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형사재판소(ICC) 검찰이 이스라엘 지도부에 체포영장을 청구한 것과 관련해 미국과 이스라엘이 즉각 반발했다. ICC 법원이 체포영장을 발부한다면, 서방 민주주의 국가 지도부에 대한 사상 첫 영장이 된다. 이스라엘의 국제적 위상이 크게 추락할 수밖에 없는 것이다.
20일(현지시간) 월스트리트저널(WSS)에 따르면 ICC 카린 칸 검사장은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 요아브 갈란트 이스라엘 국방부 장관과 함께 하마스 군사 지도자인 야히야 신와르, 알카삼 여단 사령관인 무함마드 데이프, 정치 지도자인 이스마일 하니예 등에 체포영장을 청구했다.
ICC 검찰은 이스라엘 관리들의 진술, 가자지구 내부의 증언, 인증된 영상 및 사진·오디오 파일, 위성사진 등을 근거로 체포영장을 청구하기로 결정했다고 밝혔다.
이스라엘의 가자지구에 대한 포위 공격, 국경 폐쇄 등을 통한 생필품 및 식량 반입 제한, 전력·수도·의약품·연료 공급 차단 등을 반인도주의적 범죄에 대한 증거로 들었다. 또한 구호활동가에 대한 살해 및 민간인에 대한 폭력 행위도 체포영장 발부의 근거로 삼았다.
칸 검사장은 CNN과의 인터뷰에서 "몰살을 부르고 인도주의 구호물자 공급을 차단한 것을 비롯해 굶주림을 전쟁 도구로 삼으며 전쟁에서 고의로 민간인들을 표적으로 삼았다"고 네타냐후 총리의 혐의사실을 밝혔다. 그는 이어 "하마스 전투원들에게 물이 필요하다고 해서 가자지구 민간인 전체에게 가는 물을 차단하는 것은 정당화되지 않는다"고 강조했다.
ICC 절차에 따라 판사 3명으로 구성된 패널은 검찰의 요청을 검토한 후 영장 청구가 합리적이라고 판단된다면 체포영장을 발부하게 된다. 이 과정은 며칠 또는 몇 주가 걸리는 것으로 전해진다.
체포영장이 발부되면 이스라엘이 입는 타격은 상당할 전망이다. 무엇보다 ICC는 이스라엘 지도부와 서방이 테러리스트로 지정한 하마스 지도자들을 한데 묶으며 이들을 동일시했다. WSJ는 "이는 미국 최우방국 이스라엘에 대한 전례 없는 조치“라며 "가자지구에서 전쟁을 벌이고 있는 이스라엘의 국제적 위상에 또 다른 타격을 가할 수 있다"고 짚었다.
아울러 이스라엘의 전쟁 수행 능력은 타격을 입을 수 밖에 없으며, 네타냐후 총리 등은 ICC 관할이 아닌 미국을 제외한 세계 대부분의 나라를 방문할 경우 체포될 위험도 있다.
미국과 이스라엘은 발끈했다.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은 “터무니없다”며 반발했다. 그는 “ICC 검사가 무엇을 암시하든지 이스라엘과 하마스 간에는 어떤 동등성도 없다”며 “우리는 이스라엘의 안보 위협에 맞서서 항상 이스라엘 편에 설 것”이라고 밝혔다.
네타냐후 총리는 ICC의 움직임이 “반유대주의적”이라며 맹비난했다. 네타냐후 총리는 "세상에서 가장 도덕적인 이스라엘 군대를 살인과 사체 방화, 참수, 강간을 일삼는 하마스 괴물과 비교하다니 뻔뻔하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하마스 지도자들의 경우 이미 미국을 비롯한 서방이 테러리스트로 지정한 점 등을 감안할 때 ICC의 체포영장 발부가 이들에게 미치는 영향은 크지 않을 전망이다. ICC는 하마스 지도자들에 몰살, 납치, 강간, 성폭행 등의 혐의를 적용했다.
한편, 2002년 7월 1일 설립된 ICC는 국제범죄를 범한 고위직 등 개인을 심리하고 처벌하는 국제 재판소다. 각 나라의 사법 체계가 이들 개인에 책임을 묻기가 쉽지 않다는 점에서 ICC가 그 역할을 해왔다.
ICC는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 수단의 오마르 알 바시르 등에 체포영장을 발부한 바 있다. ICC 회원국은 자국 영토에서 용의자가 발견되면 체포할 의무가 있으나, 규정을 준수한 사례는 드물다. 알바시르가 지난 2015년 남아프리카공화국을 방문했을 때, 남아공은 체포를 거부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