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SIA Biz] 중국 Z세대, 자동차 구매 전 '빌리빌리'부터 찾는다

2024-07-11 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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빌리빌리 新성장동력…자동차 콘텐츠

숏폼 시대 역행···車리뷰 롱폼 콘텐츠 '인기'

빌리빌리에 '힘' 주는 車브랜드···실적·주가↑

 
중국판 유튜브로 불리는 빌리빌리 사진로이터연합뉴스
'중국판 유튜브'로 불리는 빌리빌리 [사진=로이터·연합뉴스]

중국 베이징의 한 인터넷 회사에서 일하는 1990년대생 류씨. 생애 첫 차로 20만 위안(약 3800만원)대 전기차를 고민하던 중 중국 동영상 플랫폼 빌리빌리(哔哩哔哩·비리비리)를 검색했다. 시장에 출시된 가성비 좋은 전기차 모델을 성능·디자인·배터리·주행거리·애프터서비스·가격 등을 수평 비교·분석해 놓은 한 자동차 전문 크리에이터의 수십 분짜리 영상이 흥미로웠다. 류씨로선 광고로 가득 채워진 쇼트폼(짧은 동영상) 플랫폼보다 차량 시승 체험과 각종 연구 조사로 객관적 정보가 풍부하게 담긴 빌리빌리의 롱폼(긴 동영상) 콘텐츠가 자동차를 이해하는 데 큰 도움이 됐다. 류씨는 결국 일주일 후 빌리빌리 크리에이터가 영상에서 추천한 전기차 모델을 구매했다.
 
빌리빌리 新성장동력 자동차 콘텐츠

최근 류씨처럼 중국 젊은 층 사이에서는 자동차를 구매하기 전 빌리빌리 동영상을 검색하는 게 필수 코스로 자리 잡았다고 중국 매체 36kr은 보도했다. 
‘중국판 유튜브’라 불리는 빌리빌리는 2009년 동영상·게임·콘텐츠 플랫폼으로 시작해 오늘날 중국 젊은 층이 가장 즐겨 찾는 동영상 스트리밍 플랫폼으로 잘 알려져 있다. 1분기 기준 일일 활성 이용자 수(DAU) 1억200만명, 월간 활성 이용자 수(MAU) 3억4100만명으로 사상 최고치를 기록했다. 

특히 빌리빌리에는 자동차 관련 카테고리가 따로 분류돼 있다. 크리에이터들이 이곳에 올린 신차 리뷰를 비롯해 시승기, 제품 비교분석, 업계 소개 등과 같은 다양한 동영상 콘텐츠가 이용자를 끌어모으는 것이다. 최근 중국 자동차 시장 경쟁이 치열한 가운데 자동차 기업들이 너도나도 빌리빌리에 계정을 만들어 광고·홍보에 주력하는 배경이다. 

지난 6월 26일 열린 빌리빌리 창립 15주년 행사에서 진행된 창업주 천루이의 연설에서도 자동차가 가장 많은 비중을 차지했다. 천 창업주는 "자동차 콘텐츠가 빌리빌리의 새 성장동력으로 자리매김했다"고 높이 평가했다. 

그는 “빌리빌리에서 매일 이용자 1700만명이 자동차 콘텐츠를 시청하며, 이 중 90% 이상이 자동차 구매를 앞두고 정보를 얻기 위함”이라고 설명했다. 천 창업주는 또 "매월 7000만명이 빌리빌리에서 자동차 콘텐츠를 검색하는 등 자동차 카테고리의 일일 평균 동영상 조회 수는 8000만건이 넘는다"며 이는 전년 대비 3배 넘게 증가한 수준이라고도 강조했다. 
 
쇼트폼 시대 역행···車리뷰 롱폼 콘텐츠 '인기'

중국에는 더우인 등과 같은 동영상 플랫폼도 많은데 소비자들이 유독 자동차를 구매할 때 빌리빌리를 즐겨 찾는 데는 이유가 있다.

자동차는 부동산 다음으로 소비자들이 가장 많은 돈을 쓰는 자산 항목인 만큼 구매하기까지 거듭 신중을 기할 수밖에 없다. 그만큼 구매 직전에 다양하고 풍부한 정보를 필요로 한다. 빌리빌리의 특징은 전문 크리에이터가 제작한 동영상, 이른바 PUGV(Professional User-Generated Video) 비중이 90%로 다른 동영상 플랫폼보다 월등히 많다는 것이다. 수준 높은 기술과 깊이 있는 설명을 담은 자동차 관련 고품질 영상은 자동차 구매를 결정하는 데 결정적 영향을 미치는 것이다. 

그만큼 빌리빌리 이용자가 동영상을 시청하는 데 소비하는 시간도 하루 평균 105분으로 다른 쇼트폼 플랫폼보다 훨씬 길다. 중국인 1인당 평균 일일 여가시간이 약 300분인 것을 감안하면 여가 시간 3분의 1을 빌리빌리에서 보낸다는 뜻이다. 

36kr은 "빌리빌리 이용자는 지적 수준이 높은 편"이라며 "단순히 재미나 흥미 위주로 짧은 영상을 추구하는 게 아니라 기술이나 제품 시장에 대한 관심도가 높고 영상을 통해 폭넓은 지식을 받아들이는 데 열려 있다"고 설명했다. 

게다가 빌리빌리는 유독 젊은 층에 특화된 동영상 플랫폼이다. 2009년 동영상·게임·콘텐츠 플랫폼으로 시작한 빌리빌리는 특히 젊은 층에 특화된 비주류 문화 콘텐츠에 집중해 Z세대의 두꺼운 팬층을 쌓아왔다. 

여기에 이용자들이 실시간으로 토론을 벌일 수 있는 실시간 댓글 창 기능이라든가, 100개 문항 테스트를 통해 60점 이상 합격자만 정규 회원이 될 수 있는 독특한 회원 관리 방식이 Z세대 취향을 저격했다. 천루이 창업주에 따르면 중국 Z세대 중 약 70%가 빌리빌리에서 활동하고 있다. 

 
빌리빌리에 '힘' 주는 車브랜드···실적·주가 '고공 행진'
빌리빌리 이용자가 최근 중국 자동차 기업들의 브랜드 마케팅을 위한 이상적인 타깃으로 떠오른 배경이다. 샤오미, 니오, 샤오펑, 리샹 등 중국 토종 신흥 전기차 브랜드부터 테슬라, 아우디 같은 외국 차 브랜드까지 이미 빌리빌리에 계정을 만들고, 전문 크리에이터를 고용해 자동차 영상을 제작하는 등 자사 홍보에 열을 올리고 있다. 자동차 브랜드 스토리를 전달하고 신제품을 홍보하기 위해선 짧은 동영상보단 호흡이 긴 동영상이 더 적합하다고 판단하는 것이다. 

샤오미가 대표적이다. 샤오미가 지난 3월 선보인 첫 전기차 모델 ‘Su7’ 홍보를 위해 게재한 시승기나 리뷰 영상은 빌리빌리에서 누적 조회 수 1억8000만건을 기록했고, 라이브 스트리밍 동시 접속자 수가 최고 3268만명에 달했을 정도다.

자동차 콘텐츠가 신성장동력으로 떠오르며 빌리빌리 실적도 고공 행진 중이다. 올해 1분기 매출은 전년 동기 대비 11.7% 증가한 56억6500만 위안(약 1조747억원)에 달했다. 특히 같은 기간 순손실액은 절반 이상 줄어든 4억5600만 위안으로 집계됐다. 전체 실적은 아직 손실을 면치 못하고 있지만 빌리빌리는 올해 3분기엔 영업 손익분기점을 달성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그 덕분에 미국 나스닥에 상장된 빌리빌리 주가는 최근 6개월 새 50% 넘게 치솟았다. 

물론 리스크도 있다. 최근 중국 경기가 침체되면서 자동차 시장이 부진을 면치 못하고 있다는 점이다. 중국 자동차 판매량이 6월까지 3개월 연속 감소세를 이어가고 있는 것. 경기 불황에 자동차 기업들이 광고 게재에 신중해질 수밖에 없다는 지적이다.
 
빌리빌리 실적 아주경제DB
빌리빌리 실적 [아주경제DB]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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