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불어민주당의 22대 전반기 국회의장 후보 경선 결과에 납득하지 못한 당원들이 탈당하겠다고 하자 지지층 이탈을 우려한 당 지도부가 당원권 강화 방안으로 달래기에 나섰다. 당내에선 당원 주권주의로 나아가야 한다는 주장과 당원들과 원내 인사들 간 적절한 선이 필요하다는 입장으로 엇갈리고 있다.
민주당은 22일 충남 예산에서 '유능한 민주당 시민의 민주당'이란 구호를 내걸고 22대 국회의원 당선자 워크숍을 열었다. 이재명 대표는 "국민들께서 민주당 당선자 여러분께 큰 책무를 주셨다"며 "각각 당선자 한 분 한 분이 쓴 1시간의 가치가 5200만시간의 가치가 있다고 명심해줬으면 좋겠다"고 당부했다.
당선자들이 모인 자리에서도 당원권 강화 방안에 대한 논의가 이어진 것으로 알려졌다. 이 대표는 전날 '당원 난상 토론'을 열고 "최근 김윤덕 사무총장이 당원국을 하나 만들자는 의견을 냈다"며 "당원이 100만명을 넘고 당비가 연간 180억원을 넘는데, 당원과 소통하는 전담 당직자가 없다는 고민도 하고 있다"고 말했다.
김민석 의원도 난상토론에 참석해 이 대표가 말하는 '당원권 강화 필요성'에 공감하며 "새로운 시도와 실험을 해야 한다"며 "국회의원들이 무언가를 결정할 때 당원들의 의견인지를 생각해야 한다"고 했다. 김 의원은 앞서 국회의장 경선에서도 권리당원 의견을 10분의 1 이상 반영하도록 하는 이른바 '10% 룰' 제안도 내놨다.
당내에선 '당원 주권주의로 나아가야 한다'며 당원권 강화를 해야 한다는 의견과 당원들의 기대를 모두 충족시킬 수 없다며 절충안이 필요하다는 의견으로 갈린다. 민주당에서 22대 전반기 국회의장 최종 후보로 추미애 당선자가 아닌 우원식 의원이 선출되면서 당원들이 너도나도 탈당하겠다고 나선 이유에서다.
강득구 당 수석사무부총장은 이날 본인 페이스북에 "당원들이 실망한 것은 당원과 여의도 정치 사이 괴리감 때문이라 생각한다"며 "민주당은 분명 당원주권의 길로 가야 한다. 이것이 시대정신이고 당원의 요구"라고 했다. 그러면서 "민주당은 당원주권을 어떻게 강화하고 제도화할 것인지 적극적으로 고민해야 한다"고 말했다.
강유정 원내대변인은 이날 민형배 전략기획위원장이 진행한 기조 발제 결과를 설명하며 "당원 민주주의 패러다임 전환이 필요하다는 것을 논의했다"며 "소통하는 정당이라는 이미지를 잘 이끌어가자는 것"이라고 했다. 구체적인 당원 주권주의 실현 방안은 논의해야 한다고 부연했다.
그러나 한 22대 국회의원 민주당 당선자는 "추미애 당선자가 국회의장이 돼도 윤석열 대통령을 끌어내리지 못하면 지금처럼 당원들은 폭발할 것"이라며 "당원들의 힘이 커져 있는 상태에서 어떻게 적절하게 관리하는지가 관건"이라고 말했다. 또 다른 당선자는 "의장 선거에 당원들 투표를 넣자는 건 말도 안 된다"고 지적했다.
한편 정치권에선 당 지도부에서 당원권 강화를 들고 나온 이유를 두고 '친명(친이재명)계'를 분류하려는 작업이 아니냐는 분석도 조심스레 나오고 있다. 당 관계자는 "오롯이 당대표를 위한 당으로 만들겠다는 것이 올바른 건지는 의문"이라고 의견을 내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