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 세계 전기차 수요가 주춤해 업황 비관론이 불거지고 국내 증시에서 자동차·이차전지 관련주 부진이 이어지는 가운데, 하반기 이후 글로벌 완성차·부품·배터리 업계 호재가 이를 반전시킬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19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KRX 자동차' 지수는 지난 17일 2094.16포인트로 월초(2202.98) 대비 4.9% 떨어졌고, 같은 기간 'KRX 이차전지 톱10' 지수도 4.2% 하락한 4467.18포인트를 기록했다. 완성차 대표 종목인 현대차와 기아 주가가 2.0%, 5.8%씩 하락했고 이차전지 셀 3대장인 LG에너지솔루션, 삼성SDI, SK이노베이션 주가도 각각 3.2%, 2.8%, 1.2%씩 떨어졌다. 코스피는 1.5% 이상 올랐고 코스닥이 1.4%만 내려간 점을 감안하면 자동차와 이차전지주 수익률이 유독 저조했다.
하지만 순수 전기차 시장의 글로벌 수요가 제한돼도 자동차·이차전지 업종 실적과 주가 반등 기회는 더 커질 수 있다는 진단이 나오고 있다. 증권가에 따르면 중국과 무역 갈등 중인 미국, 중국산 전기차·부품 공급망을 견제하려는 유럽연합(EU), 친환경차 중심 수요 고급화가 나타나고 있는 인도 등에서 한국 업체의 성장이 기대된다.
우선 지난 14일 미국 바이든 정부가 중국산 전기차(세율 100%), 배터리 및 배터리 부품(세율 25%)에 관세를 대폭 높이기로 했다. 유럽연합(EU)도 BYD 등 중국산 전기차에 상계 관세 부과를 검토해 연내 확정한다.
KB증권은 "이번 정책으로 미국 완성차 업체들이 중국 배터리·부품·소재 업체들과 협력관계를 구축하는 것은 어려워질 것이고 대부분 비중국 전기차에 채용되고 있는 국내 이차전지 관련 업체들의 반사이익이 기대된다"면서 "EU 또한 중국산 전기차에 대한 고율의 추가 관세 부과를 7월로 예고하고 있는데 한국 등 타 지역의 전기차 업체에 기회가 열릴 것"이라고 지적했다.
신한투자증권은 2024년 하반기 자동차 산업 전망 보고서를 통해 "전기차 산업은 하반기에도 침체가 지속될 가능성이 높다"면서도 "현대차·기아는 전기차, 하이브리드 차량 등 모든 전동화 차종으로 수익을 낼 수 있어 수요에 적합한 차종을 대응하는 방식으로 운영이 가능하다"고 설명했다.
삼성증권도 "기아는 7월부터 기존 조지아공장에서 EV9과 EV6를 생산하고 현대차는 10월부터 메타플랜트에서 GV80EV, 아이오닉 5를 생산한다"며 "미국 전기차 시장에서 이들 점유율은 테슬라, 스텔란티스에 이어 3위이며 (하반기) 현지 생산으로 점유율 2위로 상승이 예상된다"고 했다.
완성차 시장 기회는 후방 산업인 부품주와 전기차용 이차전지를 비롯한 배터리 관련주에도 물론 희소식이다. 삼성증권은 "인플레이션감축법(IRA) 정책과 같은 맥락으로 2026년부터 시작될 에너지저장장치(ESS) 배터리 관세 부과 같은 미국의 대중국 견제가 한국 배터리업체들에 기존 시장 예상보다 큰 수혜"라고 평가했다.
현대모비스, HL만도, 한온시스템 등 부품사에는 인도 역시 '기회의 땅'이 될 전망이다.
유진투자증권은 "작년 현대모비스의 모듈 사업부는 영업적자를 기록했지만 인도 모듈 법인의 순이익률은 8.4%를 기록했고 HL만도와 한온시스템은 2023년 연결 순이익의 42%, 41%가 인도 시장에서 발생했다"며 "인도는 소수 차종 대량 생산으로 부품 표준화율이 높고 제조 원가가 낮아 고수익을 올릴 수 있는 시장"이라고 짚었다.
유진투자증권은 이러한 배경으로 "인도 경제 성장에 따른 SUV 차량의 대중화로 평균 신차 가격이 매년 빠르게 상승 중"이라며 "하이브리드, 전기차 등 고가 모델 현지 양산으로 고급화 추세가 빨라지고 현대차그룹은 2025년 현지형 전기차, 2026년 하이브리드 차량을 출시할 계획"이라고 설명했다.
대신증권도 "현대차와 기아는 글로벌 하이브리드 차량 시장 점유율 10% 전후로 견조한 지위를 구축했고 주요 차종의 하이브리드 라인업 확대로 단기(전년 대비 20%대), 중장기(2030년 15%) 물량 성장이 예상된다"며 "미국·인도에 동반 진출한 현대모비스, 한온시스템, 만도, 에스엘과 멕시코 법인을 보유한 현대위아 등 부품주에도 현지 생산 물량 증가에 따른 수혜를 예상한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