원, 호남권역재활병원, 노원을지대병원 3곳이다.
환자단체인 한국중증질환연합회는 이날 “보건의료노조와 병원의 극적 타결로 간호사들이 파업을 철회한 것을 환영한다”고 밝혔다. 이어 연합회는 “정부와 의료계는 목숨이 경각에 달린 환자들 최우선으로 생각하고 행동해야 한다”며 “정부와 정치권은 의료현장에서 일방적으로 환자에게 가해지는 반인륜적 행태를 제재할 법과 제도를 정비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의료인들은 환자 생명을 볼모로 하는 파업을 최대한 자중하고 삼가기를 바란다”고 당부했다.
대규모 총파업은 면했으나 추석 연휴를 앞두고 응급실 의료 공백 우려가 커지고 있다. 이에 정부는 9월 11일부터 25일까지 약 2주간을 ‘추석 비상응급 대응주간’으로 운영키로 했다.
구체적으로 보면 해당 기간에는 전국 29개 응급의료권역에 각각 1곳 이상의 ‘중증전담 응급실’을 한시적으로 운영한다. 전담 응급실에서는 KTAS(응급환자 분류기준) 1~2에 해당하는 중증 응급환자만 진료하게 되고, 해당 응급실이 KTAS 3~5(중등증, 경증) 환자를 진료하지 않더라도 진료 거부에 해당하지 않는다.
복지부는 응급실 진료 후 수술이나 처치, 마취 등에 대한 수가 가산을 기존 150%에서 200%로 인상하고, 중증환자 전원을 수용하는 경우 인센티브를 확대하기로 했다. 응급실에서 초기 처치를 받더라도, 이후 전문 과목 의료진 부족으로 진료나 수술 등이 이뤄지지 않는 문제에 대응하기 위한 것이다. 또 인력이 부족해 운영이 어려운 의료기관에는 군의관과 일반의 등 대체 인력을 핀셋 지원하는 방안도 추진한다.
추석 연휴 문 여는 동네 병원도 지난 설 연휴보다 400여곳 늘어난 4000곳 이상 운영키로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