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당국이 가계대출을 조이기 위해 ‘스트레스 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DSR)’을 도입한 지 3개월이 지났지만, 주택담보대출 등 가계대출이 계속 확장세를 보이고 있어 무용론이 제기된다. 한쪽으로는 대출을 죄겠다면서 반대편으로는 특례보금자리론 등 유동성을 공급하는 엇박자 정책을 펼쳤기 때문이다. 국민총생산(GDP) 대비 가계부채 비율이 93.5%로 심각한 수준임에도 적기에 유효한 정책을 효과적으로 쓰지 못해 가계부채 상황이 더 심각해지고 있다는 비판이 나온다.
10일 금융권에 따르면 은행권 가계대출은 연일 증가하고 있다. 올해 3월(–1조7000억원) 소폭 줄며 잠시 주춤하는 듯했지만, 이내 한 달 만에 다시 확대했다. 지난 4월 기준 전월 대비 5조1000억원이 늘며 지난해 11월(5조4000억원) 이후 상승 폭이 가장 컸다.
앞서 금융당국은 지난 2월 26일부터 스트레스 DSR 도입 1단계로 은행권 주담대에 우선 시행하기 시작했다. 스트레스 DSR은 가계대출 억제를 위한 제도로, 차주가 대출을 받을 때 가산금리(스트레스 금리)를 부과해 실질적으로 대출 가능 금액이 줄어들게 한다. 그러나 스트레스 DSR을 적용한 직후인 올해 3월을 제외하고, 이후 은행권 가계대출 규모가 계속 늘고 있어 스트레스 DSR 효과에 대한 의구심이 커지고 있다. 금융권에서 스트레스 DSR 무용론이 제기되는 이유다.
스트레스 DSR 효과가 나타나지 않는 원인으로는 정부 부처 간 정책 엇박자가 꼽힌다. 금융당국이 가계대출을 조이기 위한 제도를 도입하는 한편 국토교통부는 오히려 시중은행 대비 저금리에 자금을 빌려주는 정책 금융 상품을 연일 내놓고 있기 때문이다. 국토부는 작년 시행한 43조원 규모 특례보금자리론을 비롯해 올해 1월 말부터는 저출산 해소를 명목으로 신생아 특례대출을 내놨고, 출시 3개월 만에 신청액이 5조원을 돌파했다.
유동성이 풀리면서 최근 부동산 시장이 반등을 보이는 것 역시 스트레스 DSR 도입 효과를 반감시키고 있다. 특례대출로 돈을 빌린 2030세대가 다시금 아파트 매수에 적극적으로 나서면서 전국 아파트 매매 거래량은 올해 1월 3만2111호에서 지난 4월 4만4119호까지 늘었다. 부동산 수요가 확대하면 스트레스 DSR 효과가 적을 수밖에 없다.
다만 당국은 가계대출이 늘었다고 스트레스 DSR 효과가 없는 것은 아니라고 반박했다. 금융위원회 관계자는 “부수적으로 대출 억제 효과를 기대한 것이고, 가계부채가 감소하지 않았다고 스트레스 DSR이 취지에 부합하지 않거나 실패한 건 아니다”라고 말했다. 이와 관련 조혜경 금융경제연구소 연구소장은 "DSR 규제 강화만으로는 주택담보대출 등 가계대출이 늘어나는 걸 통제하기에 역부족"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