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6일 소프트웨어정책연구소에 따르면, 지난해 글로벌 디지털 만화 시장은 9.4%의 성장률을 기록했다. 직전년도 18% 성장했던 것과 비교하면 절반 가까이 줄었다. 해당 수치가 한 자릿대로 떨어진 건 관련 집계가 시작된 2018년 이후 처음이다.
향후 분위기도 좋지 못하다. 소프트웨어정책연구소는 글로벌 디지털 만화 시장의 연평균 성장률이 오는 2027년까지 7~8% 수준에 그칠 것으로 전망했다. 이는 곧 디지털 만화에서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하고 있는 웹툰 시장의 성장 둔화로 이어질 가능성이 크다.
실제로 국내 웹툰업체들의 지난 1분기 총거래액은 정체된 모습을 보였다. 네이버의 웹툰 거래액은 전년 동기보다 8%가량 늘며 그나마 선방했다. 하지만 카카오픽코마는 엔저현상으로 인한 제자리걸음(원화 기준)에 그쳤고, 카카오페이지는 9% 역성장했다.
강석오 신한투자증권 선임연구원은 "주요 웹툰 시장인 한국은 역성장 중이며, 일본도 한 자릿대로 성장이 둔화하는 흐름"이라고 말했다.
국내 업체들은 고강도 비용 통제와 현지법인 철수 등을 통한 수익성 방어에 나섰다. 네이버웹툰은 작년부터 비전략적 자산 매각, 인력 효율화 등을 통한 '선택과 집중' 전략을 펼쳐왔다. 올 초에는 미국 자회사 웹툰엔터테인먼트 인력을 대상으로 소폭 구조조정을 단행하기도 했다.
카카오픽코마는 프랑스에 위치한 유럽 현지법인을 철수하기로 결정했다. 내년부터는 프랑스 문화 축제인 '재팬 엑스포' 행사의 공식 스폰서로도 참여하지 않는다.
하지만 결국 웹툰 시장이 성장이 장기화하려면 '서구 시장' 공략이 뒷받침돼야 할 거란 관측이 나온다. 재작년 기준으로 글로벌 디지털 만화 시장에서 아시아태평양 지역이 차지하는 비중은 95%에 달할 정도로 절대적이었다. 반면 북미와 유럽은 각각 3.5%, 1.1%에 그쳤다. 중남미와 중동·아프리카는 0.2%, 0.1%에 머물렀다. 해당 지역의 성장 잠재력이 그만큼 크다는 뜻이다.
웹툰업계 관계자는 "북미‧유럽 시장은 아직 웹툰을 받아들이기 이른 성향이 확연히 두드러진다"며 "(웹툰의 지속 성장을 위해선) 현재의 웹툰 콘텐츠가 서구권 이용자들의 입맛에도 맞는지 여부를 신중히 고민해 봐야 할 시점"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