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이케 유리코(小池百合子·71) 일본 도쿄도지사가 3선 도전을 선언했다. 이로써 다음달 7일 도쿄도 지사 선거에 스타 거물급 여성 정치인의 맞대결이자 여야간 빅매치가 성사됐다. 고이케 지사는 12일 도의회 본회의에서 "더 좋은 도쿄를 만들어나가고 싶다"면서 "도정 발전에 전력을 다하겠다"고 3선 출마를 공식선언했다.
앞서 지난달 27일 높은 인지도를 가진 제1야당 입헌민주당 출신 렌호 (蓮舫·56) 참의원이 도지사 선거에 출마한다는 뜻을 밝히며 정치권을 뜨겁게 달궜다. 렌호 의원은 무소속 출마를 위해 탈당계를 제출한 상태지만 입헌민주당과 공산당, 사회민주당 등 야당의 강력한 지원을 받고 있다.
고이케 지사는 자신이 만든 지역정당 '도민퍼스트회'에서 활동하고 있지만 집권 여당 자민당이 독자 후보를 내는 대신 고이케 지사를 지원하는 쪽으로 가닥을 잡았다. 자민당은 비자금 스캔들의 여파로 지난 4월 치러진 중의원 보궐선거 참패 이후 지난달 시즈오카현 지사 선거 등 잇따른 선거에서 패하고 있다.
자민당으로서는 독자 후보를 내세웠다가 패하거나 지지 후보도 없는 상황을 피하고자 고이케 지사를 밀기로 한 것으로 현지 매체들은 분석하고 있다. 고이케 지사는 오랜 기간 자민당에 몸담았다 탈당한 바 있다.
고이케 지사와 렌호 의원은 지명도 높은 여성 정치인이라는 점, 둘 다 방송뉴스 진행자를 거쳤으며 국회의원과 각료 경험이 있다는 공통점을 갖고 있다. 고이케 지사는 자민당에서 환경상, 방위상 등을 역임했으며 2016년 도지사에 당선됐고 4년 뒤 재선에 성공했다. 렌호 의원은 정계에 입문해 4선 의원을 지냈다.
고이케 지사는 한국인 및 조선인에 대한 비우호적인 태도로도 잘 알려져 있다. 도지사 취임 첫해인 2016년을 제외하고 이듬해인 2017년부터 지난해까지 간토대지진 당시 학살된 조선인을 추모하는 행사에 추도문을 보내지 않았다. 극우 정치인으로 꼽히는 이시하라 신타로를 비롯해 이노세 나오키, 마스조에 요이치 등 2006년 이후 역대 도쿄도지사들이 빠짐없이 추도문을 보내왔기에 비판이 집중됐다.
고이케 지사는 제2한국학교 설립을 위해 도쿄도가 부지를 제공하기로 했던 계획을 백지화하기도 했다.
아사히신문에 따르면 고이케 지사 쪽은 '현직의 강점'을 들어 3선에 자신감을 드러내고 있다. 실제 도쿄도지사 선거에 출마한 현직은 지금까지 전승을 기록했다. 다만 기시다 후미오 총리가 총재를 맡은 자민당이 4월 이후 주요 선거에서 연전연패하면서 렌호 의원의 도전장은 특별한 의미를 지니게 됐다.
한편 교도통신은 12일 7월 7일 치러지는 도쿄도 지사 선거에는 이들 두 후보 이외에도 40명 이상이 출마를 준비하고 있어 역대 최다였던 직전 2020년의 22명을 웃돌 가능성이 크다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