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사회가 이스라엘에 가자지구 전쟁을 중단할 것을 촉구하는 가운데 전쟁이 장기화할 시 이스라엘 경제가 흔들릴 수 있다는 경고가 나온다.
10일(이하 현지시간) 이스라엘 경제 매체 칼칼리스트 산하 기술 매체 CTech은 미국 반도체 제조업체 인텔이 이스라엘에 짓기로 한 250억 달러(약 34조5000억원) 규모의 반도체 건설 계획이 중단될 위기에 처했다고 보도했다.
인텔은 지난해 12월 이스라엘 키르얏 갓 지역에 250억 달러를 투자해 새 반도체 공장을 짓겠다고 공식 발표한 바 있다. 목표 가동 시점은 2028년부터 2035년까지였다.
인텔은 건설 계획 중단이 가자지구에서 진행 중인 이스라엘-하마스 전쟁과는 관련이 없다고 강조했다. 인텔은 성명을 내고 "이스라엘은 우리의 핵심 글로벌 제조 및 연구개발(R&D) 지역 가운데 하나로 이 지역에 대한 공헌을 계속하고 있다"며 "이미 언급한 바와 같이 전 세계 인텔 사업장에서 생산과 확장의 범위와 속도 등은 여러 가지 변화 요인들에 의해 달라질 수 있다"고 말했다.
그러나 이스라엘 내부에서는 전쟁 장기화로 경제가 타격을 입을 것이란 우려가 나온다. 아미르 야론 이스라엘 중앙은행 총재는 가자지구 전쟁은 이스라엘 국내총생산(GDP)에 중기적으로 심각한 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경고했다. 그는 최근 내각회의에서 “전쟁이 더 치열한 영역으로 확대될 경우 정부 예산이 위태로워질 수 있다”며 국방비 지출 등에 따른 잠재적인 위험 등을 거론한 것으로 전해진다. 영국 금융전문매체 센트럴뱅킹은 야론 총재가 이란 등과의 긴장 확대를 우려한 것으로 보인다고 짚었다.
실제로 일부 나라들은 이스라엘과의 교역을 중단하고 있다. 콜롬비아는 이달 초 이스라엘이 전쟁을 끝날 때까지 석탄 판매를 중단하기로 했다. 이스라엘의 최대 석탄 공급국인 콜롬비아가 지난해 이스라엘에 수출한 석탄은 4억5000만 달러(약 6180억원) 규모에 달한다. 튀르키예 정부도 지난달 이스라엘과의 교역 중단을 선언했다.
이스라엘에 휴전을 촉구하는 국제사회의 목소리도 커지고 있다. 유엔 안전보장이사회는 이날 오후 긴급회의를 열고 미국이 주도한 가자지구 3단계 휴전안을 지지하는 내용의 결의를 채택했다. 미국이 초안을 작성한 이번 결의는 6주간의 완전한 휴전과 이스라엘군의 가자지구 내 인구 밀집 지역 철수 및 일부 인질 교환 등을 요구하는 게 골자다.
토니 블링컨 미국 국무장관도 이날 이스라엘 예루살렘에서 베냐민 네타냐후 총리와 만나 휴전안을 이행할 것을 촉구한 것으로 전해진다.
뿐만 아니라 이스라엘 내부에서도 전날 주요 야당 지도자인 베니 간츠 국가통합당 대표가 전시 내각에서 사임하기로 하는 등 장기화되는 전쟁을 둘러싸고 균열 조짐이 나타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