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르단 총재는 30일 서울 중구 한국은행 신축별관에서 열린 'BOK 국제컨퍼런스'에 참석해 이같이 밝혔다.
한은이 이날부터 31일까지 개최하는 국제컨퍼런스는 '중립금리의 변화와 세계 경제에 대한 함의'를 주제로 국내외 학계와 정책 일선의 저명인사들이 모여 논의하는 자리다.
중립금리란 인플레이션이나 디플레이션을 유발하지 않고 잠재성장률 수준을 유지할 수 있는 이론적 금리 수준을 의미한다.
요르단 SNB 총재 "중립금리 재상승 중인지 판단하기 일러"
이날 오프닝 세션은 요르단 총재가 '통화정책 기준점으로서 중립금리(자연이자율)가 갖는 의미'를 주제로 기조연설을 진행한 뒤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와 정책 대담을 나누는 방식으로 진행됐다.기조연설자로 나선 요르단 총재는 먼저 지난 40여년 간 주요국의 실질금리가 지속적으로 하락한 점을 짚으며 그 이유로 낮은 잠재성장률, 은퇴 대비 저축 증가, 안전 자산에 대한 수요 증가 등을 꼽았다.
그는 "최근 2년간 실질금리의 반등은 구조적으로 중립금리가 상승하고 있는 것인지 아니면 팬데믹 이전의 낮은 수준으로 회귀할 것인지 논란을 촉발했다"며 "중립금리가 재상승하고 있는지 판단하기에는 아직 이른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중립금리를 실제 통화정책에 활용할 경우 과소 혹은 과대 추정됐을 가능성을 열어두고 다양한 시나리오 하에서도 강건한 통화정책 전략을 추구하는 게 바람직하다고 강조했다.
요르단 총재는 "중립금리를 정책에 활용하기 위해서는 신뢰할 만한 추정치를 도출하는 게 중요하다"면서 "신뢰할 만한 중립금리는 통화정책의 기조 평가, 인플레이션 전망과 압력 평가 등에 유용하게 활용될 수 있다"고 밝혔다.
이어 "SNB는 물가 목표를 0~2% 범위로 넓게 규정하고 통화정책을 운용한다"며 "물가 목표의 유연성은 SNB가 외부 충격에 유연하게 대응하고 중립금리와 인플레이션 전망의 불확실성에 대처하는 데 도움을 주고 있다"고 부연했다.
그는 "통화정책 결정자들의 중요한 임무 중 하나는 불확실한 중립금리 추정치를 통화정책 결정에 유용한 중립금리 추정치로 변환하는 것이고 이를 위해 중립금리의 구조적인 변화 요인을 잘 이해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덧붙였다.
이창용 "유럽 경제 어떤가" 묻자, 요르단 "낮은 성장률 큰 문제"
이 총재는 "중립금리 추정 과정에서 환율과 경상수지, 자본 이동 같은 국제적 요인을 도입하려면 추정치의 변동성이 상당히 커진다"며 이를 해결하기 위한 방안을 물었다.
이에 대해 요르단 총재는 "국가 간 금리나 환율, 무역 발전 정도가 모두 다른 만큼 중립금리 변동성도 크다"며 "조언을 드리기 매우 어렵다"고 답했다.
그러면서 "내부 논의를 통해 경제의 균형에 명확한 관점을 갖는 것이 중요하다"면서 "중립금리가 많은 불확실성을 가지고 있지만 이것이 우리의 명확한 견해가 아니라는 핑계가 돼서는 안 된다"고 부연했다.
이어 이 총재는 "최근 스위스 중앙은행의 외환시장 개입은 주로 높은 물가 수준을 방지하기 위함이라고 생각한다"며 빠른 감가상각을 막기 위해 개입한 경험이 있는지 질의했다.
요르단 총재는 "스위스 중앙은행은 글로벌 금융위기와 코로나19 위기 당시 스위스프랑의 과도한 평가 절상으로 오랫동안 개입해야 했다"며 "상대적으로 강한 명목 가치 상승을 보였지만 이는 스위스의 물가 상승률이 3.5%를 넘기지 않는 데 도움이 됐다"고 설명했다.
이 총재는 미국과 유럽의 경제 성장률 상황에 대해서도 물었다. 현재 미국은 성장률이 예상했던 것보다 훨씬 높게 나오고 있지만 유럽은 성장률이 낮아 유럽 은행들이 우려하는 상황이다.
요르단 총재는 "유럽의 잠재성장률이 미국보다 낮다는 것은 유럽연합(EU)과 가장 큰 무역 파트너인 스위스 입장에서도 문제"라며 "유럽 국가들은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이 야기한 높은 에너지 가격으로 어려움을 겪고 있고 이 때문에 유럽이 미국에게 많은 수출과 수입을 의존할 수 밖에 없다"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