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세돈 칼럼] '횡재세 부과' 득보다 실이 많다

2024-06-12 0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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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세돈 숙명여대 교수
[신세돈 숙명여대 교수]
제21대처럼 제22대 국회에서도 야당 주도로 횡재세(초과이익세) 법안이 발의될 가능성이 매우 높다. 우리나라는 물론 세계적으로 횡재세 유행이 불고 있기 때문이다. 그 이유는 크게 세 가지다. 첫째, 유가나 금리가 폭등하면서 정유사나 금융기관의 이익이 급등하였다는 점이다. 둘째, 고물가·고유가와 팬데믹 실업으로 국민들의 경제적 형편이 매우 어려워짐에 따라 이들에 대한 재정 지원 필요성이 크게 높아졌다. 셋째로 불경기로 인해 국가 세수가 현저히 위축되면서 새로운 세원에 대한 필요성이 높아졌다.
 
우리나라에서 거론되는 횡재세 과세 대상은 금융기관과 정유회사의 초과이익이다. 금융회사 횡재세는 5년 평균 대비 수익의 120%를 초과하는 순수익을 초과이익으로 규정하고 그 초과이익의 최대 40%까지 강제로 부담금으로 납부하도록 했다. 정유사는 법안 제안자에 따라 과세 기준과 내용이 다소 다르다. 직전 3년 평균 소득의 20% 초과액을 과세 대상으로 하여 법인세를 추가로 20% 과세하자는 안도 있고 직전 3년 평균 소득에서 5억원을 초과하는 소득에 대해 법인세를 20% 추가로 부과하자는 의견도 있으며 당해 연도 소득의 80~90%에서 2015년부터 2019년까지 5년 평균 소득을 초과하는 금액의 50%를 추가 법인세로 과세하자는 안도 있다. 금융기관의 초과이익은 금융소비자보호법과 부담금관리기본법을 개정하면서 그 안에 횡재세 내용을 삽입했고 정유사는 법인세법을 개정하여 횡재세 내용을 포함시켰다.
 
■ 횡재세를 도입해야만 할 정도로 경제 상황이 비상적이거나 극한적이지 않다
 
대부분의 횡재세는 전쟁과 같이 국가적으로 매우 비상적이며 극한적인 상황일 때 도입되었다. 1·2차 세계대전이나 한국전쟁을 수행하면서 막대한 재정 수요가 생겨났고 또 COVID-19 사태를 수습하면서 각국 정부가 천문학적인 지출을 피할 수 없었다. 따라서 그런 상황에서 한시적으로 횡재세를 도입한 것은 적어도 합리적이고 정당한 면이 없지 않다.
 
문제는 2024년 한국 상황이 횡재세를 도입해야 할 정도로 전시나 COVID-19와 같은 비상 상황인가 하는 점이다. 2% 넘는 경제성장률이나, 두 자리 숫자가 넘는 수출증가율이나, 축소되는 가계대출이나, 실업률이나, 취업자 증가폭이나, 물가 상황이나 금리 상황 어디를 보더라도 현재 한국 경제 상황이 전시에 준할 만큼 비상적이라고 할 만큼 극한적이지 않다.
 
■ 횡재이익(초과이익)을 어떻게 정의하나 
 
횡재세를 도입한 대부분의 경우에 초과이익은 두 가지 방법으로 정의하고 있다. 하나는 과거 일정 기간 동안 평균 세전이익이 일정 수준을 넘는 것으로 정의하고 있다. 영미식이다. 예컨대 1940년대 미국은 전쟁 이전 3년 평균 세전이익의 8%를 넘는 이익을 초과이익으로 정의했다. 다른 방법은 자본의 일정 수준을 넘는 이익을 초과이익으로 정의하고 있다. 유럽식이다. 독일이나 프랑스와 같은 유럽 나라들은 대개 자본의 6%를 넘는 이익을 초과이익이라고 보는 반면 캐나다는 7%로 잡고 있다. 일부 국가는 이들 두 방법 중 납세자가 유리한 과세 기준을 선택하도록 하는 경우도 있다. 현재까지 우리나라 의회에 제안된 법안들은 대체로 지난 5년간 평균 세전이익을 20% 초과하는 이익을 초과이익으로 보고 있다. 대체로 EU가 채택하는 방식과 유사하다. 문제는 왜 평균 이익의 20%를 초과하는 이익을 초과이익으로 봐야 하는가에 대한 합리적인 설명이 없다. 1·2차 대전 당시 미국의 초과이익 과세는 평균 이익의 8%를 초과하는 이익을 초과이익으로 간주했다. 그에 비하면 초과이익의 기준인 20%는 관대한 과세지만 왜 25%나 50%가 아니면 안 되는지에 대한 법률적 혹은 경제적 근거가 전혀 없다. 초과이익 기준을 합리적으로 정의하려면 무엇보다도 이익의 변동성이 큰 사업에 대한 역차별을 감안해야만 한다.

 
아래 [그림1]에는 평균이익이 같은 두 회사 a와 b의 이익 흐름이 있다. 이익 흐름 b는 이익 흐름 a보다 불안정적이다. 이런 경우에 초과이익 기준선을 붉은 선과 같이 규정하면 평균이익은 동일함에도 불구하고 b회사는 초과이익세를 물어야 하는 반면 a회사는 물지 않아도 되는 불공평성이 발생하는 것이다. 이익 흐름이 불안정적이라는 이유만으로 과세당하는 불공평성이 내포된다.
 
 
평균이익과 초과이익의 기준
[그림.1 평균이익과 초과이익의 기준]

 
■ 획기적인 기술과 생산성 혁신 때문에 발생해도 횡재세를 물릴 것인가
 
원유 가격이 외부적인 요인에 의하여 급등하여 초과이익이 나는 경우라면 몰라도 기술 생산성의 증대 혹은 급격한 수요 증가에 의해 초과이익이 발생하는 경우라면 아무도 횡재세를 물려야 한다고 주장하지 못할 것이다. 엔비디아 주가 폭등에 대해서도 횡재세를 물릴 수 있겠는가. 생산성 혁신을 위해 막대한 자원이 투자된 경우라면 발생하는 초과이익은 그런 혁신성 투자의 정당한 대가이고 비용이기 때문이다. 만약 그런 경우라도 초과이익세를 물어야 한다면 정상적인 자본주의 경제에 역행하는 처사이고 사회를 뒷걸음치게 하는 조치가 될 것이 분명하다.

■ 정유회사나 금융산업에 장기적으로 초과이익이 나기 힘든 구조다
 
1980년 미국 원유 횡재세 과세 대상은 국내 원유 채굴업자였다. 원유 가격이 정상 가격에 비해 급등하면서 원유 채굴업자들의 이익이 일시적으로 늘어났다. 그러나 외국에서 원유를 들여와서 정유된 제품을 판매하는 경우 원유 가격이 급등하면 생산원가가 같이 올라가기 때문에 초과이익이 발생하기 힘들다. 특히 정유제품 가격이 정부에 의해 엄격히 통제되는 경우라면 더더욱 초과이익이 발생하기 힘든 현실이다. 원유 가격 상승에 따른 초과이익이 나는 경우라면 미리 싼값에 비축해둔 원유에서 발생하는 초과이익 정도에 불과할 것이다. 따라서 한국과 같은 현실하에서는 원유 가격 급등이 곧바로 정유사의 초과이익으로 연결된다고 보기 어려운 면이 많다. 따라서 이런 경우의 횡재세 도입은 1980년 미국 원유 횡재세처럼 사실상 세수 증가가 극히 미미할 가능성이 크다.
 
■ 횡재세율 20%는 적절한지 근거가 없다
 
횡재세율은 나라마다 너무 다르게 책정되어왔다. 95%인 경우도 있고 5%인 경우도 있다. 상당수 나라들은 초과이익 규모에 따라 누진세율을 적용하기도 한다. 우리나라는 정유업체에 대한 횡재세율을 대체로 20%로 제시하고 있지만 20%에 대한 근거는 어디에도 없다. 더군다나 이미 기존에 법인세를 부과하고 있는 데다 추가적으로 횡재세를 부과한다면 재산세에 더하여 부과하는 종합부동산 과세가 불합리하듯이 이중과세 논란이 야기될 수도 있다. 횡재세율을 합리적으로 결정하려면 무엇보다도 과세 목적을 달성하기 위한 재정 수입 규모를 파악해야만 한다. 중소 상공인이나 취약계층을 돕기 위한 목적이라면 소요될 예산이 얼마인지 확정하고 나서 세율을 결정해야 앞뒤가 맞는다. 대충 어림잡아 횡재세율을 20%로 결정하는 것은 아무도 설득할 수 없다.
금융기관의 초과이익에 대해서는 이중과세 논란을 피하기 위해 세금이라는 명목 대신 기금 출연과 같은 부담금 형태로 과세하자는 의견이 지배적이다. 이런 부담금 방식은 이중과세의 한계를 극복할 수 있을지 몰라도 부담금 부과가 적절한지에 대한 논란은 횡재세의 경우와 전혀 다르지 않다.
 
■ 횡재세 폐단이 많다
 
횡재세를 부과하는 경우 나타나는 폐단은 세 가지다. 첫째로 과세 기업의 경영이 크게 위축된다. 정유산업과 같이 국가의 기간이 되는 산업의 기업들의 경영 환경이 위축되는 것은 결코 바람직하지 못하다. 특히 정유사들이 여타 경쟁 국가와 치열하게 경쟁하는 상태라면 국회가 횡재세를 통하여 국내 기업들에 더욱 불리한 환경을 조성하는 꼴이 되고 만다. 둘째로 과세 기업의 미래 투자가 크게 위축될 것이다. 신규 생산시설 확충이나 생산성 향상을 위한 투자가 저조해질 것이다. 셋째로 과세 기업이 횡재세를 피하기 위해 국내를 이탈할 가능성이 있다. 넷째로 초과이익세가 과세되지 않는 외국 기업 제품이 경쟁력을 갖게 되면서 국내 시장을 장악할 가능성이 높다. 1980년 미국 원유 횡재세가 실패한 이유가 바로 이것 때문이었다. 비록 한시적으로 도입한다 하더라도 사실상 세수효과의 실효성이 없거나 있다면 정유 혹은 금융과 같은 기간산업의 위축을 대가로 치르는 것이라 바람직하지 못하다.




  신세돈 필자 주요 이력

▷UCLA 경제학 박사 ▷한국은행 조사제1부 전문연구위원 ▷삼성경제연구소 금융연구실 실장 ▷숙명여대 경제학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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