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용진 신세계그룹 회장이 그룹 내 이커머스 계열사 대표를 전부 교체하는 파격 인사를 단행했다. 과감한 인적 쇄신을 통해 실적 부진에 빠진 이커머스 사업을 다시 일으키겠다는 정 회장의 강한 의지가 드러나는 인사다.
특히 새롭게 투입된 두 대표 모두 풍부한 현장 경험과 재무역량 등을 갖춘 만큼 신세계그룹의 이커머스 사업에 새로운 도약을 이끌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되고 있다.
먼저 최훈학 신임 SSG닷컴 대표는 SSG닷컴 영업본부 본부장을 역임하며 신세계그룹의 그로서리와 물류 경쟁력 강화를 위해 힘써왔다. 신세계그룹은 최 대표가 추후 CJ그룹과의 물류 협업에 있어 전략적 사업 시너지를 창출하는 데 중요한 역할을 해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앞서 지난 5일 신세계그룹은 CJ그룹과 업무협약을 체결하고 물류 시스템 고도화를 위해 쓱배송과 새벽배송, 물류센터 등 시스템 운영 상당 부분을 CJ대한통운에 맡기기로 했다.
SSG닷컴은 대표 교체와 함께 조직개편도 단행했다. 기존 4개 본부(D/I·영업·마케팅·지원) 체제를 2개 본부(D/I·영업)로 줄이고 마케팅본부는 영업본부로 통합했다. 지원본부 부서들은 대표 직속으로 둔다. D/I(Data/Infra) 본부장에는 이마트 D/T(Digital Transformation) 총괄을 맡고 있던 안종훈 상무가 자리를 옮겼다.
정형권 신임 지마켓 대표는 알리바바코리아 총괄 겸 알리페이 유럽·중동·코리아 대표를 지냈다. 골드만삭스, 크레딧스위스 등에서 근무했고 쿠팡에서 재무 임원으로도 일했다.
신세계그룹은 투자, 이커머스·핀테크 업계를 두루 거친 정 대표를 중심으로 알리 익스프레스, 테무 등 중국 온라인 쇼핑몰에 적극 대응해 나갈 계획이다.
지마켓은 핵심 임원도 물갈이했다. 최고제품책임자(CPO)에 해당하는 PX본부장에는 네이버 출신 김정우 상무를, 신임 테크(Tech)본부장은 쿠팡 출신 오참 상무를 영입했다.
업계에서는 정 회장의 이번 인사와 관련해 실적 악화 등에 대한 책임을 묻는 경질성 인사라는 해석이 나왔다. 정 회장은 지난 3월 취임 이후 ‘신상필벌’에 입각한 수시인사를 재차 단행 중이다. 지난 4월에는 신세계건설 대표를 경질했고 이후 두 달 만에 SSG닷컴과 지마켓 수장까지 전격 교체한 것이다.
SSG닷컴과 지마켓은 현재 모두 실적이 부진한 상황이다. SSG닷컴은 지난해 1조6784억원의 매출을 기록하며 2018년 물적분할 이후 처음으로 역성장을 기록했다. 올해 1분기도 139억원 영업손실을 기록했다. 여기에 풋옵션 행사 여부를 둘러싸고 재무적 투자자(FI)와 갈등까지 빚어 잡음이 지속돼 왔다.
신세계그룹이 2021년 인수한 지마켓은 그해 43억원 흑자를 기록했지만 2022년 655억원, 2023년 321억원의 손실을 기록했다. 올해 1분기에도 85억원 적자를 냈다.
신세계그룹은 “경영진의 대대적인 교체를 통해 다시 한번 고속 성장에 속도를 낼 것”이라며 “새 리더십 구축을 통해 외형성장은 물론 수익성까지 확보할 것으로 기대된다”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