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말 5대 시중은행장의 임기가 나란히 만료되면서 연임 여부에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대부분 은행장이 초임이지만 홍콩 H지수 주가연계증권(ELS) 사태와 잇단 금융사고로 연임을 장담할 수 없는 상황이다.
19일 금융권에 따르면 이재근 KB국민은행장과 정상혁 신한은행장, 이승열 하나은행장, 조병규 우리은행장, 이석용 농협은행장의 임기가 12월 말 모두 만료된다.
5대 은행장 모두 대내외적 금융시장 불안과 급변하는 상황 속에서 수익 증가, 주주 가치 제고, 상생 금융 등 유의미한 결과물을 만들어냈지만 홍콩 ELS 사태와 내부통제 부실 등의 문제에서 자유롭지 못한 상황이다.
2연임에 도전하는 이재근 행장의 가장 큰 변수로는 홍콩 ELS 사태가 꼽힌다. 국민은행은 홍콩 ELS를 가장 많이 판매해 1분기 관련 손실 배상을 위한 충당부채로만 8620억원을 반영했고, 순익은 58% 급락한 3895억원에 그쳤다. 다만 5월 홍콩H지수가 최고 7000선에 육박하는 등 회복세를 보이고 있어 손실·배상 규모가 줄어드는 2분기 이후엔 실적이 개선될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정상혁 행장이 수장으로 있는 신한은행이 1분기 9286억원의 순익을 거두며 '리딩뱅크' 자리를 탈환한 만큼 이 자리를 공고히 하는 것이 중요한 과제다. 국민은행, 하나은행과의 경쟁에서 눈에 띄는 성과를 보여야만 연임 과정에서도 경쟁력을 갖출 수 있을 것이란 관측이다.
이승열 행장의 연임 여부는 함영주 하나금융지주 회장의 거취에 따라 달라질 수 있다. 일반적으로 행장의 연임 여부는 지주사 회장의 움직임과 연동되는 만큼 내년 3월 임기가 만료되는 함 회장이 주요 변수가 될 전망이다.
조병규 행장에겐 대형 금융사고가 가장 큰 걸림돌로 작용하고 있다. 우리은행은 지난 10일 100억원 규모의 횡령 사고가 발생하면서 내부통제 문제가 도마에 올랐다. 내부통제 강화를 천명한 취임 직후에도 9000만원 규모의 횡령 사건이 적발된 바 있어 전반적인 내부통제 시스템 문제가 약점으로 부각되는 상황이다.
이석용 행장의 경우, 내부통제와 농협중앙회장이 모두 연임에 발목을 잡을 수 있다. 농협은행은 지난 3월 120억원 규모의 배임사고를 적발한 데 이어 5월에도 총 64억원 규모의 배임사고 2건을 공시했다. 여기에 그동안 중앙회장이 새로 취임하면 농협은행장은 일괄 사표 등의 방식으로 자리에서 물러났다는 점도 연임 가능성을 낮게 보는 이유 중 하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