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방적인 정책 추진 국민건강 위협한다!"
개원의와 의대 교수뿐 아니라 전공의, 의대생과 이들의 학부모까지 여의도 거리로 모여 한목소리를 냈다. 대한의사협회(의협) 주도로 휴진에 나선 전국 의사들은 정부의 의료 정책을 비판하면서, 집단행동은 불가피하다고 입을 모았다.
또 임 회장은 "(정부가) 의사들의 정당한 요구를 받아들이지 않을 경우 오는 27일부터 무기한 휴진에 들어가겠다"고 선포했다. 앞서 의협이 정부에 제시한 3대 요구안은 △의대 정원 증원안 재논의 △필수의료 정책 패키지 쟁점 사안 수정·보완 △전공의·의대생 관련 모든 행정명령과 처분을 즉각 소급 취소하고 사법 처리 위협 중단 등이다.
의사들 집단휴진 강행···정부 '업무개시명령' 맞대응
이날 의협이 경찰에 신고한 집회 참여 인원은 2만명이다. 정부에 따르면 휴진을 미리 신고한 동네 병의원은 전체의 4% 수준이다. 다만 예약 환자 진료를 앞당겨 마쳤거나, 오전 진료를 본 뒤 오후에 휴진하고 집회에 참가하는 의사도 많아 실제 휴진율은 더 높을 것으로 예상된다.
이날 궐기대회 현장에서 만난 개원의 A씨는 "더운 날씨지만 동료들과 버스를 대절해 지방에서 올라왔다"면서 "오늘 병원을 닫은 것은 아니고, 기존에 예약된 환자들은 미리 진료를 해서 차질은 없을 것"이라고 했다. 이어 "후배들에게 힘을 실어주기 위해서 왔다"고 덧붙였다.
정부는 '법대로' 처리하겠다는 방침이다. 이에 따라 이날 오전 업무개시명령을 발령하면서 이를 어길 경우 의사 면허 자격 정지 등 법대로 엄정하게 대응하겠다고 했다. 의협에 대해서는 설립 목적에 위배하는 행위를 계속할 경우 임원 변경과 해체까지도 가능하다고 초강수를 뒀다.
전병왕 보건복지부 보건의료정책실장은 이날 의사 집단행동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중대본) 브리핑에서 "집단 진료 거부는 의협의 설립 목적과 취지에도 위배되는 행위"라면서 "정부는 국민 생명권을 보호하는 등 공공복리와 사회질서 유지를 위해 필요한 경우 헌법과 법률이 정하는 바에 따라 일정 부분 자유를 제한할 수 있다"고 했다.
정부는 앞서 지난 13일에 각 대학병원장에게 교수들의 집단 휴진을 불허해 달라고 했고, 교수들 진료 거부가 장기화해 병원에 손실이 발생하면 손해 배상 청구를 검토할 것을 요청했다. 집단 진료거부 상황을 방치하는 병원은 건강보험 진료비 선지급 대상에서 제외하는 방안도 검토한다. 병원에서 환자에게 사전에 안내하지 않고 일방적으로 진료를 취소하면 의료법 제15조에 따른 '진료 거부'로 판단해 전원 고발도 할 계획이다. 전 실장은 "의사는 면허제도를 통해 공급을 제한하고, 독점적인 권한을 보장하는 등 혜택이 주어진 만큼 국민의 생명을 지키기 위한 직업적·윤리적 책무와 의료법에 따른 법적 의무를 지켜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도 의료계와의 대화와 설득에 더욱 최선을 다하겠다는 입장을 전했다. 전 실장은 의료계를 향해 "정부는 형식에 관계없이, 언제든지 대화를 할 준비가 돼 있다"고 말했다.
의대 교수들 줄줄이 휴진···응급실 등 필수의료는 유지
이른바 '빅5' 병원 소속 의대 교수들이 의협 집단 휴진에 동참하겠다고 연이어 밝히면서 의료 공백 우려는 더욱 커지고 있다. 이날 의료계에 따르면 지난 17일부터 무기한 집단 휴진에 들어간 서울대병원에 이어 세브란스병원 교수들은 27일부터, 서울아산병원 교수들은 내달 4일부터 휴진할 예정이다.
가톨릭대 의대 교수 비상대책위원회와 성균관대 의대 교수 비대위도 무기한 휴진 여부를 각각 논의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삼성서울병원·강북삼성병원·삼성창원병원을 수련병원으로 둔 성균관의대 비대위는 전체 교수들을 대상으로 한 무기한 휴진 관련 설문 조사를 조만간 진행하고, 교수 총회도 개최한다는 계획이다.
주요 상급종합병원들이 의협 휴진과는 별개로 자체적으로 휴진 날짜를 정하면서, 환자들 불안도 커지고 있다. 지난 17일 집단 휴진에 돌입한 서울대병원은 휴진 첫날 외래 진료가 27% 감소한 것으로 파악됐다. 다만 교수들은 휴진하더라도 응급실·중환자실·투석실·분만실 등 필수의료 분야 인력은 유지한다는 방침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