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미국 인플레이션이 확연히 둔화하면서 연방준비제도(Fed·연준)의 9월 금리 인하가 확실시되고 있다. 이제 시장의 눈길은 금리 인하 시기가 아닌 인하 폭으로 옮겨가고 있다.
14일(이하 현지시간) 미국 노동부 발표에 따르면 미국 7월 소비자물가지수(CPI)는 전년 동월 대비 2.9% 상승(계절 조정 기준)하며 전문가 예상치(3% 상승)와 전월치(3% 상승)를 모두 밑돌았다. CPI 상승률이 2%대로 떨어진 것은 2021년 3월 이후 3년 4개월 만에 처음이다. 또한 변동성이 큰 식료품, 에너지 비용을 제외한 7월 근원 CPI 역시 전년 동월 대비 3.2% 상승하며 2021년 4월 이후 3년 3개월래 최저치를 나타냈다.
이에 물가 상승률이 연준의 목표치인 2%에 한층 가까워졌고, 연준의 금리 인하도 가시권에 들어온 모습이다. 연준은 작년 7월에 마지막으로 금리를 인상한 이후 현재까지 기준 금리를 2001년 이후 최고 수준인 5.25~5.50%에서 동결해 오고 있다. 그동안 미국 인플레이션이 꾸준히 둔화되는 모습을 보였지만 제롬 파월 연준 의장은 금리 인하를 위해선 보다 확실한 인플레이션 둔화 증거가 필요하다며 신중한 모습을 보여왔다.
미국 보험사 네이션와이드의 케이시 보스탄치치 수석 이코노미스트는 이번 CPI에 대해 "매우 고무적"이라며 "연준이 금리 인하 개시하는 데 있어 많은 자신감을 줄 것"이라고 월스트리트저널(WSJ)에 말했다.
래피얼 보스틱 애틀랜타 연방준비은행(연은) 총재도 이날 공개된 파이낸셜타임스(FT)와의 인터뷰에서 자신은 9월 금리 인하 가능성에 "열려 있다"며 금리 인하론에 힘을 보다. 그는 "우리의 정책은 양방향 모두 일정 기간 시차를 두고 작용하기 때문에 우리는 늦게 행동할 여유가 없다"며 "우리는 가능한 빨리 행동을 취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금리 인하 폭은?
이에 시장에서는 9월 금리 인하가 기정사실로 받아들여지고 있는 가운데 이제는 금리 인하 폭을 두고 의견이 분분한 상태이다. 금리 선물 시장에 반영된 연준 금리 예상치를 측정하는 시카고상품거래소(CME)의 페드워치에 따르면 한국시간 15일 오후 기준, 9월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회의에서 25bp(1bp=0.01%포인트) 인하 가능성은 63%이고 50bp 인하 가능성은 37%이다. 금리 동결 가능성은 사라졌다.
글로벌 투자은행 모건스탠리는 이제 중요한 것은 금리 인하 폭이라며, 9월 FOMC 회의 전까지 남은 5주 동안 경제 지표가 둔화할 경우에는 연준이 공격적으로 금리 인하에 나설 수 있다고 내다봤다.
UBS는 이번 물가 지표에 대해 연준이 9월 금리 인하를 개시할 수준이지만 금리를 50bp나 인하할 이유는 찾기 어렵다고 진단했다. 하지만 연준의 금리 인하 폭은 8월 비농업 고용지표, 그리고 7월 소매판매 등 향후 경제지표 결과에 달려 있다고 평가했다.
결국 이후 경제 지표 결과들에 따라 내달 18일 있을 FOMC 회의에서의 금리 인하 폭이 달라질 수 있다는 것이다. 투자자문사 에버코어ISI의 크리슈나 구하 부회장 또한 "지금 연준은 고용 지표가 우선이다"라며 "앞으로 발표될 고용 지표에 따라 연준이 얼마나 공격적으로 금리 인하를 향해 나아갈지가 결정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 와중에 다음 주 22~24일 있을 잭슨홀 연례 심포지엄에서 파월 의장의 연설 내용에도 귀추가 주목된다. 매년 여름 미국 와이오밍주 잭슨홀에서 캔자스시티 연방준비은행(연은) 주관으로 열리는 이 심포지엄에는 세계 주요 중앙은행장을 비롯해 경제계 주요 인사들이 참석하는데, 파월 의장은 이 자리를 통해 주요 정책 방향을 예고하기도 했다. 2022년 초 금리 인상을 개시한 파월 의장은 그해 열린 잭슨홀 심포지엄에서 추가 금리 인상을 예고해 시장을 충격에 빠뜨리기도 했다.
미국 경제 금융 전문 매체 마켓워치는 "파월은 잭슨 홀에서 9월 금리 인하에 대한 준비 작업에 나설 것"이라면서도 "하지만 고용 지표가 금리 인하 규모를 결정할 것"이라고 짚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