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 의장은 이날 오후 국회 원내대표실에서 기자간담회를 열고 "이 시간부로 정책위의장에서 사임한다"며 "의총에서 추인을 받아 선출된 정책위의장이 추경호 원내대표와 함께 우리 국민의힘을 잘 이끌어 2년 후에 있을 지방선거, 3년 후에 있을 대통령 선거에서 꼭 승리해 정권 재창출의 기틀을 마련해 주시길 기대한다"고 말했다.
그는 "마음을 갑자기 바꾼 건 아니고, 제가 사임에 관한 당대표 의견을 들은 게 어제 오후 2시"라며 "그 직후 사무총장이 공개적으로 '당대표가 임명권을 가진 당직자들은 사퇴하라'는 말을 했는데 그 이후 고민을 많이 하고 추 원내대표와 상의도 많이 했다"고 설명했다.
앞서 윤석열 대통령은 지난달 30일 한 대표와 회동한 자리에서 지도부 인선 문제와 관련해 "당대표 권한"이라고 힘을 실어주며 불화설을 일축하는 모습을 보였다. 서범수 사무총장은 지난 31일 대표가 임면권을 가진 당직자들에게 일괄 사퇴를 요청했고, 박정하 당대표 비서실장도 정 의장에게 용퇴를 간접적으로 제안한 바 있다.
정 의장이 직을 던진 배경으로는 자신을 향한 거취 압박이 장기화하면서 개인적으로 부담을 느꼈다는 분석이 제기된다.
그간 본인 거취 문제를 밝히지 않은 데 대해선 "제가 발언하는 것 하나하나가 더 큰 파급력이 있어서 당내 화합을 저해하는 측면이 있을 수 있다는 생각으로 이례적으로 발언을 하지 않았다"고 설명했다. 정 의장에 따르면 한 대표는 전날 자신을 만나 "새로운 정책 의장과 함께 일하고 싶다"고 말한 것으로 전해졌다.
다만 정 의장은 당헌·당규를 근거로 정책위의장직 사임 절차에 대한 아쉬움을 나타냈다. 그는 "우리 당헌상 임기가 규정돼 있는 보직은 당대표, 최고위원, 원내대표, 정책위의장 등 네 보직"이라며 "기본적으로 의장은 당대표가 면직권을 행사할 수 없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