증시 폭락 이후 외국인 투자자 매수세에 힘입어 은행·보험·증권주가 강세를 보이고 있다. 상반기 정부의 밸류업 프로그램으로 은행·보험주들이 주목받았다면 하반기에는 미국 기준금리 인하 효과를 더한 증권주 수익률이 가파르게 오르고 있다.
21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지난 6일부터 이날까지 KRX 증권지수는 16.91% 상승했다. 금융업종 가운데 상승률이 가장 높다. 이어 KRX 보험이 14.79%, KRX 은행이 13.67% 올랐다. 엔비디아와 주가가 연동되고 있는 국내 반도체 종목을 빼면 금융 종목 주가 회복세가 가장 가파르다.
반면 은행주는 금리 하락 시 예대금리차가 축소돼 이자이익이 줄어들 수밖에 없다. 보험업종 역시 금리가 내려가면 자본 건전성 악화와 이차 역마진 우려가 나온다.
때마침 정부의 밸류업 프로그램에 동참하는 증권사들이 주주환원에 적극 나서고 있다는 점도 주목할 만하다. NH투자증권은 지난 3월 13년 만에 보통주 417만주를 매입하고 전량 소각했다. 미래에셋증권은 올해부터 3년간 매년 최소 보통주 1500만주와 우선주 100만주 이상을 소각하겠다는 계획을 내놨다.
키움증권도 유통물량 중 1.5%에 해당하는 자사주 35만주를 취득하고, 내년 3월 기보유 자사주를 포함해 총 105만주를 소각하겠다고 밝혔다.
삼성증권은 배당수익률이 7%를 웃돌아 금융권 최고 수준의 배당을 지급한다. 증권사들이 주주환원에 활용할 곳간도 두둑해졌다. 상반기 말 기준 미래에셋증권의 미처분이익잉여금은 3조2247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5% 증가했다. NH투자증권은 28% 늘어난 3995억원, 삼성증권은 35% 증가한 4339억원을 기록했고, 키움증권도 3조3868억원으로 7% 늘었다.
미처분이익잉여금은 주로 현금 형태로 보유하고 처분 시 배당이나 상여금으로 활용한다. 미처분이익잉여금이 늘면 배당 규모도 확대될 수 있다고 본다.
정태준 미래에셋증권 연구원은 "기준금리 인하가 시작되면 시장금리는 더 크게 하락해 증권사의 채권평가손익이 개선된다"며 "이 밖에 유동성 확대, 투자심리 개선 등 주식 거래대금이 증가할 수 있는 환경도 조성돼 장기적으로 증권사 영업이익에 긍정적 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