군이 '육군 12사단 훈련병 사망사건' 수사에서 훈련병들의 설문조사 원본 등 주요 자료를 고의로 파기하거나 핵심 내용을 보고서에서 삭제한 것으로 확인되면서 조직적 은폐 논란이 커질 전망이다.
천하람 개혁신당 의원이 25일 국방부로부터 확인한 바에 따르면, 12사단 훈련병이 사망하고 3일 후(5월 28일), 12사단 감찰부는 사망한 훈련병의 기수인 12사단 신병교육대대 24-9기 훈련병들을 대상으로 설문조사를 실시했다.
해당 설문조사는 신병교육대 내에서 인권침해 및 가혹행위 등이 있었는지를 묻는 여러 항목으로 구성됐고, 훈련병들은 구체적으로 어떤 인권침해 행위가 이루어졌는지를 상세히 답변했다.
당시 12사단 감찰부는 위 설문조사를 바탕으로 결과보고서를 작성, 사단장에게 보고했지만, 막상 감찰부는 '얼차려'와 관련된 훈련병들의 구체적 답변 내용을 모두 삭제하고 보고한 것으로 밝혀졌다.
군 측은 "얼차려와 관련한 사항은 이미 수사기관이 조사 중인 사안으로 본 설문결과에 반영하는 것이 적절하지 않기에 얼차려 관련 내용을 제외했다"고 천 의원실에 해명했다.
그러나 훈련병들이 직접 작성한 설문조사 답변지 원본은 전량 파기한 것으로 알려졌다. 아울러 군은 피의자인 강모 대위가 담당했던 이전 신병 교육 기수인 23-18기, 24-1기, 24-5기에 대한 설문조사 답변 자료 역시 모두 파기한 것으로 확인됐다.
군이 작성된 지 불과 1년도 지나지 않은 자료를 전량 파기한 것은 피의자 측의 얼차려 강요 상습성에 대한 주요 자료를 고의적으로 은폐한 것이 아니냐는 지적이 나온다.
천 의원은 "수사와 관련된 주요 자료의 원본이 모두 파기되고 결과보고서에도 해당 내용이 삭제돼 12사단 훈련병 사망 사건과 관련해 동기 훈련병들의 구체적인 진술을 확인할 방법이 없어졌다"며 "이는 군이 조직적으로 사건을 축소, 은폐하는 것이 아니냐는 의혹을 스스로 산 행위"라고 주장했다.
이어 "유가족들도 피의자 강 대위가 담당하였던 이전 신병 교육 기수에서도 반인권적 얼차려가 있었는지에 대한 자료를 요구해 왔는데 이 자료 또한 군의 고의적 폐기로 확인하기 어려워졌다"며 "향후 국회 운영위원회에서 인권위원회가 12사단 사망사건과 관련된 조사 절차를 성실히 수행하고 있는지 점검할 계획"이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