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대선 첫 TV토론 이후 전 세계가 혼돈에 빠졌다. 지난달 27일(현지시간) 조 바이든 대통령과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이 맞붙은 토론은 '바이든 참패, 트럼프 압승'으로 마무리됐다. 바이든 대통령은 쉰 목소리로 말끝을 흐리거나 더듬는 등 '고령 리스크'를 전면에 드러냈다. 반면 트럼프 전 대통령은 더 노련한 모습을 보이면서도 특유의 거짓말을 섞어 상대를 도발했다. 주요 외신은 '바이든의 토론 참사'로 규정하고 후보 교체론을 띄우고 있다.
이날 토론으로 미국의 동맹국들도 머릿속 셈법이 복잡해졌다. 트럼프 전 대통령은 취임과 동시에 동맹국과 안보를 '가치'가 아닌 '거래'의 관점으로 협상을 벌일 것이란 우려가 나온다. 그는 이날 토론에서도 현재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의 방위비 분담이 부족하다며 재집권 시 방위비 인상 가능성을 시사했다.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에 있어선 우크라이나가 결코 승리하지 못할 것이라고 주장하며 서방 동맹에 균열을 내고 있다. 이러한 주장이 단순한 방위비 인상 압박에 그칠 수 있으나 럭비공 같은 그의 행보에 동맹국은 이미 비상 상태다.
동맹국들은 먼저 바이든 대통령에 대한 우려를 내놓고 있다. 직설적 표현으로 유명한 라도슬라프 시코르스키 폴란드 외무장관은 토론 다음날 소셜미디어 엑스(X)에 고대 로마 황제 마르쿠스 아우렐리우스가 말년에 현명하지 못한 판단을 내려 '내전'이 일어났던 점을 거론한 후 "일몰을 바라보며 레이스를 관리하는 게 중요하다"며 후보 교체 필요성을 언급했다.
동시에 미국의 우방들은 본격적으로 트럼프 2기 대응을 준비할 것으로 보인다. 뢰트겐 의원은 이날 "독일은 전력을 다해 불확실한 미래를 준비해야 한다"며 "우리가 지금 유럽 안보에 책임을 지지 않는다면 누구도 그렇게 하지 않을 것"이라고 경고했다.
이미 주요 국가는 트럼프와 접점을 만들며 적극적으로 관계 형성에 나서고 있다. 이들은 전·현직 인사들과 과거 인맥을 총동원해 트럼프 포섭에 공을 들이고 있다. 독일은 트럼프 1기 시절 고율 관세 직격탄을 맞은 자동차 제조업계 타격을 최소화하고자 공화당과 접점을 늘려가고 있고, 영국은 현직 외교부 장관, 일본은 아소 다로 전 총리를 보내 트럼프와 전격 회담을 했다.
한국도 트럼프 리스크 대비에 나서야 할 때다. 그는 주한미군 철수 카드를 흔들며 대규모 방위비 분담을 요구할 것이 유력시된다. 최근까지 한국은 트럼프 캠프에 대한 사전 교감 작업이 다소 소극적이라고 로이터통신은 지적했다. 다른 국가들이 현 당국자를 보내 양지 소통을 하고 있다면 한국은 로비스트 등을 통해 물밑 작업에 집중하고 있었다는 것이다. 트럼프 재집권은 이제 대비해야 할 변수로 자리했다. 빠른 대책이 필요한 시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