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반도체 어디로] "사람도 전기도 부족한데" 의대 증원 유탄…'보조금 전쟁' 참전 요구도

2024-06-04 0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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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31년 반도체 인력 5만4000명 공백 우려

용인 클러스터 전력 7GW 소요 전망

말레이 등 총력전…"추가 지원책 절실"

사진게티이미지뱅크
[사진=게티이미지뱅크]
'반도체 코리아' 위상에 적신호가 켜졌다. 가뜩이나 인력난이 심각한데 의대 정원 증원 이슈까지 겹쳐 우수 인재를 확보하기가 더 어려워질 전망이다.

전력 수급 불안으로 대규모 클러스터 조성 계획에 제동이 걸릴 가능성이 제기되는 가운데 미·중 등 경쟁국에 뒤처지는 보조금 정책 확대를 요구하는 목소리도 높다. 

3일 한국반도체산업협회에 따르면 반도체 관련 전문인력 수요는 2031년 기준 30만4000명에 달할 전망이다. 2021년 17만7000명과 비교해 12만7000명 늘어난 수치다.

반면 인력 배출 규모는 턱없이 부족하다. 매년 공급되는 인력이 직업계고 1300명, 전문학사 1400명, 학사 1900명, 석·박사 430명 등 5000여 명에 불과하다. 협회는 2031년에는 반도체 인력 공백이 5만4000명 이상 발생할 것으로 전망한다.

이과생들이 반도체 관련 학과를 기피하는 현상은 점차 심화하는 모습이다. 삼성전자와 인력 공급 계약을 맺은 연세대 시스템반도체공학과는 2024학년도 정시 최초 합격자 중 미등록 비율이 92%에 달했다. 전년 대비 22% 증가했다. 모집정원 25명 중 23명이 입학을 포기한 것이다. SK하이닉스 계약 학과인 고려대 반도체공학과도 마찬가지다. 등록 포기 비율이 50%로 전년(18.2%)보다 3배 가까이 급증했다. 

이런 가운데 의대 정원 증원 이슈까지 불거졌다. 2025학년도 전국 의대 정원이 1500명가량 늘면서 반도체를 포함한 이공계 전체가 인재 확보에 어려움을 겪을 전망이다. 

반도체 산업 발전에 필요 조건으로 꼽히는 전력 수급 안정에도 비상이 걸렸다. 정부는 시스템 반도체 분야 경쟁력 강화를 위해 2042년까지 용인에 세계 최대 규모로 반도체 클러스터를 조성하기로 했다. 클러스터 내 생산라인 5개가 모두 가동되면 전력이 7기가와트(GW) 필요하다. 현재 수도권 전력 수요 대비 4분의 1에 이른다. 

정부는 반도체 인력 양성과 전력 인프라 공급에 힘을 쏟겠다고 공언하지만 실효성에 의구심을 제기하는 목소리도 있다. 산업통상자원부는 성남시 판교 글로벌R&D센터에 '반도체 아카데미' 교육센터를 설립하고 2027년까지 관련 인력 3700명을 양성하겠다고 밝혔다. 수만 명에 달하는 인력 공백을 감안하면 여전히 부족하다. 

3GW 규모 액화천연가스(LNG) 발전소를 수도권에 짓겠다는 계획도 발표했지만 송전망 건설 등을 둘러싼 논란이 해결되지 않은 상태다.
 
말레이까지 7조 투입···"경쟁국 뛰어넘는 지원책 내놔야"

미·중을 비롯한 주요국들이 인공지능(AI) 등 4차 산업혁명 시대를 견인할 반도체 분야에서 우위를 차지하기 위해 총성 없는 전쟁을 벌이고 있다.

경쟁국으로 분류하지도 않았던 말레이시아까지 반도체 산업 육성에 뛰어들 정도다. 이날 외신 등에 따르면 말레이시아는 5000억 링깃(약 145조원) 규모 투자를 유치해 반도체 설계, 고성능 반도체 패키징, 반도체 제조 장비 산업 등에 쏟아붓기로 했다.

이 가운데 엔지니어 등 반도체 관련 인재 6만명을 키워내는 데 말레이시아 정부가 직접 7조원가량을 투입할 계획이다. 말레이시아는 미·중 갈등 속에 세계 기술 기업들이 공급망 다변화를 추진하는 가운데 새로운 반도체 생산 기지로 주목받고 있다. 이 기회를 놓치지 않고 반도체 연구개발(R&D) 허브로 도약하겠다는 각오다.

각국의 반도체 산업 지원은 총력전 양상을 띤다. 미국이 2026년까지 527억 달러(약 72조원) 규모 지원에 나서기로 하자 중국도 세 번째 조성되는 국가반도체산업 투자펀드에 사상 최대인 3440억 위안(약 65조원)을 투입하기로 하며 맞불을 놨다. 

유럽연합(EU)은 2030년까지 반도체 산업 등에 보조금 430억 유로(약 64조원)를 지급할 계획이며 일본도 2021~2023회계연도까지 반도체 지원에만 예산 4조엔(약 35조원)을 책정했다. 

우리도 적극적인 보조금 정책을 펼쳐야 한다는 주장이 제기되는 이유다. 최근 정부는 26조원 규모 반도체 산업 종합 지원 프로그램을 발표했는데 이전 안보다 2배 가까이 불어났다. 다만 저리 대출 등 금융 부문 지원이 대부분이고 직접적인 보조금 지급은 빠졌다. 

이종환 상명대 시스템반도체공학과 교수는 "반도체 강국 위상을 지키려면 경쟁국 이상으로 지원을 해야 한다"며 "대출 혜택도 좋지만 소부장(소재·부품·장비), 팹리스(반도체 설계) 기업에 직접적인 도움이 되는 보조금 지급에 나설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이어 "인프라 확대, 인재 양성 등 추가적인 지원책도 수립해야 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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