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중앙은행인 연방준비제도(연준·Fed)가 지난달 31일(이하 현지시간)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회의에서 9월 금리 인하 가능성을 시사했다. 특별한 변수가 없다면 9월 인하는 거의 확실하다는 평이 나온다. 다만 11월 미국 대선을 앞두고 정치적 파장에 대한 우려도 제기되고 있다.
연준은 이날 FOMC 정례회의에서 만장일치로 기준금리를 5.25~5.50%로 유지하기로 했다. 하지만 연준이 이날 공개한 성명서에는 9월 금리 인하를 시사하는 여러 내용이 언급됐다. 인플레이션에 대해 지난 6월 FOMC 성명서는 '높은 수준(elevated)'이라고 표현했지만 이번에는 '다소(somewhat)'라는 단어를 사용해 그 강도가 약해졌다.
제롬 파월 연준 의장은 이날 기자회견에서 "2분기 인플레이션 지표가 확신을 줬다"며 금리 인하 가능성을 재확인했다. 그는 현재 경제 상황이 금리 인하에 "적절한 수준으로 근접하고 있다"는 인식이 연준 내에서 형성되고 있다며 "이르면 다음 9월 FOMC 회의에서 기준금리 인하를 논의할 수 있다"고 말했다.
이 같은 파월 의장 발언에 시장에서는 9월 인하를 거의 확실시하는 분위기다. 밥 미셸 JP모건애셋매니지먼트 최고투자책임자(CIO)는 파이낸셜타임스(FT)에 "그(파월)는 지금부터 9월 사이에 극적인 일이 일어나지 않는 한 9월에 금리를 0.25%포인트 내릴 것이라는 신호를 가능한 한 많은 방법으로 보내고 있다"고 평가했다. 미국 금융서비스회사 네이션와이드 수석 이코노미스트인 케이시 보스탄치치는 "놀라울 정도로 높은 인플레이션 보고서가 나오지 않는 한 9월 금리 인하가 확정될 것"이라고 뉴욕타임스(NYT)에 말했다.
또한 연준은 이날 물가 외에 고용 분야에도 관심을 뒀다. 지난 FOMC 회의까지는 물가 상승에 주의하던 연준은 이번엔 "일자리 증가는 완화됐고 실업률은 상승했지만 여전히 낮다"고 발표했다. 또한 파월 의장은 "이제는 고용 목표에 대한 하방 위험이 실재한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고금리 기간이 장기화함에 따라 실물 경제가 타격을 받을 가능성에 연준이 눈을 돌리기 시작한 것이며 이 역시 금리 인하 전망에 힘을 실어주고 있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연준의 금리 인하 결정에서 인플레이션이 더는 장애물이 아닐 수 있음을 시사한다고 짚었다.
다만 9월 인하론과 관련해 장애물로는 11월 있을 미국 대선이 거론되고 있다. 공화당 대선 후보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은 지난달 공개된 블룸버그 비즈니스위크 인터뷰에서 11월 전 금리 인하에 대해 부정적 기색을 표한 바 있다. 대선이 불과 한 달 반 남은 9월 FOMC에서 금리를 내리면 이는 경제성장에 긍정적으로 작용하면서 여당인 민주당에 호재가 될 수 있다는 것을 우려한 모습이다.
따라서 연준이 9월 금리 인하를 단행하면 공화당은 연준이 정치적 의도가 있다고 공격할 가능성이 제기되고 있다. 이를 의식한 듯 파월 의장은 이날 기자회견에서 대선 영향에 대한 질문에 "선거 전, 선거 중, 선거 후 우리가 하는 모든 일은 지표와 전망에 기반할 것"이라며 "우리는 어떤 식으로든 정치에 관여하고 싶지 않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