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SIA Biz] 中 전기차·태양광·배터리 이어 '그린수소'도 장악할까

2024-06-13 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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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노펙이 주도한 그린수소 인프라사업··· '서경동송'

'신3양' 이을 새로운 수출 성장동력···전해조

2035년 100만대 보급 목표···연료전지차

習 '쌍탄'전략이 몰고온 中그린수소 열풍

사진게티이미지뱅크
[사진=게티이미지뱅크]


# 중국 에너지 공룡 페트로차이나의 첫 번째 대규모 재생에너지 수소생산 프로젝트가 최근 중국 간쑤성 위먼 유전에서 가동했다. 여기서 생산된 수소 순도는 99.99%로, 연간 수소 생산력은 최대 2100톤에 달한다. 특히 올해 중순 가동될 태양광 발전 사업과 맞물려 이곳은 태양광 풍력을 활용한 그린수소 산업 발전에 주력할 계획이다.

# 시노펙은 2021년 착공한 신장위구르자치구 쿠처 지역에서 처음으로 1만톤급 태양광 에너지를 통한 그린수소 생산 시범 프로젝트를 추진한 가운데 지난해 8월부터 가동에 돌입했다. 시노펙은 올해에도 네이멍구 울란차부 지역에 연산 10만톤 규모의 그린수소 프로젝트, 어얼둬쓰에서도 300만 킬로와트(kW) 그린수소 프로젝트를 비롯한 여러 사업을 추진 중이다.

중국 경제의 신성장동력인 전기차·태양광·배터리 등 이른바 ‘신3양(新三樣)’에 이어 그린수소가 네 번째 신성장동력으로 주목받고 있다. 그린수소란 태양광·풍력 등 재생에너지를 통해 생산되는 수소를 말한다. 생산 과정에서 이산화탄소 등 온실가스를 배출하지 않기 때문에 수소 에너지 가운데 가장 친환경적인 에너지원으로 평가받는다.

2030년까지 탄소 배출량 정점을 찍고(탄소 피크), 2060년까지 탄소중립(탄소 제로)을 실현한다는 중국의 '쌍탄(雙炭) 계획이 그린수소 발전에 강력한 추진제가 됐다. 올해 중국 정부 업무보고에서는 처음으로 올해 적극 육성할 미래 신흥 산업으로 수소에너지 산업 발전을 언급했을 정도다.
 
시노펙이 주도한 그린수소 인프라 사업··· '서경동송’

중국은 ‘신3양’이 비야디, CATL과 같은 민영기업 주도로 진행되는 것과 달리 그린수소만큼은 페트로차이나, 시노펙 등과 같은 국유기업 중심으로 적극 육성한다는 계획이다. 중국 증권시보는 “리튬 배터리나 전기차 개발 당시 국유기업이 대규모 투자해 건설 및 연구개발(R&D)에 참여하는 사례가 드물었던 것과 비교된다”고 보도했다.

중국 수소에너지 1위 기업을 목표로 하는 시노펙이 추진 중인 서경동송(西氫東送) 프로젝트가 대표적이다.

서경동송은 쉽게 말하면 중국 서부의 풍부한 풍력 태양광을 통해 생산한 그린 수소(氫)를 전력 수요가 높은 동부 지역으로 수송(送)하는 프로젝트다. 네이멍구 울란차부에서 생산한 그린수소를 총 400㎞ 떨어진 베이징까지 수송해 수도권 지역에 에너지 수요를 만족시키는 게 목표다. 파이프라인 건설 제1기 사업이 완공되면 연간 10만톤의 운송 능력을 갖출 예정이며, 장기적으론 연간 50만톤의 운송 능력을 확보하는 게 목표다.

사실 중국은 그동안 압축된 수소가스를 튜브트레일러에 저장해 트럭으로 운송하는 방식이 주류를 이뤘다. 가격이 비싸고 효율성이 떨어지는 만큼 그린수소 생산 비용이 비쌀 수밖에 없는 이유 중 하나로 지목됐다. 하지만 수소 파이프라인을 건설하면 경제성도 좋고, 수소를 대규모로 장거리 수송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특히 시노펙의 서경동송 사업은 지난해 중국 정부가 내놓은 ‘중장기 석유 천연가스 파이프라인 발전계획’에도 편입돼 국가 차원에서 대대적으로 추진할 예정이다.
 
'신3양' 이을 새로운 수출 성장동력···전해조
파이프라인 못지않게 중요한 것은 그린수소 생산 핵심 장비인 전해조다. 전해조는 전기를 활용해 물에서 수소와 산소를 분해하는 장비다.

중국은 세계 최대 수소 생산국이자 소비국답게 세계 최대 전해조 생산능력을 보유하고 있다. 에너지 리서치 회사인 라이스타드에 따르면 중국은 올해 말까지 약 2.5기가와트(GW) 규모의 수소 전해조 설비 능력을 갖출 예정이다.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 글로벌 데이터에 따르면 2022년 중국의 전해조 생산력의 전 세계 점유율은 전년보다 약 30%포인트 증가한 60%에 육박했다. 최근 전 세계 각국이 수소경제 육성에 나서며 전해조 생산력을 늘리고 있지만 2025년까지 전 세계 생산력의 절반은 중국이 차지할 것이란 전망이다.

전해조는 알칼리성과 고체산화, 양성자교환막(PEM) 등 세 가지로 나뉘는데 중국 기업들은 대부분 알칼리성 전해조를 생산한다. 초기 투자 비용이 적어 기업들이 대거 유입되면서 현재 중국에서만 200여 개 기업이 알칼리성 전해조 사업을 계획하거나 운영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다만 알칼리성 전해조는 수소 생산 과정에서 전력을 많이 소모한다는 단점이 있어 미국과 유럽 기업들은 대부분 고체산화 및 양성자교환막 전해조를 생산한다.

중국 기업들은 대규모 전해조 생산능력을 기반으로 지난해부터 해외시장 공략에도 나서고 있다. 유럽보다는 호주, 중동, 남미 등 지역 수출에 좀 더 초점을 맞추고 있다. 중국산 전해조가 유럽산보다 가격이 약 70% 저렴하지만 유럽은 제품 안전성 기준이 높아 시장 진입이 어렵기 때문이다.
 
2035년 100만 대 보급 목표···연료전지차

그린수소 에너지가 가장 광범위하게 응용될 것으로 예상되는 분야는 수소 연료전지차다. 특히 승용차보다 트럭이나 버스 같은 대형 및 장거리 차량에서 사용 가능성이 크다.

중국과학원 원사인 어우양밍가오 중국 칭화대 차량운송대 교수는 이달 초 상하이에서 열린 국제수소에너지 포럼에서 올해 중국의 연료전지차 판매량이 1만대에 육박할 것이라며 향후 중국 내 보급대수가 2025년에는 5만대, 2035년에는 100만대에 달할 것으로 전망했다. 2023년 말 기준 중국 내 연료전지차 보급대수는 2만대 미만이다.

중국 연료전지차 판매는 최근 몇 년간 두 자릿수 성장세를 유지해 왔다. 중국자동차공업협회에 따르면 지난해 국내 연료전지차 판매량은 전년 대비 72% 증가한 5805대였다.

다만 높은 차량 가격, 비싼 수소 연료, 전기차와 경쟁 등이 연료전지차 보급을 가로막는 장애물이다. 최근 시장에서 판매되는 수소 트럭 가격은 대당 100만 위안(약 1억9100만원)이 넘을 정도다.

중국 산시자동차그룹 산하 신에너지차 상용차 회사인 프로톤 왕자오 회장은 차이신과 인터뷰하면서 “대형 수소 트럭 보급의 핵심은 그린수소 가격”이라며 “현재 ㎏당 30~35위안에 달하는 수소 가격을 향후 4~5년 내에 20위안 이하로 낮춘다면 수소 트럭 보급이 폭발적으로 증가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習 ‘쌍탄’전략이 몰고온 中그린수소 열풍

사실 중국은 세계 최대 수소 소비국이자 생산국인 수소경제 대국이다. 중국 수소연합에 따르면 지난해 생산한 수소만 3550만톤에 달한다. 하지만 이 중 그린수소 비중은 단 1%에 불과하다. 나머지는 화석연료로 생산한 '그레이수소'와 그레이수소를 생산할 때 나오는 이산화탄소 포집·활용·저장 기술로 만든 '블루수소'다.

하지만 중국 정부의 저탄소, 재생에너지 발전에 힘입어 그린수소가 폭발적으로 증가할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상하이 리서치업체 인테그랄 창업주 고 나카니시는 상하이 수소에너지 포럼에서 “향후 그린수소 공급량은 2050년까지 7000만톤을 넘어 중국 전체 수소 생산량 1억1800만톤 중 약 60%를 차지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특히 철강, 화학, 교통운송 부문에서 그린수소 수요가 증가할 것이라고 예상했다.

2020년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의 ‘쌍탄’ 계획 발표를 계기로 중국은 수소경제를 적극 육성하기 시작했다. 2022년 3월 중국 국가발전개혁위원회는 '수소에너지 산업 발전 중장기 계획(2021~2035년)’을 발표하고 수소에너지를 최초로 국가 중점 산업에 편입시키며 15년 내 완전한 수소 에너지 산업 생태계를 구축해 나갈 것이란 의지를 내비쳤다.

이에 앞서 중국 정부는 2021년부터 수소차 시범지역 조성 사업을 추진해 그해 9월 베이징 상하이 광둥을 1차 시범 지역으로 선정한 데 이어 12월에는 허베이성, 허난성 등 총 5곳으로 시범지역을 늘렸다. 이들 시범지역 도시에는 2025년까지 연료전지 차량 보급대수를 3만5000대까지 늘리고 수소충전소를 500개 건설하는 임무가 부여됐다.

그린수소 발전을 막는 가장 큰 장애물은 비싼 제조장비 가격, 높은 청정에너지 전기 요금, 그리고 수소에너지 응용 범위가 아직까지 상대적으로 좁다는 것이다.

중국의 한 수소 전문가는 전기료가 ㎾당 0.35~0.4위안이면 수소 제조 비용은 ㎏당 21~25위안이 든다고 말했다. 이에 앞으로 청정에너지 발전 비용이 하락해 전기료가 0.25위안으로만 떨어져도 수소 비용이 15위안까지 낮아져 화석연료로 만드는 그레이수소 제조 비용과 비슷해질 것으로 전망했다. 이렇게 되면 향후 그린수소가 항공우주, 제약, 에너지, 화학공업, 철강 야금, 태양광 모듈, 식품 등 산업에서 다양하게 응용돼 향후 수소경제 발전 잠재력이 커질 수 있다고 예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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