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스라엘-하마스 전쟁이 어느덧 11개월째로 접어든 가운데 이스라엘은 팔레스타인 무장정파 하마스를 상대로 무차별적 공세를 이어가고 있다. 이에 주변국들의 휴전협상 중재 노력에도 불구하고 중동 지역의 긴장이 좀처럼 수그러들지 않고 있다.
10일(이하 현지시간) 로이터, 파이낸셜타임스(FT) 등이 가자 응급의료 당국을 인용해 보도한 바에 따르면 이스라엘은 이날 아침 기도 시간 중 가자지구 다라즈 투파(Daraj Tuffah) 지역의 난민촌에 있는 알 타바인(Al Taba’een) 학교에 공습을 가해 100명 가까이 사망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작년 10월 이스라엘-하마스 전쟁 발발 후 가장 피해가 컸던 이스라엘 공습 중 하나였다고 FT는 전했다.
이에 가자지구는 이번 공습을 '학살'이라고 주장하며 이스라엘을 비난했고 아랍 국가들과 영국, 프랑스, 유럽연합(EU) 등 전 세계 대부분 국가들이 이스라엘을 규탄했다. 또한 이스라엘-하마스 전쟁 휴전을 위해 노력해 온 미국은 공습 피해자들에 깊은 애도를 표하며 휴전 필요성을 강조했다.
백악관 국가안보위원회(NSC)는 이스라엘의 이번 공습에 대해 "심대한 우려"를 갖고 있다며 이스라엘 측에 세부 자료를 요청했다고 전했다. 또한 미국 민주당 대선 후보인 카멀라 해리스 부통령은 유세 중 "또다시 너무 많은 시민들이 사망했다"며 "우리는 인질 교환 협상과 휴전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하지만 이스라엘군(IDF)은 공습 사실을 시인하면서도 피해자 숫자가 부풀려졌다고 반박했다. 이어 IDF는 이번 공습이 민간인들이 아니라 '하마스 지휘통제센터'를 겨냥한 것이었다며, 최소한 19명의 하마스 및 이슬람 무장정파 팔레스타인 이슬람지하드(PIJ) 대원들이 사망했다고 덧붙였다.
IDF는 지난 8일에도 가자지구 내 학교 두 곳을 공습하는 등 최근 들어 가자지구에 있는 학교들에 대한 공습을 강화하고 있는데, IDF는 하마스가 민간인들의 거처를 '인간 방패'로 삼아 작전 본부를 운영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백악관 NSC는 하마스가 작전 지역으로 학교를 사용해 왔다는 것을 알고 있다면서도, "하지만 우리는 이스라엘이 시민 피해를 최소화하는 조치를 취해야 한다고 반복적이고 지속적으로 말해 왔다"고 언급했다.
이스라엘 무차별 공세에 암울해지는 휴전협상
이스라엘은 지난달 31일 이란 대통령 취임식 참석차 테헤란을 방문 중이던 이스마일 하니예 하마스 최고 정치지도자를 공습해 사살하는 등 하마스에 대한 무차별적 공세를 이어가고 있다. 따라서 이란이 이스라엘을 상대로 보복 의지를 천명하는 등 좀처럼 긴장이 완화될 조짐을 보이지 않고 있고, 휴전 논의도 진전되기 어려운 상황이다.
앞서 미국과 이집트, 카타르 등 3국은 지난 8일 공동성명을 통해 이스라엘과 하마스 양측이 조속히 휴전 협상에 참여해서 "남아있는 모든 (의견의) 격차를 없앨 것"을 촉구했다.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지난 5월에 제시하고 유엔이 승인한 3단계의 휴전안에 따르면 1단계로 6주간 가자지구 내 완전한 휴전, 2단계는 가자지구 내 억류된 모든 이스라엘 포로 석방과 가자지구에서 IDF의 완전 철수를 조건으로 적대적 행위의 영구적 중단, 3단계는 수년간에 걸친 가자지구 재건 계획 개시 내용 등이 포함되어 있다.
하지만 이스라엘 정부가 가자지구에 대한 공습을 이어가는 등 전쟁을 계속하겠다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어 휴전협상이 진전되기 어려운 상태이다. 베냐민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가 이끄는 극우 연정 멤버 중 한 명인 베자렐 스모트리치 이스라엘 재무장관은 9일 소셜미디어 엑스에 올린 글을 통해 미국의 지원에 감사를 표하면서도, "이스라엘의 안보를 위협하는 어떠한 외부의 압력에 굴복하지 않을 것"이라며 전쟁 지속 의지를 내비쳤다.
이러한 상황에서 휴전은커녕 긴장이 더욱 고조되고 심지어 확전될 가능성까지도 나타나고 있다. 하마스의 휴전협상을 이끌고 있는 칼릴 알 하야 하마스 정치국 부국장은 아랍 유력 매체 알자지라TV와의 인터뷰에서 더 이상 이스라엘에 대한 규탄 성명만으로는 충분치 않다며, 각국이 "(이스라엘) 대사들을 추방하고 대사관을 폐쇄하고 외교 관계를 단절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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