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성적인 기아에 시달리는 아프리카가 가뭄 등 재해에 강한 우리나라 구황 작물 보급에 적극적이다. 포화 상태에 달한 내수 시장을 벗어나 농업 기술과 비료·농기계 수출 전진 기지로 활용할 필요가 있다는 주장이 제기된다.
기후변화로 몸살…가뭄에 강한 K-감자·옥수수 인기
9일 관계 부처에 따르면 정부는 한·아프리카 정상회의를 계기로 아프리카와의 농업 협력 관계를 한 단계 더 높여 나갈 방침이다.
아프리카도 우리나라 농작물 재배 기술 도입에 큰 관심을 보이고 있다. 기술 수출은 코피아(KOPIA·농진청 해외농업기술개발사업) 센터를 중심으로 이뤄진다. 코피아 센터는 감자·옥수수·고구마 등 구황 작물을 중심으로 다양한 시범 사업을 전개하고 있다.
실제 코피아 케냐 센터는 2020~2022년 케냐 중부 메루주에서 감자 농가를 대상으로 소득 개선 시범 사업을 추진했다. 마을 2곳을 선정해 무병 씨감자를 보급하고 병해충 방제 기술을 전수했는데 3년간 해당 농가 소득이 4.3배나 급증한 바 있다.
코피아 짐바브웨 센터는 지난해부터 내한성이 높은 옥수수 품종 'SIRDAMAIZE 113'을 가뭄 상습 발생 지역인 웨자(WEDZA)에 보급하기 시작했다. 잠실 야구장 100개 크기인 100ha 규모 13개 농가를 우선 선정해 가뭄 극복 기술도 지원했다. 코피아는 현재 진행 중인 이번 사업이 성공적으로 종료되면 가뭄 내성 옥수수를 짐바브웨 전역에 보급할 계획이다.
새 수출 시장 기대…"2028년까지 농기계 시장 연간 6.8% 성장"
종자·기술 보급 등으로 쌓은 신뢰 관계를 바탕으로 국내 농기계·비료 수출 확대도 타진한다.
코트라(KOTRA)는 지난해 7월 보고서에서 아프리카 농업 현황에 대해 "기계화, 비료 사용, 기술 수준 제고로 생산성 향상이 가능하다"며 "아프리카 정부와 국제기구 지원 확대로 2028년까지 농기계 시장이 연간 6.4%씩 성장할 전망"이라고 분석했다.
한국무역협회 국제무역통상연구원도 최근 '한·아프리카 경제협력 활성화 방안'을 통해 농기자재·비료 등을 중심으로 한 농업 협력 확대를 제언했다. 특히 소규모 영농에 필요한 중소형 농기계 수출이 적합하다고 봤다. 보고서는 "대규모 상업형 농장은 유럽·미국 브랜드에 충성도가 높아 진입 장벽이 존재한다"며 "중소형 농기계 임대서비스 운영 전략을 검토할 만하다"고 전했다.
이번 한·아프리카 정상회의도 수출 가능성 제고에 기여했다는 평가다. 농기계 전문기업 대동은 서아프리카인 말리에 200만 달러 규모의 '트랙터 및 전기바이크'를 공급하는 계약을 체결했다. 농식품부는 세네갈과 국내 중고 농기계를 공급하고 수리센터도 설립하는 내용의 사업을 추진키로 했다.
비료 수출 판로 확대도 기대된다. 국제무역통상연구원은 "아프리카의 경우 비료 사용량은 저조하지만 비료 원료인 질소·인산염·칼륨 등이 풍부하다"며 "비료 시장 진출이 유망하다"고 평가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