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날 서울 중구 한은 금통위 회의실에는 6명의 금통위원이 먼저 입장하고 오전 9시 정각에 하늘색 넥타이를 맨 이창용 한은 총재가 착석했다. 이 총재는 평소와 달리 별다른 발언을 하지 않았다. 신성환·장용성 의원은 붉은 계열의 넥타이를 맸고 유상대·황건일·김종화 위원은 푸른 계열의 넥타이를 착용했다. 이수형 위원은 검은 정장에 하늘색 브로치를 달았다.
통상 총재의 넥타이 색깔은 금리 결정 방향을 시사하는 시그널로 읽혀왔다. 과거엔 금통위 의장인 총재의 넥타이 색깔이 붉은색 계열이면 기준금리 '인상'으로, 푸른색 계열이면 '인하'나 '동결'로 해석됐다. 금통위원들이 이를 활용해 붉은 계열과 푸른 계열의 팽팽한 맞대결을 보여주며 통화정책 전환에 대한 복잡한 심경을 내비친 것으로 보인다.
금리 인하 기대감을 높이는 주요인은 바로 물가다. 4~6월 소비자물가 상승률은 3개월 연속 2%대를 나타냈다. 특히 6월 소비자물가 상승률(2.4%)은 11개월 만에 최저치를 기록했다. 한은의 예상 경로대로 완만한 둔화 흐름을 이어갔다. 아직 한은의 목표 수준(2%)에는 이르지 못했지만 앞서 이 총재가 금리 인하 고려의 전제 조건으로 언급한 '하반기 2.3∼2.4% 흐름'에 근접한 수준이다.
원·달러 환율은 앞서 5월 중순 미국의 조기 금리 인하 기대가 약해지고 이란·이스라엘 무력 충돌까지 발생하자 약 17개월 만에 1400원대까지 뛴 이후 최근까지 1380원대 안팎에서 크게 떨어지지 않고 있다. 한국과 미국의 기준금리 격차는 2%로 이미 역대급으로 차이가 나는데 이 상황에서 선제적으로 금리 인하를 한다면 환율 변동성이 커질 뿐 아니라 자본 유출 위험이 있다.
들썩이는 가계대출과 부동산 가격도 한은이 인하를 머뭇거리는 이유다. 기준금리 인하를 단행하게 되면 금융 불안을 부추길 수 있다. 한국은행 통계에 따르면 은행권 6월 주택담보대출 증가 폭(6조3000억원)은 작년 8월(7조원) 이후 10개월 만에 가장 컸다. 올해 상반기 주택담보대출 누적 증가 규모(26조5000억원)는 2021년 상반기(30조4000억원) 이후 3년 내 최대 기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