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일 금융권에 따르면 정부가 정책대출 공급을 지속적으로 확대해 왔다는 점에서 가계부채 리스크를 더욱 키웠다는 비판이 커지고 있다.
앞서 정부는 기존 디딤돌과 버팀목대출은 물론 올해 1월 새롭게 시작된 신생아 특례대출 등 저금리 정책대출 공급을 지속하면서 이들 상품의 요건을 대폭 완화했다. 더욱이 스트레스 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DSR) 2단계 적용 시기를 7월에서 9월로 돌연 2개월 연기했다. 이는 사실상 '빚내서 집 사라'는 잘못된 신호로 읽히면서 하반기 금리 인하 기대감과 맞물려 대출 수요를 끌어올렸다. 이미 지난해 정책금융 중심 주택담보대출은 30조원 가까이 불어나 가계빚을 늘리는 주범으로 지목되고 있다.
이에 정부는 긴급히 디딤돌·버팀목 등 정책대출 금리 조정에 나섰다. 시중은행들은 지난달 말일부터 국토교통부 지침에 따라 금리 산정 방식을 조정했다. 대출 한도 중 30% 이하로 대출 시 우대금리를 제공하고, 기한 연장 시 10% 이상 갚지 않으면 가산금리를 붙이는 식이다. 대출을 적게 받을수록, 일찍 갚을수록 더욱 낮은 금리를 제공해 대출 확대를 막아보겠다는 취지다.
하지만 유의미한 대출 억제 효과가 있을지는 미지수다. 금융권 관계자는 "정책대출은 실수요 영향이 큰 상품인 만큼 미세 금리 조정 변화에도 수요 변화가 나타날 수 있다"면서도 "하지만 우대금리를 받기 위해서는 대출 한도 중 30%만 이용해야 하는 등 요건을 충족시키기 위한 허들이 높다 보니 실제 얼마큼 효과가 나타날 수 있을지는 알 수 없다"고 지적했다.
이렇다 보니 정부는 집값 안정을 위해 공급 위주 대책을 뒤늦게 꺼내들었고, 금융당국도 추후 전세 또는 신용대출에 대해서도 추가 규제를 내놓을 가능성이 제기된다. 김병환 금융위원장은 취임 일성으로 가계부채 관리를 강조하면서 "시장 상황을 보며 추가 조치가 있는지 등을 들여다보겠다"고 언급했다.
다만 전세대출은 규제 강화로 인해 자칫 서민·실수요자 주거 안정이 흔들릴 수 있기 때문에 금융당국은 대출 문턱을 높이는 데 신중한 태도다. 가계부채 폭증을 막기 위한 강력한 조치 중 하나인 총량규제 도입에도 부정적인 견해를 내비쳤다. 김 위원장은 "정량적인 기준을 가지고 조치를 하는 게 경험상 적절하지 않았고 맞지도 않다고 본다"고 언급하기도 했다.
결국 총량규제보다는 핀셋 규제 또는 DSR 제도 내실화 등에 더욱 초점을 맞출 것으로 보인다. 전문가들은 대출 억제를 위해 보다 강력한 규제를 꺼낼 필요가 있다고 지적한다. 김상봉 한성대 경제학과 교수는 "최근 은행권에서도 금리를 계속 올리고 있지만 대출 오름세를 막지 못하고 있는 상황"이라면서 "결국 부채 총량을 조절해야 한다. DSR 규제를 전면 확대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