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CC의 자동차도료 판매 추이에 따르면 실버 색상이 지난해 전체 판매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4%로 2014년(18%) 대비 4분의1 이상 줄었다.
실버를 선호하던 고객들은 최근 짙은 그레이 색상으로 눈길을 돌리고 있다. 9년 전 8% 비중을 차지했던 그레이 색상은 지난해 22% 비중을 차지했다. 블랙 (21%) 선호도를 뛰어넘었다.
그린 색상의 수요도 높아지고 있다. 지난해 그린이 KCC 전체 판매에서 차지한 비중은 2%지만 2014년 0.07%에 그쳤던 것과 비교하면 높아진 수준이다. 전체 색상 중 그레이에 이어 두 번째로 판매 증가 폭이 높았다.
특히 그린은 한국과 일본에서 선호도가 높다. 미국 자동차 도색 생산업체 악살타에 따르면 그린 색상의 글로벌 판매 평균 점유율은 1%에 그쳤으나 한국과 일본에서는 4배 높은 4%로 나타났다. 최근 친환경, 에코와 같은 가치관이 중요해지고 있고 캠핑족이 늘어나면서 그린에 대한 선호도가 높아졌다는 것이 업계 평가다. 사회적 트렌드에 민감한 일본도 환경보호 이슈 등으로 녹색에 대한 관심이 높아졌다.
국내 소비자가 가장 사랑하는 색상은 여전히 화이트다. KCC 판매비중에서 화이트는 41%의 점유율을 차지했다. 그레이, 블랙에 이어 블루(6%)가 뒤를 이었고 이 외에 레드는 1%, 브라운 1%, 옐로 0.3%, 골드·오렌지 0%로 집계됐다.
자동차 디자인의 핵심 요소인 색깔은 계속 진화하고 있다. 미래지향적인 디자인이 강조된 전기차, 수소차에서는 '멀티 이팩트'와 '친환경 원료'가 중요해지고 있다. 단순 색상이 아닌 보는 각도에 따라, 햇빛의 유무에 따라 빛깔이 바뀌어 보일 수 있는 색을 요구하는 완성차업체들이 늘어나고 있다. 혁신적인 디자인에 색깔까지 입체적으로 보이면 미래지향적임을 더욱 강조할 수 있다. 코나의 메타블루펄이 대표적이다.
친환경 원료의 쓰임새도 높아지고 있다. 전기와 수소를 연료로 하는 차라도 어떤 도료와 소재, 부품을 사용했느냐에 따라 친환경차의 이미지가 강화될 수도, 적어질 수도 있기 때문이다. 완성차 업체 입장에서는 새로 개발한 색이 입혀진 차량이 6개월간 일정 대수 이상 팔리지 않으면 20억~30억원의 손실을 낼 수 있다. 그럼에도 이제는 단순한 색상만으로는 차종의 경쟁력을 확보하기 어려워지게 되면서 디자인 변화를 꾀하는 친환경차 시대 차 색상 개발에 대한 고민도 커질 것으로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