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간은 사회적 동물이며, 국가공동체를 만들어 사회생활을 하는 인간에게 정치라는 것은 불가결의 요소이다. 공동체 내에서 질서를 유지하기 위해 법이라는 기준이 필요하지만, 그 법을 만들고 집행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 정치이기 때문이다.
그러므로 정치는 곧 권력과 통한다. 정치는 국가공동체 전체를 이끌어가는 힘이며, 공동체에 해가 되는 행위를 제재할 수 있는 힘이기도 하기 때문이다. 그러나 이러한 정치적 권력이 오남용되어 국가공동체를 약화시키고, 심지어 파괴한 사례들도 동서고금에 드물지 않다.
민주국가에서도 정치와 권력은 밀접하다. 다만, 군주가 아닌 국민이 주권자로 인정되며, 정치권력은 권력자 개인을 위해서 사용하는 것이 아니라 국민 전체를 위해 사용해야 한다는 차이가 있다. 마키아벨리 등이 주장했던 권력정치가 권력 장악의 수단과 방법이 중요하지 않다고 했던 것과는 달리 민주정치는 국민 의사에 따른 집권, 국민 의사를 정확하게 수렴하고 조정하는 국정 운영을 중요시하는 것도 그 때문이다.
오늘날 대한민국에서 군주제 또는 전체주의 독재를 주장하는 사람은 찾기 어렵고, 민주주의를 부정하는 사람은 더욱 찾기 어렵다. 그런데 정작 정치권에서 나오는 이야기들을 보면 전체주의 독재를 하자는 것인지, 민주정치를 하자는 것인지 알 수가 없다.
과거 민주당 이해찬 대표가 20년 집권론, 보수궤멸론 등을 말했던 것은 그 문제점이 널리 알려졌으니 이제 과거의 일로 덮어두자. 그런데 최근 여야의 극심한 진영 갈등 속에서 민주정치의 근본을 부정하는 듯한 발언과 행동에 대해서는 정확하게 짚어둘 필요가 있을 것이다.
가장 먼저 지적될 점은 민주정치에서 대화와 타협은 선택이 아닌 필수이고, 전략이 아닌 본질이라는 점이다. 마키아벨리로 대표되는 권력정치 사상은 목적이 수단을 정당화시킬 수 있다는 입장을 취하고 있었다. 즉, 권력을 쥐는 과정에 불법과 폭력이 있었다 해도 권력을 잘 행사해서 국가를 발전시키면 된다는 것이다. 그러나 이와는 달리 민주정치 사상은 절차와 과정의 정당성 없이는 민주주의가 올바로 설 수 없다고 본다.
민주주의의 기본 이념인 자유와 평등은 서로를 평등한 존재로 인정하는 가운데 각자의 주장을 자유롭게 펼칠 수 있어야 한다는 것이다. 이는 곧 상대방의 주장에 대한 경청 및 존중과 내 주장에 대한 상대방의 경청과 존중이 함께해야 함을 의미한다. 상호 존중 없이는 민주주의가 올바르게 뿌리내릴 수 없다.
그런데 최근 여야의 당대표 및 최고위원 선거를 보면 같은 진영 내에서조차 경쟁자들을 깎아내리고 내가 올라서겠다는 태도가 여전히 많다. 더욱이 투표자들이 이에 가세하여 진영 갈등 및 당내 계파 갈등을 조장하는 듯한 모습도 보인다.
대한민국의 민주주의가 발전하기 위해, 그리고 유력한 정치지도자들이 롱런하기 위해서는 순간의 이익을 위해 민주주의의 원칙을 벗어나는 우(愚)를 범하지 말아야 할 것이다. 이는 전형적인 소탐대실이 될 뿐이며, 결국 명예와 실리를 모두 놓치게 될 가능성이 매우 높은 것이다.
민주화 이후 벌써 8명의 대통령이 배출되었지만 성공한 대통령은 한 명도 없다는 평가가 지배적이다. 김영삼, 김대중 대통령처럼 국민적 신뢰가 두터웠던 대통령도 진영 갈등 및 IMF 외환위기와 임기 말 레임덕 등으로 인하여 전체 국민의 지지보다는 절반의 지지에 그치고 있는 것이다.
그 이후의 대통령들이 그보다 낫다고 말할 수 없는 것이 대한민국의 불행이다. 성공한 대통령, 성공한 민주정부를 갖지 못했다는 것은 해당 대통령의 불행 이전에 국민 전체의 불행이기 때문이다. 이런 불행을 어떻게 거둬낼 수 있을까?
가장 중요한 것은 민주주의의 초심으로 돌아가 진영 간에 이견은 있으되 상호 존중의 마음으로 대화와 타협을 위해 노력해야 한다는 점이다. 무조건 상대 진영을 거부하는 상황에서는 어느 누구도 성공할 수 없다.
지금 민주당이 윤석열 정부의 발목을 잡고 있는데 윤석열 정부가 성공한 정부가 될 수 있겠는가? 그러면 여대야소의 정국에서 국정을 이끌었던 문재인 정부는 성공한 정부로 평가되고 있는가? 이대로 간다면 어느 진영에서 차기 정부가 구성되더라도 성공한 정부가 되기는 어려울 것이다.
문재인 정부가 여대야소의 정국이었고, 야당이 큰 힘을 발휘하지 못한 상황이었음에도 불구하고 성공한 정부가 되지 못한 이유는 세 가지로 정리될 수 있다.
첫째, 국민 통합에 실패했다. 문재인 대통령의 취임사에는 진영을 넘어 국민 모두의 대통령이 되겠다는 뜻을 밝혔으나 실제 국정 운영은 그렇지 않았다. 한쪽 진영의 열렬한 지지만으로는 다른 진영의 치열한 반대를 견제할 수는 있어도 그 이상의 성공한 정부가 되기 어렵다.
둘째, 힘의 우위를 앞세운 무리한 정책들이 많았다. 최근 재조명되고 있는 탈원전의 여러 가지 문제점뿐만 아니라 헌법재판소에서 위헌 결정이 내려진 대북전단금지법 등은 정부·여당의 독선과 독주라는 평가를 피할 수 없었다.
셋째,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 이후 제왕적 대통령제 극복을 위한 국민적 요구가 컸음에도 이를 위한 진지한 노력이 부족했다. 2018년 문재인 대통령이 발의했던 개헌안은 그 내용을 떠나 야당과의 협의, 국민적 요구의 반영 등을 건너뛰었기 때문이다.
선거에서 승리하는 것이 민주정치의 승리는 아니며, 당연히 성공한 정부가 되는 것도 아니다. 과거 러시아 올림픽에서 금메달을 놓친 김연아차람 패배하고도 승자로 인정되는 경우가 있는가 하면 최근 파리 올림픽에서도 패자를 배려하는 모습으로 진정한 승자로서 품격을 보인 사례들도 있다.
민주정치의 진정한 승리는 국민이 평가한다. 이를 위해 가장 먼저 대한민국 정치가 바뀌어야 한다. 서로를 비난하고 혐오하는 정치, 국민을 분열시키는 정치가 아니라 서로를 존중하면서 협치로 국가를 이끌어가는 정치적 지도력이 요구되고 있는 것이다.
세계는 치열하게 경쟁하고 있는데 이제 막 선진국에 진입한 대한민국이 여기서 멈춰서는 안 된다. 글로벌 경쟁에서 살아남기 위해 치열한 노력이 필요하며, 그러한 노력이 좋은 성과로 이어질 수 있는 국가시스템의 개혁을 위한 첫 단추는 협치의 정치문화일 것이다. 대한민국의 국민 모두를 위해서···.
필자 주요 이력
△고려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 △진실·화해를 위한 과거사정리위원회 비상임위원 △경찰청 인권위원회 위원장 △전 국회 개헌특위·정개특위 등 자문위원 △전 대법원 사법정책연구원 운영위원
그러므로 정치는 곧 권력과 통한다. 정치는 국가공동체 전체를 이끌어가는 힘이며, 공동체에 해가 되는 행위를 제재할 수 있는 힘이기도 하기 때문이다. 그러나 이러한 정치적 권력이 오남용되어 국가공동체를 약화시키고, 심지어 파괴한 사례들도 동서고금에 드물지 않다.
민주국가에서도 정치와 권력은 밀접하다. 다만, 군주가 아닌 국민이 주권자로 인정되며, 정치권력은 권력자 개인을 위해서 사용하는 것이 아니라 국민 전체를 위해 사용해야 한다는 차이가 있다. 마키아벨리 등이 주장했던 권력정치가 권력 장악의 수단과 방법이 중요하지 않다고 했던 것과는 달리 민주정치는 국민 의사에 따른 집권, 국민 의사를 정확하게 수렴하고 조정하는 국정 운영을 중요시하는 것도 그 때문이다.
오늘날 대한민국에서 군주제 또는 전체주의 독재를 주장하는 사람은 찾기 어렵고, 민주주의를 부정하는 사람은 더욱 찾기 어렵다. 그런데 정작 정치권에서 나오는 이야기들을 보면 전체주의 독재를 하자는 것인지, 민주정치를 하자는 것인지 알 수가 없다.
과거 민주당 이해찬 대표가 20년 집권론, 보수궤멸론 등을 말했던 것은 그 문제점이 널리 알려졌으니 이제 과거의 일로 덮어두자. 그런데 최근 여야의 극심한 진영 갈등 속에서 민주정치의 근본을 부정하는 듯한 발언과 행동에 대해서는 정확하게 짚어둘 필요가 있을 것이다.
가장 먼저 지적될 점은 민주정치에서 대화와 타협은 선택이 아닌 필수이고, 전략이 아닌 본질이라는 점이다. 마키아벨리로 대표되는 권력정치 사상은 목적이 수단을 정당화시킬 수 있다는 입장을 취하고 있었다. 즉, 권력을 쥐는 과정에 불법과 폭력이 있었다 해도 권력을 잘 행사해서 국가를 발전시키면 된다는 것이다. 그러나 이와는 달리 민주정치 사상은 절차와 과정의 정당성 없이는 민주주의가 올바로 설 수 없다고 본다.
민주주의의 기본 이념인 자유와 평등은 서로를 평등한 존재로 인정하는 가운데 각자의 주장을 자유롭게 펼칠 수 있어야 한다는 것이다. 이는 곧 상대방의 주장에 대한 경청 및 존중과 내 주장에 대한 상대방의 경청과 존중이 함께해야 함을 의미한다. 상호 존중 없이는 민주주의가 올바르게 뿌리내릴 수 없다.
그런데 최근 여야의 당대표 및 최고위원 선거를 보면 같은 진영 내에서조차 경쟁자들을 깎아내리고 내가 올라서겠다는 태도가 여전히 많다. 더욱이 투표자들이 이에 가세하여 진영 갈등 및 당내 계파 갈등을 조장하는 듯한 모습도 보인다.
대한민국의 민주주의가 발전하기 위해, 그리고 유력한 정치지도자들이 롱런하기 위해서는 순간의 이익을 위해 민주주의의 원칙을 벗어나는 우(愚)를 범하지 말아야 할 것이다. 이는 전형적인 소탐대실이 될 뿐이며, 결국 명예와 실리를 모두 놓치게 될 가능성이 매우 높은 것이다.
민주화 이후 벌써 8명의 대통령이 배출되었지만 성공한 대통령은 한 명도 없다는 평가가 지배적이다. 김영삼, 김대중 대통령처럼 국민적 신뢰가 두터웠던 대통령도 진영 갈등 및 IMF 외환위기와 임기 말 레임덕 등으로 인하여 전체 국민의 지지보다는 절반의 지지에 그치고 있는 것이다.
그 이후의 대통령들이 그보다 낫다고 말할 수 없는 것이 대한민국의 불행이다. 성공한 대통령, 성공한 민주정부를 갖지 못했다는 것은 해당 대통령의 불행 이전에 국민 전체의 불행이기 때문이다. 이런 불행을 어떻게 거둬낼 수 있을까?
가장 중요한 것은 민주주의의 초심으로 돌아가 진영 간에 이견은 있으되 상호 존중의 마음으로 대화와 타협을 위해 노력해야 한다는 점이다. 무조건 상대 진영을 거부하는 상황에서는 어느 누구도 성공할 수 없다.
지금 민주당이 윤석열 정부의 발목을 잡고 있는데 윤석열 정부가 성공한 정부가 될 수 있겠는가? 그러면 여대야소의 정국에서 국정을 이끌었던 문재인 정부는 성공한 정부로 평가되고 있는가? 이대로 간다면 어느 진영에서 차기 정부가 구성되더라도 성공한 정부가 되기는 어려울 것이다.
문재인 정부가 여대야소의 정국이었고, 야당이 큰 힘을 발휘하지 못한 상황이었음에도 불구하고 성공한 정부가 되지 못한 이유는 세 가지로 정리될 수 있다.
첫째, 국민 통합에 실패했다. 문재인 대통령의 취임사에는 진영을 넘어 국민 모두의 대통령이 되겠다는 뜻을 밝혔으나 실제 국정 운영은 그렇지 않았다. 한쪽 진영의 열렬한 지지만으로는 다른 진영의 치열한 반대를 견제할 수는 있어도 그 이상의 성공한 정부가 되기 어렵다.
둘째, 힘의 우위를 앞세운 무리한 정책들이 많았다. 최근 재조명되고 있는 탈원전의 여러 가지 문제점뿐만 아니라 헌법재판소에서 위헌 결정이 내려진 대북전단금지법 등은 정부·여당의 독선과 독주라는 평가를 피할 수 없었다.
셋째,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 이후 제왕적 대통령제 극복을 위한 국민적 요구가 컸음에도 이를 위한 진지한 노력이 부족했다. 2018년 문재인 대통령이 발의했던 개헌안은 그 내용을 떠나 야당과의 협의, 국민적 요구의 반영 등을 건너뛰었기 때문이다.
선거에서 승리하는 것이 민주정치의 승리는 아니며, 당연히 성공한 정부가 되는 것도 아니다. 과거 러시아 올림픽에서 금메달을 놓친 김연아차람 패배하고도 승자로 인정되는 경우가 있는가 하면 최근 파리 올림픽에서도 패자를 배려하는 모습으로 진정한 승자로서 품격을 보인 사례들도 있다.
민주정치의 진정한 승리는 국민이 평가한다. 이를 위해 가장 먼저 대한민국 정치가 바뀌어야 한다. 서로를 비난하고 혐오하는 정치, 국민을 분열시키는 정치가 아니라 서로를 존중하면서 협치로 국가를 이끌어가는 정치적 지도력이 요구되고 있는 것이다.
세계는 치열하게 경쟁하고 있는데 이제 막 선진국에 진입한 대한민국이 여기서 멈춰서는 안 된다. 글로벌 경쟁에서 살아남기 위해 치열한 노력이 필요하며, 그러한 노력이 좋은 성과로 이어질 수 있는 국가시스템의 개혁을 위한 첫 단추는 협치의 정치문화일 것이다. 대한민국의 국민 모두를 위해서···.
필자 주요 이력
△고려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 △진실·화해를 위한 과거사정리위원회 비상임위원 △경찰청 인권위원회 위원장 △전 국회 개헌특위·정개특위 등 자문위원 △전 대법원 사법정책연구원 운영위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