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 부회장은 30일 오전 사내 게시판에 올린 취임사를 통해 "새로운 각오로 상황을 더욱 냉철하게 분석해 어려움을 극복할 방안을 반드시 찾겠다"며 "경영진과 구성원 모두가 한마음으로 힘을 모아 최고 반도체 기업의 위상을 되찾기 위해 다시 힘차게 뛰어보자"고 밝혔다.
이어 "최근의 어려움은 지금까지 우리가 쌓아온 저력과 함께 반도체 고유의 소통과 토론의 문화를 이어간다면 얼마든지 빠른 시간 안에 극복할 수 있다고 확신한다"고 덧붙였다.
삼성전자 미래사업기획단장을 맡고 있던 전 부회장은 지난 21일 '원포인트' 인사를 통해 DS부문장으로 자리를 이동했다. 기존 DS부문장이던 경계현 사장은 미래사업기획단장으로 임명됐다. 이번 인사는 약화된 경쟁력 회복을 위한 차원이다.
삼성전자 측은 "전 부회장은 메모리 반도체와 배터리 사업을 글로벌 최고 수준으로 성장시킨 주역"이라며 "그간 축적된 풍부한 경영 노하우를 바탕으로 반도체 위기를 극복할 것으로 기대한다"고 밝혔다.
수십년간 메모리 업계 1위를 달리던 삼성전자이지만, 최근 AI 열풍으로 급부상한 차세대 제품 HBM 시장을 적기에 대응하지 못했다는 평가를 받으며 SK하이닉스와의 경쟁에서 밀렸다. 파운드리(반도체 위탁생산)는 글로벌 1위인 대만 TSMC와의 격차를 좁히지 못하고 있으며, 시스템LSI 사업도 고전 중이다.
여기에 DS부문 구성원 중심인 전국삼성전자노동조합이 전날 창사 이래 처음으로 '파업'까지 선언하며 대내외 리스크가 축적되고 있는 상태다.
전 부회장은 "메모리사업부장 이후 7년 만에 다시 DS로 돌아오니 너무나 반갑고 설레는 마음"이라며 "그 사이 사업 환경도, 회사도 많이 달라졌다는 것을 느끼게 된다. 무엇보다 우리가 처한 반도체 사업이 과거와 비교해 매우 어려운 상황이라는 것을 절감하고 있다"고 말했다.
또 "임직원 여러분이 밤낮으로 묵묵히 열심히 일하고 있다는 것을 누구보다 잘 알고 있다"며 "현재의 어려운 상황에 이르게 된 것에 대해 저를 비롯한 DS 경영진은 무거운 책임감을 느낀다"고 전했다.
그러면서 "지금은 AI 시대이고 그동안 우리가 겪어보지 못한 미래가 다가오고 있다"며 "이는 우리에게 큰 도전으로 다가오지만 우리가 방향을 제대로 잡고 대응한다면 AI 시대에 꼭 필요한 반도체 사업의 다시 없을 새로운 기회가 될 수 있다"고 내다봤다.
전 부회장은 "저는 부문장인 동시에 여러분의 선배"라며 "삼성 반도체가 우리 모두의 자부심이 될 수 있도록 앞장서겠다"고 말했다.
한편 전 부회장은 인사 발령과 동시에 화성 사업장으로 출근해 사업부별로 업무 보고를 받고 향후 전략 구상에 주력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