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주간 대만에서 신드롬을 일으킨 젠슨 황 엔비디아 최고경영자(CEO) 겸 공동 창립자가 올해 다시 방문하겠다는 기약을 남기고 대만 방문 일정을 마무리했다.
8일(이하 현지시간) 대만 중앙통신사에 따르면 젠슨 황 CEO는 이날 오후 8시 31분께 봄바디어(Bombardier) 전용기를 타고 대만을 떠났다. 그는 당초 오후 1시께 출국할 예정이었으나 이날부터 대만에서 시작된 단오절 연휴를 맞아 단오절 전통 음식인 '중즈(粽子·찹쌀을 대나무 잎 등으로 싸서 찐 음식)' 상점을 전격 방문하는 등 일정이 추가되면서 출국이 지연됐다.
이런 젠슨 황 CEO 행보에 대만인들은 열광했다. 그가 가는 곳마다 시민들에게 사인과 사진 촬영 요청이 밀려들었고, 현지인들 소셜미디어(SNS)에는 젠슨 황 CEO 사진이 넘쳐났다. 올해 61세인 백발 기업인이라기보다는 마치 유명 연예인을 방불케 했다. 이러한 신드롬적 현상을 가리켜 젠슨 황 이름과 광기라는 뜻을 지닌 영어 단어 '인세너티(insanity)'를 합친 '젠세너티(Jensanity)'라는 신조어도 생겨났다. 불과 3주 전 취임한 라이칭더 대만 신임 총통조차 상대적으로 묻혀버린 듯한 모습이다.
IT 시장 리서치업체 테크낼리시스 리서치의 밥 오도넬 회장 겸 수석 애널리스트는 "그(젠슨 황)는 말 그대로 록 스타처럼 대우받고 있다"며 "대만에서 그는 금의환향한 사람(local boy done good)"이라고 영국 BBC에 말했다.
사실 대만으로서 젠슨 황은 여러모로 반가울 수 밖에 없는 손님이다. 대만계인 그가 세계 인공지능(AI) 반도체업계를 주도하는 기업의 수장이라는 민족적·국가적 자긍심뿐만 아니라 TSMC 등 대만 주요 반도체 기업들과도 긴밀하게 협력하면서 경제적으로도 많은 이익을 가져다 주고 있기 때문이다. 이미 대만에 엔비디아의 아시아 첫 AI 연구개발(R&D) 센터를 짓고 있는 젠슨 황 CEO는 이번에도 대만에 '중요 본부' 설립을 위해 "대규모 부지를 물색 중"이라고 밝혀 새로운 선물을 시사했다.
더욱이 대만을 자국의 일부로 간주하고 있는 중국의 위협이 날로 높아지고 있는 상황에서 젠슨 황 CEO가 대만을 '국가'로 언급한 점 역시 대만인들에게 천군만마가 됐다. 그는 지난달 29일 야시장에서 기자들과 만나 "대만은 세계에서 가장 중요한 국가 중 하나"라며 "대만은 전자산업 중심에 있다. 컴퓨터산업은 대만 때문에 구축되고 있다"고 말했다.
이를 두고 중국 온라인 매체 관처자왕은 "아마 그가 흥분해서 오만했던 것 같다"며 "그는 심지어 대만을 국가라고 불렀다"고 비난했다. 이에 대해 젠슨 황 CEO는 "나는 지정학적 발언을 한 것이 아니라 여기 있는 우리의 모든 기술 파트너들에게 컴퓨터산업에 대한 그들의 지원과 공헌에 감사를 표한 것"이라고 해명하기도 했다.
하지만 중국이 자체 반도체 역량 강화에 사활을 걸고 있는 가운데 엔비디아 측 도움이 절실한 상황에서 마땅한 제재 방법이 없다는 것도 대만인들에게 힘이 되고 있다. 린중난 국립대만대전기공학과 교수는 미국 매체 보이스오브아메리카(VOA)에 "중국은 엔비디아가 필요하지만 엔비디아는 중국이 필요치 않다"는 말로 현 상황을 설명했다.
한편 이번 대만 방문 기간 중 젠슨 황 본인과 엔비디아에 경사도 겹쳤다. 엔비디아 주가는 사상 처음으로 주당 1200달러(약 166만원)를 돌파했고 시가총액 역시 3조 달러를 넘어서며 잠시나마 애플을 제치고 세계 시가총액 2위 기업으로 올라서기도 했다. 이에 블룸버그 억만장자 지수에 따르면 엔비디아 지분 약 3.5%를 보유한 젠슨 황 CEO 자산은 1060억 달러에 달해 세계 부호 순위 13위로 올라섰다.
반면 그가 대만을 방문하는 동안 미국 법무부가 엔비디아에 대해 반독점법 위반 관련 여부를 조사하겠다는 소식과 함께 젠슨 황 CEO가 내년 3월까지 엔비디아 주식을 최대 60만주 매각할 것이라는 소식도 전해졌다. 따라서 대만에서 신드롬을 일으킨 젠슨 황 CEO와 엔비디아의 향후 행보에 귀추가 주목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