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송 사업자들이 이중고에 처했다. 지난해 불경기와 미디어 환경의 변화로 방송사의 광고 수입이 줄어든 반면 온라인동영상서비스(OTT) 플랫폼 확대로 인해 콘텐츠 투자 비용은 늘어났기 때문이다. 이처럼 수익성이 줄어들면서 주요 방송 사업자의 지난해 영업이익도 줄어든 것으로 조사됐다. 상황을 반전시키기 어렵다는 말도 나온다. OTT 플랫폼과의 자금력 차이로 인해 현실적으로 경쟁력 있는 콘텐츠를 제작하는 것이 힘들다는 지적이다.
18일 한국기업평가는 '방송광고시장 침체와 콘텐츠 투자부담 심화의 이중고에 직면한 미디어 업계'라는 보고서를 통해 이같이 지적했다. 보고서에 따르면 주요 방송 사업자들은 지난해 부진한 실적을 기록했다. SBS와 MBC는 지난해 각각 영업이익률 4.0%, 1.0%에 그쳤다. KBS와 JTBC, 스카이라이프 TV는 같은 해 영업이익이 적자로 전환했다.
특히 지상파 방송이 큰 타격을 입은 것으로 조사됐다. 방송통신위원회가 같은 날 발표한 '2023 회계연도 방송 사업자 재산상황'에 따르면 지상파의 방송광고매출 하락이 가장 큰 것으로 조사됐다. 지난해 지상파 광고 매출은 전년 대비 2817억원(23.3%) 감소한 9273억원이었다. 채널사용사업자(PP)와 인터넷TV(IPTV)는 직전년도 대비 각각 2762억원(16.9%), 237억원(24.7%) 줄어든 1조3600억원, 724억원이었다.
이런 가운데 방송 사업자들의 콘텐츠 투자 부담은 증가한 모양새다. OTT 플랫폼이 막대한 자금력을 앞세워 콘텐츠 투자를 늘리는 상황에서 이들과 경쟁하기 위해선 이들처럼 투자 비용을 늘려야 하기 때문이다. 방송 사업자의 콘텐츠 제작비는 2016년 4조3000억원에서 2022년 5조2000억원으로 확대됐다. 지상파 방송 사업자는 2018년까지 콘텐츠 제작비를 줄였지만 2021년부터 다시 늘리고 있다.
국내 드라마 제작비도 증가했다. 2010년 회당 약 3억원이었던 제작비는 2022년 이후 평균 10억원으로 올랐다.
그러나 이같은 노력에도 방송 사업자들이 OTT 사업자의 자금력에 밀리는 것으로 관측되면서 경쟁력 있는 콘텐츠를 제작하기 어렵다는 말도 나온다. 일례로 OTT 사업자들은 국내 드라마 제작 비용으로 편당 20억~30억원을 상회하는 금액을 투자한다. 글로벌 트래픽이 높은 국내 드라마의 회당 제작비가 미국 드라마의 5분의1에서 10분의1 수준임을 고려하면 OTT 사업자들이 국내 콘텐츠 시장에 투자를 더욱 늘릴 것으로 예상된다.
하현수 한국기업평가 책임연구원은 "지상파 등 전통 플랫폼은 광고 매출이 감소하고 양질의 콘텐츠 수급을 위한 제작비 부담이 가중되는 등 악순환 구조에 노출돼 있다"며 "합리적인 제작비 투자를 통해 수익성을 확보하고 이를 기반해 지식재산(IP)를 확보해야 한다"고 제언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