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의 귀환 가능성에 나토(NATO·북대서양조약기구)가 긴장하고 있다. 자국 이익을 최우선으로 삼는 트럼프 전 대통령의 백악관 복귀는 미국 주도의 반러시아 국제 연대에 분열을 일으킬 수밖에 없다. 가뜩이나 유럽 내 극우 돌풍으로 서방의 단일대오에 서서히 금이 가는 와중에 트럼프 전 대통령의 재등장은 나토의 분열로 이어질 것이라는 게 외신들의 대체적인 평이다.
9일(현지시간)부터 열리는 나토 정상회의에서 세계 각국 정상들의 관심은 트럼프 전 대통령의 재집권 이후 벌어질 상황에 쏠릴 것으로 보인다.
트럼프 전 대통령은 우크라이나가 러시아의 요구를 수용하도록 압박해 평화회담을 통해 러·우 전쟁을 끝내려고 할 가능성이 크다. 친트럼프 성향 연구기관인 미국우선주의정책연구소(AFPI)가 4월 발표한 보고서 ‘아메리카 퍼스트, 그리고 러시아와 우크라이나’는 “우크라이나가 승리하기 어려운 교착 상태에서 무기를 보내서는 안 된다”며 러시아를 평화협상 무대로 끌어내기 위해서는 우크라이나의 나토 가입을 배제해야 한다는 내용을 골자로 하고 있다.
트럼프 전 대통령은 6월 한 팟캐스트 방송에서도 우크라이나에 나토 가입을 약속한 것은 ‘실수’라며 “이는 이 전쟁이 시작된 이유”라고 말했다. 나토의 동진을 막겠다는 명분으로 전쟁을 시작한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의 생각과 동일한 선상에 있는 것이다.
트럼프 전 대통령은 유럽 국가들에는 추가 방위비를 요구할 것으로 보인다. 그는 지난 2월 방위비를 부담하지 않는 나토 회원국을 공격하도록 러시아를 격려하겠다고 발언하는 등 유럽이 미국의 보호에 의존해서는 안 된다고 거듭 강조했다.
트럼프 행정부 시절 미국 국방부 차관보를 역임했던 엘브리지 콜비는 트럼프 2기 행정부에서는 동유럽 국가들이 미국에 대한 의존도를 줄여야 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그는 이날 “리투아니아와 에스토니아가 (국방비로 GDP 대비) 3%를 지출하는 것은 인상적이지 않다”며 “내가 그들이라면 10%를 지출하겠다. 유럽인들은 가능한 빨리 군사력을 증강해야 한다는 점을 이해해야 한다”고 미국 정치 전문 매체 폴리티코에 말했다. 콜비는 트럼프 재집권 시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 후보로 거론되고 있다.
친트럼프 성향인 마이크 존슨 하원의장(공화당) 역시 이날 미국 보수 성향 싱크탱크 허드슨연구소에서 연설하면서 나토 회원국들이 연간 국내총생산(GDP) 대비 최소 2%를 국방비로 지출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그는 “우리는 나토가 더 많은 일을 해야 한다고 믿는다”고 말했다.
공화당이 이날 공식 채택한 20개 원칙을 담은 당의 정강정책 전반에도 트럼프 전 대통령 구호인 ‘아메리카 퍼스트’가 녹아 있다. 특히 ‘미국 우선주의: 상식으로의 복귀’라는 제목의 서문에는 “가장 핵심적인 미국 국익에 중심을 둔 외교 정책을 추진할 것” “동맹국이 공동 방위에 대한 투자 의무를 이행하도록 할 것” 등의 문구가 담겨 있다.
아울러 최근 프랑스 총선에서 드러난 것과 같이 유럽 내 극우 포퓰리즘의 부상 또한 2차 세계대전 이후 안보와 안정을 지탱해 온 기반을 위협하고 있다. 극우 정당 부상으로 유럽 내 우크라이나전쟁, 기후변화 대응, 이민 등 각종 이슈를 둔 분열은 깊어질 수 있다. 유럽연합(EU) 27개국 가운데 6개국에서 극우 정당이 집권에 성공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