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은행·수출입은행·기업은행 등 3대 국책은행이 역대 최대 규모로 정부 배당금을 결의한 것으로 나타났다. 국세수입이 줄어들자 정부가 국책은행 배당 규모를 늘린 것 아니냐는 지적이 나온다. 때마침 정부가 현물출자 방식으로 국책은행 증자를 추진하고 있어 앞으로는 국책은행 건전성 지표를 챙겨주는 행보를 보이면서 뒤로는 배당금을 챙겨가고 있다는 비판도 나온다.
2일 기획재정부와 금융권에 따르면 올해 정부 배당금은 △산업은행 8781억원 △기업은행 4668억원 △수출입은행 1847억원으로 결의됐다. 3대 국책은행 배당금 총액은 1조5296억원으로 역대 최고 수준이다.
설용진 SK증권 연구원은 “기재부가 지속적으로 정부출자기관 배당성향 목표를 40% 수준으로 제시하고 있음을 감안했을 때 향후 기업은행 등 정부출자기관에 대한 배당 수요는 더욱 확대될 것"이라고 말했다.
정부는 국책은행 재무건전성 개선을 이유로 한국토지주택공사(LH) 등 공기업 주식을 현물출자하는 방식으로 지난해 산업은행과 수출입은행에 조(兆) 단위 지원을 했다. 올해도 비슷한 규모의 현물출자로 증자를 계획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현물출자는 현금출자와 달리 실제 현금이 유입되지 않고 회계상으로 자본이 보강되는 효과만 있다. 기업은행은 자사주 매입·소각이 아닌 배당 확대를 통해 주주가치를 제고하고 있다. 자사주 매입·소각은 기재부 협의 사항인데 기재부가 배당성향을 높이는 방식으로 주주환원을 제시했기 때문이다.
정부의 이 같은 조치는 결국 부족한 국세 수입을 메우기 위한 것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지난해 국세 수입은 2022년 대비 51조9000억원 감소했다. 올해도 3월 누계 진도율이 최근 5년 대비 2.8%포인트 낮아 2년 연속 '세수 펑크' 가능성이 높다. 향후 '밸류업 프로그램'과 관련한 세제 혜택 등이 보다 구체화되면 중장기적으로 관련 세입은 더 줄어들게 된다.
정부가 국책은행에 대해 대규모 배당을 책정하면서 은행으로서는 재무건전성 악화 우려가 커지고 있다. 산업은행은 보유 중인 한국전력공사 지분 때문에 지분법 손실이 발생하며 재정건전성에 부담을 안고 있는 상태다. 기업은행은 부실률이 높은 중소기업대출 비중이 시중은행보다 높다. 지난해 말 기준 산업은행과 기업은행, 수출입은행 국제결제은행(BIS) 자기자본비율은 각각 13.68%, 14.87%, 14.57%로 은행권 평균인 15.66%를 밑돌고 있다. 정부가 국책은행 증자를 추진하면서 배당금 규모를 확대하는 것은 앞뒤가 맞지 않는 행보라는 비판이 나오는 이유다.
금융권 관계자는 "국책은행이 배당한 자금은 기재부 소관의 일반회계나 특별회계기금으로 편입돼 정부 예산으로 활용된다"며 "출자 등 방식으로 정부가 자금을 수혈해주고는 있지만 정부의 고배당 요구가 갈수록 거세지고 있어 국책은행 내부에서도 부담감이 크다"고 말했다.