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카오가 창업자인 김범수 CA협의체 공동의장 겸 경영쇄신위원장 구속으로 창사 이래 최대 위기에 직면했다. 계열사들에 대한 수사기관 조사가 이어지는 가운데 발생한 김 위원장의 경영 공백이 최근 속도를 내온 인공지능(AI) 중심 신사업과 경영쇄신 등에 악영향을 미칠 전망이다.
서울남부지법 한정석 영장전담 부장판사는 23일 오전 1시께 자본시장법 위반 혐의를 받는 김 위원장에 대해 구속영장을 발부했다. 검찰은 최대 20일인 구속기간 동안 김 위원장을 상대로 시세 조종에 직접적으로 개입했는지 등을 조사해 재판에 넘길 예정이다.
김 위원장과 변호인 측은 검찰이 제기한 혐의에 대해 정면으로 반박했다. 김 위원장이 SM엔터 주식을 장내 매수하겠다는 안건을 보고받고 승인한 것은 사실이지만 구체적인 매수 방식과 과정에 대해서는 보고받지 않았다는 주장이다. 김 위원장은 변호인단을 통해 낸 입장문에서 "사업 협력을 위한 지분 확보 목적으로 진행된, 정상적 수요에 기반한 장내 매수였다"고 주장했다. 이에 앞서 지난 18일 경기 성남시 판교 사옥에서 열린 임시 그룹협의회에서도 김 위원장은 "현재 받고 있는 혐의는 사실이 아니다"며 "어떠한 불법 행위도 지시하거나 용인한 적 없는 만큼 결국 사실이 밝혀지리라 믿는다"고 결백을 주장했다.
정보기술(IT)업계는 김 위원장이 구속되면서 카카오그룹 사업 전반이 위축될 수 있다고 보고 있다. 그룹 컨트롤타워인 김 위원장 부재가 AI를 중심으로 한 신사업 추진에 장애 요소가 된다는 진단이다. 국내외 빅테크 기업 생성 AI 서비스 경쟁이 절정에 달한 현시점에서 그 타격은 더 클 수밖에 없다는 우려다.
카카오 AI 사업은 이미 동력을 상실하고 있다는 평가가 많았다. 카카오 계열사가 개발해 오던 '한국판 챗GPT'인 초거대언어모델(LLM) '코(Ko)GPT 2.0'은 지난해 하반기 출시하기로 예고됐으나 현재까지 감감무소식이다. 지난해부터 최근까지 KoGPT 사업을 이끌던 핵심 개발자들은 줄줄이 카카오를 떠났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일각에서는 KoGPT 프로젝트가 실패한 것 아니냐는 의혹도 제기됐다. 카카오 측은 충분한 기술력을 확보했으나 내부 테스트를 진행 중이라는 설명만 반복하고 있다. 반면 국내 플랫폼 경쟁사인 네이버는 진작에 '하이퍼클로바X'를 출시하고 서비스 업그레이드에 속도를 내고 있다.
이에 카카오는 지난달 AI 전담 조직 '카나나'를 신설하고 투톱 체제로 전환하는 등 신사업 새판 짜기에 돌입했다. 우선 텍스트 기반 이미지 생성모델 '칼로', 다양한 경량화 언어모델 등을 개발하는 데 역량을 주력할 계획이었다. AI 모델을 카카오톡 등 플랫폼에 접목하는 등 서비스 고도화에도 주력할 방침이었다. 하지만 의사결정권 주체인 김 위원장 부재가 길어지는 만큼 AI 신사업 속도는 더욱 느려질 수밖에 없다는 게 IT업계 중론이다.
그룹사 전체를 따라다니는 각종 사법 리스크를 털어내고자 고삐를 죄던 경영쇄신도 발목을 잡혔다. 계열사인 카카오페이 경영진은 상장 후 스톡옵션을 매각해 거액의 차익을 챙긴 이른바 '먹튀 논란'이 번졌고, 카카오모빌리 '콜 몰아주기' 사건 등 불법 논란이 이어졌다. 이에 김 위원장은 작년 10월 비상경영을 선언하며 경영쇄신의 닻을 올렸다. 같은 해 말에는 카카오벤처스 대표로 있던 정신아 대표를 카카오 대표로 이동시키는 등 주요 계열사 대표 물갈이를 단행했다. 그룹 준법경영 실태를 점검하는 외부 통제 기구인 준법과 신뢰위원회도 출범시켰다.
카카오는 정 대표이사 겸 CA협의체 공동의장을 중심으로 경영공백을 최소화하겠다는 방침이다. 김 위원장 사법 리스크가 그룹 경영에 영향을 미치지 않도록 AI 중심 성장 전략을 흔들림 없이 실행한다는 계획이다. 카카오 측은 "현재 상황이 안타깝지만 정 CA협의체 공동의장을 중심으로 경영 공백을 최소화하기 위해 최선을 다하겠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