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니, 미쓰비시 등 일본 주요 전자업체들이 2029년까지 반도체 설비 투자에 약 5조엔(약 43조원)을 투입할 예정이라고 닛케이아시아가 9일 보도했다. 일본 정부가 자체 반도체 공급망 구축에 사활을 걸고 있는 가운데 기업들도 이에 부응해 투자를 대폭 늘릴 계획이다.
닛케이아시아는 소니, 미쓰비시전기, 로옴, 도시바, 키옥시아, 르네사스, 라피더스, 후지 등 8개 주요 전자업체들의 2021~2029회계연도 기간 중 설비 투자 계획을 집계한 결과를 토대로 이같이 전했다.
이들 업체는 특히 전력 반도체, 센서 및 로직 칩 등에 대한 투자를 강화할 것으로 알려졌는데, 이는 모두 인공지능(AI), 탈탄소화 및 전기차 등 신성장 분야에 있어 핵심 기술로 평가받고 있다.
앞서 일본 재무성 발표에 따르면 반도체 등 통신 설비 분야에 대한 설비 투자는 2022회계연도까지 5년간 30% 증가한 2조1000억엔을 기록했다. 이에 같은 기간, 전체 제조업 분야의 설비 투자 중 반도체업체들이 차지하는 비중은 종전 11%에서 13%로 상승해 자동차(15%)와 화학(14%)에 이어 3위로 뛰어 올랐다.
과거 80년대 일본은 전 세계 반도체 시장의 50%를 차지할 정도로 두각을 나타냈으나 90년대부터 한국과 대만 등의 성장세에 밀려 점차 성장 동력을 잃었다. 이에 2017년에는 세계 시장 점유율이 10% 아래로까지 곤두박질쳤다.
그러다가 2020년대 들어 미중 경쟁이 격화하고 코로나19 팬데믹 등이 발발함에 따라 일본 정부는 반도체를 경제 안보를 위한 핵심 제품으로 지정하고 자국 내 반도체 공급망 확보에 나섰다. 일본 경제산업성은 2030년까지 자국 내 반도체 생산액을 2020년의 3배인 15조엔으로 끌어올리다는 계획을 세웠다.
차세대 반도체로 일컬어지는 2나노미터(1나노미터=10억 분의 1미터) 반도체 생산을 목표로 일본 주요 반도체업체들이 손을 잡고 설립한 기업 라피더스는 총 2조엔 가량의 투자가 필요한 가운데 일본 정부는 그 중 절반 가량인 최대 9200억엔을 보조하기로 결정했다.
뿐만 아니라 세계 최대 반도체 파운드리(수탁생산)업체인 TSMC의 일본 내 공장 건설에 막대한 보조금을 제공하는 등 해외 반도체업체들의 투자도 적극 유치하고 있다.
이러한 흐름 속에 시장조사기관 옴디아에 따르면 2023년 일본 반도체 기업들의 세계 시장 점유율은 매출 기준 8.68%로, 전년 대비 0.03%포인트 늘어난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7년 만에 첫 증가세여서 눈길을 끌고 있다.
미나미카와 아키라 옴디아 선임 연구원은 "일본 역사상 최대 규모 투자에 힘입어 일본 반도체 생산은 2024년 이후에도 지속적으로 늘어날 것이고, 시장 점유율도 계속 회복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