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춘구 칼럼] 마을자치연금 확산과 국민연금의 사회적 가치 창출

2024-07-20 07:00
  • 글자크기 설정
이춘구 언론인
[이춘구 언론인]
 
 우리 사회는 저출산 고령화로 국가공동체의 지속가능성 마저 우려되는 위기를 맞고 있다. 2024년 1분기 우리나라 합계출산율은 0.76명으로 2020년 OECD 평균 합계출산율(1.59명)의 절반에도 미치지 못한다. 우리나라는 2013년부터 줄곧 OECD 국가 가운데 합계출산율 꼴찌를 기록하고 있다. 우리나라는 또 2018년 65세 이상 노인인구가 14.3%로 고령사회(기준 14%)에 진입했다. 2026년이면 노인인구가 20.8%로 초고령사회(기준 20%)에 들어가게 된다.

저출산은 인구소멸을 뜻하며, 인구소멸은 지역공동체소멸, 더 나아가 국가공동체소멸로 이어질 수 있다. 고령화에 대비 없이 노후를 맞게 된 65세 이상 노인 가운데 40.4%는 빈곤에 시달리고 있다. 우리나라의 노인빈곤율은 OECD 국가 가운데 가장 높다(2020). 저출산과 고령화는 국가적 재앙으로 다가오고 있다. 필자는 방송기자를 하던 30여 년 전부터 저출산 고령화에 대비할 것을 촉구한 바 있다. 당시 김대중 정부는 저출산고령화대책위원회를 설치하고 대비를 한다고 했지만 효과를 거두지 못했다.

우리 사회의 구조적인 위기를 극복하기 위해서는 수도권 규제와 지역살리기가 시급하다. 수도권에 편중된 기업을 지역으로 분산시키고 지역에 좋은 일자리를 제공하며 노후를 안전하게 대비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좋은 일자리에서 일하며 행복한 조건에서 아이를 낳고 가정을 유지하도록 하는 게 정부의 가장 시급한 과제이다. 고령화에 대비하려면 노후소득을 보장함으로써 노인의 빈곤문제를 해결해야 한다. 이를 위해서는 기초연금(기초수급)+공적연금(국민·공무원·사학·군인연금)+퇴직연금+개인연금 등의 다층체계를 합리적으로 조정해야 한다. 여기에서는 우리 사회를 지탱해줄 대표적 인프라로서 국민연금의 사회적 가치 창출과 마을자치연금 등 공동체연금의 보완적 기능을 살펴보고 지속가능성을 모색하고자 한다.

연금은 노동과 자본(기업)을 보호함으로써 국가공동체의 지속가능성을 유지하게 한다. 노후소득보장 기관으로서 국민연금공단은 창립 이후 2024년 4월 말까지 37년 간 1169조 3520억원의 기금을 조성했다. 그 내역은 연금보험료가 815조 7200억원, 운용수익은 352조 8900억원이다. 국민연금공단은 이 가운데 341조 6470억원을 연금으로 지급했다. 그만큼 노인의 노후생활보장에 기여하고 있는 것이다. 2024년 4월 말 현재 1102조 5060억원의 금융부문 포트폴리오는 국내주식 13.85%로 152조 6580억원, 해외주식 33.35%로 367조 7010억원을 차지한다. 또한 국내채권은 29.22%로 322조 1940억원, 해외채권은 7.27%로 80조 1840억원, 그리고 사모펀드와 부동산, 인프라 등 대체투자는 16.20%로 178조 5990억원이다. 보건복지부는 2028년 기금규모가 1280조원으로 늘어날 것으로 예상하고, 수익성을 높이기 위해 해외투자 비중을 60%정도로 확대할 방침이다.

국민연금공단은 4층 체계인 노후소득보장 체계에 마을자치연금을 더해 노후소득을 보완하는 데도 노력하고 있다. 마을자치연금은 주민자치원리에 따라 마을공동체 주민 스스로 노후소득보장을 위해 실시하는 복지연금을 말한다. 마을공동체 주민은 법인을 설립해 공동으로 경제활동을 하며 경제활동에서 창출되는 잉여금과 국민연금공단과 정부 부처, 지방자치단체, 기업 등의 도움으로 건설하는 시설 등의 수익금을 더해 기금으로 운용하고, 수급요건에 해당하는 주민에게 일정액의 연금을 지급한다. 여기서 통, 리나 촌계 향약의 장이 지도력을 발휘하며 주민의 단합을 이룩하는 게 마을자치연금 성공의 주요 요소로 작용한다.

국민연금공단은 익산시, 해양수산부 등과 함께 7개 마을에서 자치연금을 도입 시행하고 있다. 2021년 성당포구마을에서 익산시가 가장 먼저 자치연금을 시작해 2023년에는 금성마을에 자치연금을 도입했다. 2024년에는 4월 두동편백마을과 5월 하발마을이 자치연금을 도입했다. 익산시는 6월에는 용안면 송산마을에도 자치연금을 도입했다. 익산시 마을자치연금 구조를 보면 성당포구는 휴양마을, 두동편백마을은 마을발전기금을 자체 수익사업으로 하고 있으며, 금성마을과 하발마을은 태양광을 자체 수익사업으로 하고 있다. 완주 도계마을은 두부, 누룽지 등 마을 자체사업과 태양광 지원사업으로 운영되고 있다. 국민연금공단 등 공공기관의 지원사업은 태양광시설을 기본으로 하고 있다.

해양수산부가 2023년 5월부터 지원한 서산 중리마을은 마을의 휴양마을과 수산학교를 마을 자체사업으로, 감태가공시설은 지원사업으로 운영하고 있다. 해수부는 또 올 하반기 3개 어촌에 자치연금을 도입할 계획이다. 마을자치연금 시행에 따라 성당포구 마을의 경우 70살 이상 노인 26명이 매달 10만원의 연금을 받는다. 자치연금을 받은 성당포구 주민은 한 달 소득이 64만원에서 74만원으로 오르게 됐다. 전국 평균노후 소득 78만원과 비슷한 수준을 유지하게 된 것이다.

보건복지부는 국민연금 재정계산 결과, 현행 보험료율 9%와 연금급여 수준 60%를 유지할 경우 2036년부터 적자가 발생해 2047년에는 소진될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이에 따라 시한이 지나가고 있지만 2010년부터 2030년까지 단계적으로 보험료율을 최고 19.85%까지 올리는 개혁이 필요하다고 본다. 보건복지부는 33만원인 기초연금을 단계적으로 40만원까지 올릴 계획이다.

미래세대의 주축인 MZ세대는 기초연금을 100% 지급하고, 그 위에 소득비례연금을 실시하는 게 국민연금의 지속가능성을 유지하는 방안이 될 것이라고 입을 모으고 있다. 이 같은 형태는 이미 캐나다에서 실시되고 있는 것이다. 우리나라도 저출산 고령화의 부작용을 예방하기 위해서는 모수개혁과 함께 근본적인 제도개혁이 시급한 실정이다. 노동과 자본을 보호하는 사회적 가치 창출로서 국민연금을 강화하고 보완적으로 마을자치연금 등을 확산하는 게 절실하다.



이춘구 필자 주요 약력

△전 KBS 보도본부 기자△국민연금공단 감사△전 한국감사협회 부회장△전 한러대화(KRD) 언론사회분과위원회 위원△전 전라북도국제교류센터 전문 자문위원△전 한국공공기관감사협회 부회장

©'5개국어 글로벌 경제신문' 아주경제. 무단전재·재배포 금지

0개의 댓글
0 / 300

로그인 후 댓글작성이 가능합니다.
로그인 하시겠습니까?

닫기

댓글을 삭제 하시겠습니까?

닫기

이미 참여하셨습니다.

닫기

이미 신고 접수한 게시물입니다.

닫기
신고사유
0 / 100
닫기

신고접수가 완료되었습니다. 담당자가 확인후 신속히 처리하도록 하겠습니다.

닫기

차단해제 하시겠습니까?

닫기

사용자 차단 시 현재 사용자의 게시물을 보실 수 없습니다.

닫기
공유하기
닫기
기사 이미지 확대 보기
닫기
언어선택
  • 중국어
  • 영어
  • 일본어
  • 베트남어
닫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